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마음 (임송자 시집)

허술한 마음 (임송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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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헐겁고 허술한 사랑의 풍요
1993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한 임송자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허술한 마음』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63으로 출간되었다. 임송자 시인은 “꽃잎” 같은 화려함에 기대지 않고, 더 낮고 작고 그늘진 세상, 곧 “아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기로 작정했다. 단단하고 견고하게 높아져만 가는 세상이 아니라, 넉넉하고 허술한 마음으로 사는 법을 알려준다. 그 허술하고 깊은 사랑의 풍요로움이 곧 임송자의 시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저자

임송자

전북무주에서태어나1993년《문학공간》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그날이어제처럼』이있다.한국작가회의,한국문인협회회원,〈시쓰는사람들〉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산림문학상〉〈중봉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추억의힘13/김포장날14/살구를줍는아침16/부추꽃이피려할때17/그늘에대한먼기억18/
잡아준다는말20/다시사는법21/민통선38번지22/환삼덩굴24/날개를위하여25/그럴리없겠지요26/
밥28/볕을기리다29/목부30/빈집32

제2부

사랑35/적멸36/수작38/연민39/부부40/한강하구에서42/엎친데덮친43/눈빛44/애기봉연가46/
꽃47/환한그늘48/숫돌의고백50/상처에꽃이필때51/전류리포구52/미싱54

제3부

찔레꽃57/상처58/초록을동봉하다60/겨울들판61/꽃눈62/허술한마음64/늙은집65/상수리나무아래66/
극락암에이르러68/다시쓰는사랑69/누가내슬픔에붉은밑줄을그었을까70/선풍기를읽다72/행복73/
풍란의발74/헛꽃76

제4부

곁79/첫사랑80/관계82/헌집84/택배85/독(毒)86/슬픔도뿌리를가졌더라88/기별90/낙화91/두꺼비에게빌었다92/
개구멍예찬94/붉은노을96/눈내리는저녁97/민통선엘레지98/어둠의빛100/귀하는신용불량자102

해설강경희(문학평론가)/103

출판사 서평

사랑은마음을맞추는일이다.기어이너에게닿아서하나가되려는마음이다.그런데사랑의모양과성질은좀처럼고정되질않아우주도킹(spacedocking)보다도어렵다.상대를향해달려가는제마음의속도와궤도를조절할수있으면좋으련만,몸과눈의시그널은언제나서로를놓치거나빗겨간다.젊은날의광휘와열정의사랑이실패했다면모자람보다는어긋남에가까울것이다.질주의마음과안착의마음이서로를껴안을수없을때,사랑은시름시름앓는다.앓음은고통과상처를남긴다.그리고시간이흘러그신열이남긴얼룩이흐릿해질때야비로소사랑이남긴아름다운무늬를관망할수있게되곤한다.임송자의시는육박해오는간절한사랑의시간,그이후의마음의표정을그리고있다.신생의물결로넘실거리는강의상류가아니라,온갖부침(浮沈)이만들어낸유유한하구의풍경을담아낸다.흐르는강물처럼마주해야했던인생의고비에서시인은어떤사랑을마주했을까.

마음과마음이잘겹쳐지지않을때
하구쪽으로가지를펴는일이잦았습니다
물의안쪽이궁금해서지요
한목숨흘러와바다에게생의전부를바치는
저강물에게무슨사연이있는건지요
물결과물결이만나서저리고운물무늬를만든다는건
진정사랑한다는뜻이겠지요
물은길을만들때턱을만들지않는다면서요
그대와나사이에만든턱이너무많아서
한강하구둑에앉아반나절을같이했지만
춘풍에펄럭이는마음은아직멀기만합니다
가능한연한가지를내려
강물에오래적시고싶었습니다
물의마음을닮고싶어서지요
꽃잎처럼순하게
물같이바람같이겹치고싶어서지요
-「한강하구에서」전문

“진정사랑한다는뜻”은무엇일까.시인은“턱을만들지않는”것이라말한다.“물은길을만들때턱을만들지않는다”는표현이의미하듯서로의차이와높이를없앨때‘길’이생긴다는것이다.그러나길은결코한순간에만들어지지않는다.“춘풍에펄럭이는마음”처럼뜨거운청춘의시간이필요하고,“강물에오래적시고싶”은침잠의시간이요구되며,“한목숨흘러와바다에게생의전부를바치는”투항의시간이필요하다.그오랜풍상의“사연”이모여물길과물길이만나는‘길’은완성된다.이처럼사랑이만든길은지난한시간을통과하면서얻게된다.깎이고낮춘물길의시간,“꽃잎처럼순하게”,“물같이바람같이”자연을닮으려는겸허한마음으로마주하게된시간이다.
임송자가그리는자연이물리적세계이면을느끼게하는것은자연을은유한존재론적성찰을보여주기때문이다.임송자에게사랑으로깊어진존재의시간은외피의시간이아니라속살의시간이다.시인은“물결과물결”이일으키는격랑의파동에주목하지않고“물의안쪽”그보이지않는생의본질을탐색한다.이는현상의외면이아니라,현상을발현시킨삶의본원적형질을찾으려는태도이다.
눈에잘보이지않는세계를보려면다른눈을가져야한다.“물의안쪽”은잘보이지않는세계이다.그안쪽을알고,이해하기위해화자는몸전체를거대한눈으로바꾼다.물에몸을담글때물의안쪽은드디어보이기시작한다.“하구쪽으로가지를펴는일”“연한가지를내려/강물에오래”몸을드리우는것은세계를관조하려는태도가아니라,온몸으로세계를보고가담(加擔)하겠다는의미에가깝다.이는주어진생의시간을온몸으로끌어안으려는사랑의마음이다.
-강경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