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아일랜드 (강성철 시집)

슬픈 아일랜드 (강성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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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느 시간여행자의 노래
1988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 후 시단의 주목을 받았던 강성철 시인이 은둔 20여 년 만에 네 번째 시집 『슬픈 아일랜드』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이 시집은 강성철 시인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자본주의에 대한 냉철한 시선 그리고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역사인식까지 시적 형식에 걸림 없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개진시키고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에 대한 절실함이 응축된 까닭에 어떤 타자의 시도 전범으로 삼은 바 없는 개성적인 시집이 되었다. 틀림없이 문제적 시집이 될 것이다.
저자

강성철

시인

제주에서태어나1988년《문학과비평》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아담아,네어디있느냐?』『실크로드』『사강을지나며』등과시평집『시읽어주는은행원』이있다.

목차

제1부

사과의역사ㆍ13/오목렌즈와볼록렌즈ㆍ14/뻐꾸기둥지위로날아간새ㆍ16/화훼농장장미와양계장닭ㆍ18/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ㆍ20/꽃들의반란ㆍ22/황금소로(黃金小路)ㆍ24/부활하는꽃들ㆍ26/플라타너스1ㆍ28/플라타너스2ㆍ30/플라타너스3ㆍ32/삼월의폭설ㆍ34/슬픈테헤란로1ㆍ36/슬픈테헤란로2ㆍ38/둥글다는것ㆍ40

제2부

슬픈아일랜드1ㆍ43/슬픈아일랜드2ㆍ44/슬픈아일랜드3ㆍ47/슬픈아일랜드4ㆍ52/슬픈아일랜드5ㆍ56/슬픈아일랜드6ㆍ59/슬픈아일랜드7ㆍ61/슬픈아일랜드8ㆍ65

제3부

곡비와팽이ㆍ71/선운사꽃무릇ㆍ72/구절초어머니ㆍ74/물고기아버지ㆍ76/어머니의아궁이ㆍ78/껍데기를태우며ㆍ80/방패연ㆍ82/곶감의추억ㆍ84/재산상속포기청구ㆍ86/들국화운동회ㆍ88/新용비어천가ㆍ90/박쥐우산ㆍ92/칠월칠석ㆍ94

제4부

여행의데자뷰ㆍ99/내마음의피오르드해안ㆍ100/내마음의리아스식해안ㆍ102/달팽이도시ㆍ104/사려니숲길ㆍ106/슬픔의기원ㆍ108/선유도몽돌해안ㆍ110/남대천반딧불이ㆍ112/다시,사강을지나며ㆍ114/겨울느티나무ㆍ116/개똥벌레ㆍ118

해설우대식(시인)ㆍ119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강성철시집『슬픈아일랜드』는상당한시간의공력이녹아있는까닭에단순히하나의주제로설명할수없는복잡성이가로놓여있다.살아온날들에대한성찰에서부터자본주의에대한냉철한시선그리고동서양을가로지르는역사인식까지시적형식에걸림없이자유롭게상상력을개진시키고있다.자신이추구하는세계에대한절실함이응축된까닭에어떤타자의시도전범으로삼은바없는개성적인시집이되었다.새것에대한콤플렉스가동반하게되는생경함이이시집에없는이유도바로절실함때문이다.각각의시편들은짧지않은호흡으로온몸으로밀어가는인상이역력한육탄의시라할수있다.

뻐꾹뻐꾹뻐꾹새숲에서울제
뻐꾸기둥지위로날아간새는이미새가아니다
뻐꾸기는둥지가없기때문이다
남의둥지에잘있는알을내다버리고
그자리에자신의알을낳는뻐꾸기는정신병자다
영어의‘cuckoo’는뻐꾸기라는뜻도있지만
정신병자라는뜻도있다고한다

뻐꾸기새끼도정신병자다
막부화하려는원주인의알들을밀쳐버리고
자신이진짜새끼인양
양어미새가물어다주는먹이를먹고무럭무럭자란다
자기새끼를죽인뻐꾸기새끼가자신의진짜새끼인양
헌신적으로먹이를물어다주는양어미새도역시정신병자다

오랫동안내거실을지켜온뻐꾸기시계가있다
뻐꾹뻐꾹,매시간시계의몸을가르고나와
울어대는저뻐꾸기시계역시
자신의시계새끼도아닌뻐꾸기새끼를제몸에키우며
매시간“땡땡땡”울지않고
“뻐꾹뻐꾹”,“cuckoo,cuckoo”울어댄다

이거대한정신병동인세상에서
나도뻐꾸기시계하나쯤은가지고사는게아닐까?
친자확인검사가난무하는세태속에서
친자식같은시는생산하지못하고
뻐꾸기시계같은시만매시간
“뻐꾹뻐꾹”
“cuckoo,cuckoo”울어대는것은아닐까?
-「뻐꾸기둥지위로날아간새」전문

인용시를가장앞에둔이유는시적주체로서의자의식이이시에오롯이드러나있기때문이다.1연에나온바대로‘cockoo’는뻐꾸기라는말이외에도미쳤다는의미로사용되기도한다.위의시를따라가보면“남의둥지에잘있는알을내다버리고/그자리에자신의알을낳는뻐꾸기는정신병자”이고“자신이진짜새끼인양/양어미새가물어다주는먹이를먹고무럭무럭자”라는뻐꾸기새끼도정신병자이며“자기새끼를죽인뻐꾸기새끼가자신의진짜새끼인양/헌신적으로먹이를물어다주는양어미새도역시정신병자다”.1,2연이사실에입각한보편적인식이라면3연은시적화자의공간,4연은시적화자의내면으로시선이이동하고있다.이시의핵심은4연에있다.“친자식같은시는생산하지못하고/뻐꾸기시계같은시만”생산하는것은아닌가하는의구심이야말로시적화자의정체성에대한물음을스스로에게던지는것이다.하나의시적전범을마치자신의시로착각하여뻐꾸기를친자식처럼키우는“양어미새”와같은미친잘못을범할수도있다는염려는시적화자로하여금팽팽한시적긴장을유발하게되는것이다.시에대한이러한자존의태도는자연스럽게참다운삶은무엇인가하는물음으로전이된다.“현실과차단된벽속에갇혀사는/장미와닭!/감히벽을허물어현실과맞서지못하고/주인에의해길들어진다”(「화훼농장장미와양계장닭」).“장미와닭”에대한비판적시선은길들어진다는데있다.끝없이꽃을피우도록요구당하고밤낮없이사료를먹고알을낳도록사육당하는장미와닭의삶이란주체적인삶이아니라는데비판의끈이닿아있다.타율적삶은결국파탄에이를수밖에없다는인식은시적주체로하여금자신만의시를쓰고싶다는욕망과궤를같이하는것이다.
-우대식(시인)


■시인의산문

……로마가불타버린후세워진네로의‘황금궁전꿈의무대’에서기위해,오늘은그냄새나는촬영기사의수청도들어주어야한다는생각에장녹수는자신의처지가무척이나서글퍼졌다.후견인이었던세네카가자살할때,따라죽지못한게무척이나후회스러웠다……
「슬픈아일랜드」는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