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의 꿈 (김윤경 시집)

애벌레의 꿈 (김윤경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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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능성의 시학
2022년 《한국문학예술》로 등단한 김윤경 시인의 첫 시집 『애벌레의 꿈』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68로 출간되었다. 김윤경은 아직 날것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시인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날것의 무모함이 그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이 시집을 읽는 독자들은 시인이 품은 ‘애벌레의 꿈’이 원고지가 아니라 화선지에서 ‘우화등선’하게 되는 광경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저자

김윤경

대구에서태어나2022년《한국문학예술》로등단했다.충주〈문향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으며,현재오홀리압예술융합연구소대표를맡고있다.

목차

제1부

약13/말할수없는14/항해자16/얼음각시17/애벌레의꿈18/이미와아직사이20/태업21/내마음속민화22/달팽이24/기다림25/기표들26/세상에서가장무서운것28/눈물이왔다30/백지31/커피콩과작두콩32/삶34/한걸음36


제2부

ING39/볼링공놀이40/어항42/히어로43/치료감옥44/겨울방학46/무제47/저녁노을48/연꽃50/엄마를보내며51/성장기52/거울속으로54/봄55/반성56/창58/옥수수59/희망고문60/부질없는걱정62


제3부

우화등선65/진품인간66/악연68/월급쟁이69/별70/군자72/중앙탑73/선물같은하루74/바람이분다76/감정조절77/공습경보78/소망80/나의실체81/본캐와부캐82/이별84/요셉85/문청염검신(文淸廉儉信)86/카르페디엠88/공중에뜬배한척89/구원90

해설고영(시인)/91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살다보면아무렇지도않게잊히는‘사실’이있다.마땅한이유없이,감정의동요도없이그냥잊혔지만되살아오는순간쓴물게우듯먹먹한슬픔을밀어올리는것,가령‘인간은직립보행을하는동물이다’와같은것이그렇다.진화의결과라는상식에의지해서의문을제기하지않는것처럼자주그사실의의미를잊어버린다.직립보행은우리몸의목뼈사용을변화시켰고,나아가선채로고개를젖혀머리위를쳐다볼수있게만들었다.동물로지상에갇혔던시선을하늘을향해열어주었으며,천체의운행을관찰하면서시간을의식하도록만들었다.결국,인간은대낮에깨어있는상태로도꿈꿀수있는존재가되었다.
존재의기표로서‘꿈’은크게두개의차원을함축한다.하나는우리가필연적으로자연에귀속한다는점,즉‘몸의존재’로‘꿈’을꾼다는것이다.가장깊이잠에빠져든‘렘수면’상태에도의식과비슷한형태로꿈을꾼다는것을현대뇌과학이밝혀내고있다.비록몸안에서일어나지만“꿈은영혼의가장깊고가장친밀한성소에있는숨겨진작은문”이라고칼융은정의했다.인간은DNA만같은게아니고무의식도공유하고있다는의미일것이다.다른하나는우리가시간의차원을사유하고상상한다는의미에서의‘꿈’이다.우리는언제나‘지금-여기’라는현재에붙잡혀있다.하지만시간을소환하는기억과소급하는기대를통해단절이아니라연속하는의식의상태로존재한다.나아가자신과자기의확장된형식으로세계를동시에끌어안고꿈꿀수있게된다.모든희망의메시지가여기에근거한다.
김윤경시인은‘시인의말’에서“서툰감정,서툰표현들로/내가느끼는세상모든아름다운것들을/담아낼순없지만,//그래도/가능성은갖고가겠습니다.”라고겸손한어조로첫시집의한계와포부를모두밝히고있다.여기서우리는김윤경시인이‘세상의모든아름다운것들’을포착하려는시적지향을지녔으며,거기에닿는방법으로‘가능성’,즉세계로의열림이라는방식을취하고자한다는것을짐작할수있다.

발이있어도걸을수없고
손이있어도잡을힘이없고
목소리는있어도말할수없는
나는작은애벌레입니다

꼬물딱꼬물딱엉덩이만밀어도마냥행복하고
마주보는동작하나만으로도
설익은노랫가락에도웃음이터져나오는
나는흥겨운애벌레입니다

아주조금엉덩이쳐들고
손가락에힘을줘책장을넘기면
책벌레가될수도있는
나는행복한애벌레입니다

화려하지않아도좋고
함께있어기쁨되어좋은,
낯설고두려운시선넘어
한껏두팔벌려바람이되고픈
나는날고픈애벌레입니다
-「애벌레의꿈」전문

인용시는이번시집의표제작이다.‘애벌레’와‘꿈’은시집을지탱하는것같으면서도다른두축을상징한다.문법상‘애벌레의꿈’은애벌레가소유한,품은꿈이므로애벌레와분리할수없다.하지만그꿈은애벌레가다른상태,즉성충이되었다고사라지는것이아니라그때비로소실현하고자다시꿈꿔야한다는의미에서애벌레를초월한다.
이작품은단순하지만단단한구조를가졌다.각연은마지막행에“나는∽애벌레입니다”라는명제를제시한다.제시된명제가아니라이를뒷받침하기위해앞에도치된구절들을통해작품은등가의병치가아니라변화를함축한종결구조가된다.1연은“작은애벌레”의상태에대한진술이다.‘발’,‘손’,‘목소리’는애벌레가비록작지만지각하고행동할수있는모든조건을갖췄다는것을암시한다.2연은“엉덩이만밀어도”에서유추할수있듯이어떤계기에따른변화가능성을,3연은“책벌레”가비유하는것처럼내적동기에의한변화가능성을보여주고,이렇게1~3연의‘가능성’이마지막4연에이르러“낯설고두려운시선넘어/한껏두팔벌려바람이되고픈”꿈의구체적형상으로빚어진다.
-고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