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세계 (이정은 시집)

평범한 세계 (이정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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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세계
여기, 새로운 시인의 출현을 알리는 시집을 소개한다.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고 있으며 시를 탐색하다가 2022년 《뉴스N제주》 신춘문예 당선으로 가능성을 확인한 이정은 시인이 첫 시집 『평범한 세계』를 출간했다. ‘평범한 세계’라고 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정은의 세계야말로 시인에게는 일상적인, 그러나 끔찍한 아브젝트들의 집합이다. 이 시집의 모티프들은 로맨스보다는 끔찍한 스릴러의 배열원칙을 따른다. 그것은 이 시집의 목표가 주체 안에 주체의 일부로 들어와 고착된 아브젝트들을 잘라내고 버리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

이정은

서울에서태어나제주에서살고있다.고려대교육대학원국어교육석사졸업했다.중앙대예술대학원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수료했으며,2022년《뉴스N제주》신춘문예에당선한바있다.현재제주작가회의회원,〈교육문예창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2023년제주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수혜했다.

목차

제1부

너는바람이아니라ㆍ13/OUT,그생물성에관한연구ㆍ14/아프리카펭귄애인처럼ㆍ17/밖은장마입니다ㆍ18/그림자연극은아이들을삼켰을까ㆍ20/AsYouLikeItㆍ22/카운터에천사가서있었다ㆍ24/접시와수세미ㆍ26/겨울의계단ㆍ28/꽃잎고르기ㆍ29/비번열자섹스휘감는ㆍ32/샌드위치와샐러드ㆍ34/가젤처럼뛰었다ㆍ36/키스ㆍ38/홀수52페이지ㆍ41/평범한세계ㆍ44


제2부

공간ㆍ47/달맞이꽃의망명ㆍ48/터키스블루ㆍ50/그리하여사라진다면,ㆍ52/사월의조각ㆍ53/혜화ㆍ54/패스워드알려드려요ㆍ56/백일몽402호ㆍ58/아버지,왜요ㆍ60/왠지나른해질수없어ㆍ62/그래도우울하지않아요ㆍ64/당신은해무가좋다고했어요ㆍ66/샤넬의숲ㆍ68/기울어진방ㆍ70/근조ㆍ72


제3부

떨어지는것에대하여ㆍ75/사람목소리는영역표시에불과해,에드몽이말한다에드몽은누구일까ㆍ76/빨간망토ㆍ78/백야ㆍ80/동시ㆍ82/자오나학교ㆍ83/혼자남은방ㆍ84/화분ㆍ86/비밀의이름은미시오ㆍ88/코스모스ㆍ90/나는머리핀을어디에두었을까ㆍ92/숟가락의얼굴ㆍ94/사과놀이ㆍ96/환청의감각ㆍ98/다섯개의물의장면ㆍ99/얘야,양을세야지ㆍ102

해설아브젝시옹의시학/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교수)ㆍ103

출판사 서평

내안엔내가아니어서,내가아니길원해서내가버리고싶은것들이얼마나많은가.내안엔배설물,썩은음식,죽은동물,절단된신체처럼더럽고혐오스럽고불결하며심지어무섭기까지한것들이얼마나많은가.그것들은내안에있지만온전히내가아니므로주체도아니고,그렇다고해서온전히내바깥에있는것도아니므로대상도아니다.그러나온전한나-주체를만들기위해나는그것들을떼어내어버리고싶고,죽이고싶고,없애버리고싶다.그것들과의완전한단절을통해서만비로소나-주체가완성되기때문이다.주체가주체성을형성하기위해쫓아내고버리고밀어내야하는,이런혐오스러운존재를줄리아크리스테바(J.Kristeva)는아브젝트(theabject)라부르고,그떼어내버리는행위를아브젝시옹(abjection)이라한다.이런점에서이시집은아브젝시옹의시학이라불릴만한것으로가득하다.

깊도록걸어도
발등으로번지는물결무늬

바람소리에쓰러져누워
그물망에스스로묶이는

너는바다가아니라
너는바람이아니라

흰머리풀어헤친흐느낌
아기발바닥사이로스며드는소금울음

가늘게떠도는습자지처럼
은박입힌오랏줄

걸어나올수없는
푸른얼룩
-「너는바람이아니라」전문

위의작품은이시집에수록된첫번째시이다.이작품은마치앞으로전개될사건들을암시하는영화의첫장면같다.시집속의“너”는바다도바람도아니고,바닷속에“흰머리풀어헤친흐느낌”처럼,“은박입힌오랏줄”에묶인채“걸어나올수없는/푸른얼룩”이다.이시집의카메라는물속으로들어가밧줄에꽁꽁묶인채물결에흔들리는어떤시체를훑는다.그것은머리카락을풀어헤치고울지만,죽었으므로물밖으로나올수없다.이갑갑하고숨막히며충격적일정도로그로테스크한장면은이시집전체의분위기를압축한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