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다정은 나의 소멸 (강전욱 시집)

너의 다정은 나의 소멸 (강전욱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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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N개의 ‘나’가 등장하는 잔혹극장
2019년 《시와반시》로 등단한 강전욱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너의 다정은 나의 소멸』이 시인동네 시인선 209로 출간되었다. 강전욱의 시는 한편으로는 존재론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다른 한편으로는 언어적 질서에 따른 시적 전개를 통해 ‘시’에 관한 독자의 선입견을 뒤흔들어 놓는다. 아르토나 쇤베르크가 그랬듯이 강전욱 또한 독자의 ‘이해’를 넘어선 지점에서 새로운 시적 가능성을 찾아 나간다.
저자

강전욱

1993년충남논산에서태어나2019년《시와반시》소시집공모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우리는함께이소설을이겨내기로했다』가있다.

목차

제1부

차가운사람ㆍ13/나는텅빈초코케이크안으로들어갔다ㆍ14/평균ㆍ16/덜컥ㆍ18/하몽ㆍ20/체르니,불가능한체르니ㆍ21/야근ㆍ24/해적0ㆍ26/해적1ㆍ28/해적2ㆍ30/발렛ㆍ32/표류ㆍ33/복도ㆍ34/방주ㆍ36


제2부

니체ㆍ39/교양ㆍ40/거미적인너무나거미적인ㆍ42/기일ㆍ46/영업ㆍ47/단란ㆍ48/애드리브ㆍ50/모빌ㆍ52/상냥한사람ㆍ54/오와열ㆍ56/여독ㆍ60/자맥ㆍ62


제3부

채광ㆍ65/이명ㆍ66/악몽ㆍ68/해적3ㆍ70/도핑ㆍ72/유족ㆍ74/헤픈ㆍ76/해적4ㆍ78/우리ㆍ80/해적5ㆍ82/해적6ㆍ83/첫눈ㆍ84


제4부

새ㆍ89/다정ㆍ90/무릎ㆍ92/청혼ㆍ94/갈대ㆍ96/라떼ㆍ97/종유석ㆍ98/나비ㆍ102/만월ㆍ103/스윙ㆍ106/다도ㆍ108/불안ㆍ110/비트메이커ㆍ112

해설고봉준(문학평론가)ㆍ113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강전욱의시는아르토의잔혹극이나쇤베르크의무조음악을연상시킨다.아르토의잔혹극은관객이공포와광란을경험하게함으로써무대위의행동과관객의내면사이를가로막고있는이성이라는벽을허물어뜨리고,상징적이고원초적인육체적표현을통해관습적질서에의해가려진원초적인욕망을드러낸다.그가추구한‘잔혹’은대본중심의연극적전통은물론이고사회를지탱하고있는모든외관을파괴하는것을겨냥했다.쇤베르크의무조음악또한조성(tonality)이없는음악을지향함으로써조성이중심인서구의음악적전통에반기를들었다.음악에서조성이없다는것은어울림,즉조화를추구하지않는다는의미이며,조성,화음,선율등이배제된음악은난해하면서도듣기거북한것이된다.이처럼모든파행적이고전복적인예술은장르적관습이나전통을부정함으로써기존의방식에익숙한사람들에게의도적인불편함을초래한다.이런실험적인예술의공통점은‘이해’를추구하지않는다는것이다.이것은“그저/이해받고싶지않아서였다”(「채광」)라는강전욱의화자의이야기와유사하다.
아르토는원초적이고육체적인표현을통해언어,즉대본중심의전통을해체했고,쇤베르크는조성을없앰으로써조성중심의음악적전통을부정했다.그렇다면‘이해’를추구하지않는방식의시쓰기는어떤방식으로가능할까?시(詩)가‘언어’예술이라는사실을생각하면이질문에대한대답은대략두방향으로진행될수있을것이다.하나는‘언어’에서벗어나는것,가령사진이나그림처럼시각적이미지를적극적으로활용하는방식이다.다른하나는‘언어’라는조건을부정하지않으면서‘언어’를기존과전혀다른방식으로사용하는것이다.이때의‘언어’는탈영토화계수가높은언어,즉의사소통의도구가아니라탈(脫)기표화된언어,강도적(intensive)인언어이다.오랫동안시인들은이후자의방식을통해새로운언어를생산해왔다.강전욱의시또한이계열에속하는듯하다.여기에서언어는의사소통,즉‘의미’전달을목표하지않는다.또한그것은일상적세계에존재하는특정한대상을지시하는기호적작용도수행하지않는다.가령“축구선수는친구들을꺾어신었다”(「다도」)나“흰접시처럼무릎을꿇고”(「해적6」),“손님을개로모셔”(「첫눈」)처럼명확한의미를이해하기어려운진술들이바로그사례들이다.이런언어로쓰여진시는비문(非文)을엮어서시적인효과를연출하거나의도적으로미완성을지향,즉미완성의완성을겨냥한다.물론이러한작품일수록‘언어’를중요하게생각하는경향이있다.즉사물/세계와의연관성이해체되면그때부터언어는일종의자율적실체가되고,시는‘언어’로구축된자기완결적세계가된다.‘언어’와외부세계의연관성이끊어진다는것은시어를지시나의미의맥락으로환원시키는익숙한해석방식을포기해야한다는의미이다.이때시의언어는그자체의질서와문법에따라시적인효과를생산하게된다.가령“다한문장들과더한문장들사이로/다정한문장한줄이껴있었다”(「새」)라는작품을살펴보자.이시의제목은‘새’이다.이때의‘새’가‘새(bird)’,한곳에서다른곳까지의공간,어떤때에서다른어떤때까지의동안가운데어떤것을의미하는지는분명하지않다.아니,시인은잉여적인정보도부가하지않음으로써의도적으로모호성을조장한다.독자는다만‘사이’와‘껴’라는시어를통해‘새’가‘새(bird)’가아니라는사후적으로짐작할수있을따름이다.그런데‘새’가‘새(bird)’가아니라는사실을깨닫는것은우리가시를읽는이유와거의관계가없다.따라서우리가주목해야할것은“다한문장들”과“더한문장들”과“다정한문장”의관계일것이다.하지만이시는이관계에대해아무것도말하고있지않으며,독자또한그것에서표면적인차이이외의것을발견하기어렵다.“다한문장들”과“더한문장들”의차이가‘다-’와‘더-’의차이,즉양성모음과음성모음의차이에서비롯되는질감의차이라는사실만이느껴질뿐이다.그렇지만이차이를반복적으로읽으면설명하기어려운느낌이생겨난다.그것을‘시적인것’이라고칭하는것,따라서이시가‘의미’를경유하지않고시적인효과를생산한사례라고말한다면지나친과장일까.명확하게설명하기는어렵지만,우리가‘시적인것’이라고말하는대상이이미-항상명확한의미를갖거나문법적으로정확해야만하는것은아닐것이다.“오늘이없는사람들과오늘을살아가고있었다”(「무릎」)라는진술처럼때로는논리적으로모순되는표현이한층큰울림을가져다주기때문이다.
-고봉준(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