그래도 일요일 (이유선 시집)

그래도 일요일 (이유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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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느 행위예술가의 내면
행위예술가이자 시낭송가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이유선 시인의 첫 시집 『그래도 일요일』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61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그동안 타인의 시에 영혼을 불어넣어 행위예술로 승화시켜왔던 이유선의 시인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시작과 끝의 순환을 상징하는 『그래도 일요일』은 춤추듯 시를 쓰고, 시를 쓰듯 세상을 살아가는 시인의 삶을 형상화한 리듬이자 미래를 보여주는 일종의 징후다.
저자

이유선

경남합천에서태어나2018년《모던포엠》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대구문인협회회원이며,시행위예술가로활동하고있다.현재대구시낭송협회회장을맡고있다.

목차

제1부

잡놈13/낙과14/그래도일요일16/사바나18/달력의뒤편20/증발22/혹한의숲24/어깨춤이필요해25/어린기억들26/한번쯤먼거리에서28/짐승30/교차로32/까무룩한시간34/반란을읽다36/나의언어38


제2부

동어반복41/에스프레소42/디오니소스44/빗방울연주회45/에필로그46/부부싸움48/외로움을훔치다50/귀뚜라미51/불면52/검색54/다짐56/행려(行旅)57/문득58/누구의몫일까60/밥의시62


제3부

새우잠65/나는아직백매66/낮달68/늦꽃69/일몰70/물의보법72/가을을수선하다74/겨울화가75/수밭골76/달맞이꽃78/가을반경80/푹신한모성81/신춘을읽다82/오사카84


제4부

뜨거운손87/피고지고88/윤슬을꼭닮은밤입니다90/부부의밥상92/사막93/쓸쓸한마을94/보이지않는유산97/풀벌레우는밤100/빈집에서울다102/느티나무나이테103/화가는봄속에꽃을숨겨놓는다104/시현이네집106/비,벼랑을두려워않는108/율려(律呂)110

해설신상조(문학평론가)/111

출판사 서평

열살때학교를그만두고남는시간에인적이없는숲속으로,해변으로뛰어가나체로춤을춘여자.바다와바람,어머니가피아노로들려주던음악,셀리의미모사,꽃의개화,벌들의비행,오렌지와캘리포니아,양귀비의자유분방하고찬란한금빛을찬양한여자….이상은맨발의댄서인이사도라던컨을설명할때곧잘동원되는구절들이다.토슈즈와튀튀를벗어던지고고대그리스의튜닉을걸친채맨발로춤을추는이사도라의모습은행위예술가로서의이유선시인과겹친다.시인역시튜닉차림에맨발로공연하기를즐기고,어떤퍼포먼스를보여줄지예측할수없다는점에서자유로운영혼의소유자다.시인의공연은흔히보는사람의영혼에생채기를낼정도로강렬하다.이글은그러한행위예술가로서의시인으로부터자유롭지못한글이될가능성이크다.행위예술로서의육체성은이글에침투하고간섭하고굴절하고회절할것이다.행위예술이언어로표현하기이전에인간이행했던원초적인언어에가깝다면,시적언어는언어가잃어버린육체성을복원하려한다.주체의정념이일방적으로투사되는게행위예술이라면,시적언어는사물의감각으로서주체의정념을대신한다.육체가무엇에의해움직이는‘무엇’이라면,언어는무엇을움직이게만드는‘무엇’이다.비틀고도약하는육체에맞닿은인식으로서의언어,이둘의상호침투와간섭과굴절과회절이이유선의시다.그런즉이유선의시에야생이살아꿈틀거릴수밖에없음은필연적이다.

섬처럼서있는가시나무가코뿔소를혈육인듯본다

맹수의귓구멍에서울리는빙하의숨소리
모든걸풍경으로만들어버리기위해이름을버린
모래가
모래를덮어준다

사바나사바나
순종을허락하지않는,섬하나

발목이가는흑인여자
눈곱낀동공에고인푸른멜로디
검은노래

윙윙거리는초파리속에서한달째굶고있는사자가
쩍벌려삼키는노을

사바나사바나
착암기맹수의송곳니
죽음이이내살림으로,
힘센턱뼈의순서대로,허기를채우고가는곳

저장대한힘의물결에떠밀린사랑이
무한한번식이,무한의꿈이,무한이
-「사바나」전문

‘사바나’는긴건기(乾期)로인해나무가자라지못하는동아프리카의특정지역을가리키는지명이었으나,현재는비슷한경관을가진열대초원을일컫는일반명사가되었다.해서인지3연과6연에서반복적으로호명하는“사바나사바나”는특정지명이라기보다화자가희구하는‘야성의풍경’을대신하는이름으로다가온다.화자의목소리가“순종을허락하지않는”야생의세계와“눈곱낀동공에고인푸른멜로디”로노래부르는인간,이둘사이를중재하는주술사의주문처럼들리는이유도이러한느낌에서비롯할터이다.
시는섬처럼외따로이서있는가시나무가코뿔소에게근친의감정을갖는데서부터시작한다.전반부에서가시나무→코뿔소→맹수의귓구멍→빙하의숨소리로이어지던열대초원의이미지가그모두를덮어버리는불모의‘모래’로마무리된다면,시의후반부는흑인여자의검은노래인공감각적심상과한달째굶고있는사자가입을벌려삼키는노을이라는시각적심상을배경으로한다.날것이살아숨쉬는이일련의이미지들은맹수의힘센턱뼈가환기하는허기와사냥과번식의무한한물결,무한의꿈,무한자체로서의무한으로이어지는연쇄적성격을띤다.시에서펼쳐지는야생의열대초원은,아득한시원을연상케하는빙하기와만물이모래인무(無)로돌아가는머나먼미래가공존하는것이다.종적기준에서야생의초원이그러하다면,횡적차원에서는맹수의송곳니에짓이겨지는죽음이허기를채우는살림이듯,사랑과번식과꿈이구분되지않는다.‘사바나’를통해시인이상상하고희구하는‘야생’은다음시에서‘원시’라는이름으로반복된다.
-신상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