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의 계보 (윤금초 시집)

독의 계보 (윤금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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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 윤금초’의 실존적 시간들
한국 현대시조의 거장이자 등단 5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현역 시인 못지않게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윤금초 시인의 신작시집 『독의 계보』가 시인동네 시인선 213으로 출간되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우리 시대가 놓치고 있는 고전적 가치를 온전하게 회복하는 데 진력한 시인이자, 한국 정형 미학에 작지 않은 계고(戒告)가 되어준 윤금초 시인은 한동안 우리 시대의 충실한 시조사적 범례(範例)가 되어줄 것”이라며 이번 신작시집 발간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저자

윤금초

전남해남화산에서태어나1966년공보부신인예술상및1968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이어도사나,이어도사나』『큰기러기필법』외다수와시조창작실기론『현대시조쓰기』외다수의저서가있다.〈중앙시조대상〉등을수상했다.현재계간《정형시학》발행인을맡고있다.

목차

제1부

깨춤ㆍ13/서시(西施)의젖빛ㆍ14/오수(午睡)ㆍ15/분원리,밤ㆍ16/물매ㆍ18/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ㆍ19/먹감나무편년사(編年史)ㆍ22/융프라우만년설2ㆍ23/가전체(假傳體)로오는봄ㆍ24/빗방울악보ㆍ25/와온갯벌ㆍ26/봄물ㆍ27/독의계보1ㆍ28/독의계보2ㆍ30


제2부

하얀밤ㆍ33/어둠의이빨ㆍ34/꽃가루증후군ㆍ36/해안선한낮ㆍ37/발톱의시ㆍ38/젤소미나,젤소미나ㆍ40/해머링맨ㆍ41/저물녘물질명사ㆍ42/밤,발푸르기스ㆍ44/계면조하늘ㆍ45/난바다뒷걸음질ㆍ46/미륵강달궁ㆍ48/독의계보3ㆍ49/독의계보4ㆍ50


제3부

도장밥수사(修辭)ㆍ53/촉(蜀)으로가는길ㆍ54/헉!ㆍ56/가루라(迦樓羅),가루라여ㆍ57/어떤뚱딴지ㆍ58/내숭떠는바다ㆍ59/이안류,앵돌아지다ㆍ60/안개연대기(年代記)ㆍ62/하오의안쪽ㆍ63/천창(天窓)2ㆍ64/사물의그림자ㆍ65/풍죽(風竹)ㆍ66/독의계보5ㆍ67/독의계보6ㆍ68


제4부

질경이평전ㆍ71/슬픈정강이뼈ㆍ72/곡두ㆍ74/인조새날갯짓ㆍ75/널뛰는누엣결ㆍ76/슬픈영가(靈歌)ㆍ77/미망의새ㆍ78/저승새ㆍ81/목멱산(木覓山)그늘ㆍ82/날치의바다ㆍ83/마른꽃ㆍ84/정오의미스터리ㆍ85/독의계보7ㆍ86/독의계보8ㆍ88


제5부

그늘깊은숲정이ㆍ91/어떤벽서ㆍ92/미혹의그림자ㆍ94/언덕위적산가옥ㆍ96/꽃게걸음서사(敍事)ㆍ97/방주(方舟)ㆍ98/그날그변증법ㆍ100/내로남불ㆍ101/출출한저녁ㆍ102/빈대떡에피그램ㆍ104/아인슈타인박사2ㆍ105/어,개아들?ㆍ106/독의계보9ㆍ107/독의계보10ㆍ108

해설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교수)·109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윤금초시인의「독의계보」(시인동네,2023)는호활한정형미학의한정수(精髓)를보여주는우리시대의크나큰결실이다.우리시조시단에서윤금초시인만큼새로운실험을최대치의확장성으로보여주는시인은거의없을것이다.우리는윤금초시학의핵심이형식에서의절제와다양한변형사이의긴장,내용에서의역사와현재형사이의길항에있다고말할수있다.사실전통과창조사이의균형이없다면시조의양식적확장은거의불가능하고또무의미할것이다.그만큼윤금초시조가시현하는정격(正格)과파격(破格)사이의확장의지와현실에대한유추적관심이야말로우리시조가개척해가야할미답의권역이라할것이다.결국윤금초시학은고전적구심과실험적원심사이의균형을특유의내적깊이로보여준탁월한사례라할것이다.
이번시조집에는일단단수미학이전혀보이지않는다.연시조와사설시조가대부분을차지하지만,연시조가운데한두수를사설시조로배치한혼합연형시조도더러보인다.그동안시인이애써개척해온다른언어들과의상호텍스트성도여전히중심을이루고있다.그만큼윤금초시인은커다란스케일,동서와고금을교차하는박람(博覽)의상상력,지역어의활발한활용,야성적에너지의끝없는분출과용해과정을스스로의독자적역량으로갈무리해간다.따라서우리는그의이러한시조미학에대한중후하고도지속적인굴착의지를두고‘시인’의존재론과‘시조’의양식론에대한실천적응답이자시조의현대적가능성에대한정공법적반응이라고규정할수있을것이다.
원래인간은시간이라는물리적흐름속에서만자신의존재형식을완성하고유지해가는존재이다.사실모든생명체의생멸과정이시간개념안에서만가능한것이아니겠는가.아닌게아니라인간은철저하게시간안에서살아가는‘시간내적’존재이다.그런데인간은객관적인시간안에서살지않고저마다고유한주관적시간안에서자신만의실존을살아간다.그래서시간이란객관적인물리적실체로서주어지는것이아니라실존적이고고유한의식속에서끊임없이새롭게생성되는어떤것이된다.윤금초시인의정형미학은뭇생명들이가지고있는불가피한유한자(有限者)로서의모습을다루면서그러한실존적시간에대한순명의의지를선연하게보여준다.그안에서우리는‘시인윤금초’의실존적시간들을강렬하게느끼게된다.

내사는도심바깥
그6층옥탑방엔

달빛도세들어사는
옹색한서재가있다.

썼다가도로지우는
글밭가는비상구있다.

옛선비길러냈다는
사가독서(賜暇讀書)는언감생심

베갯머리포개둔책
손때절은갈피도있다.

자다가벌떡깨어나
머리뜯는비상구있다.
-「천창(天窓)2」전문

‘천창(天窓)’이란빛이나공기가잘들게끔지붕에낸창문을말한다.시인은도심바깥6층옥탑방“달빛도세들어사는/옹색한서재”에서자신의‘천창’을발견한다.그것은“썼다가도로지우는/글밭가는비상구”이기도하고“자다가벌떡깨어나/머리뜯는비상구”이기도하다.시인은조선시대에유능한젊은문신들을뽑아휴가를주어독서당에서공부하게하던“사가독서(賜暇讀書)”가아닐지라도,천창을둔서재에서“베갯머리포개둔책/손때절은갈피”를일구어온것이다.그러니그‘천창’이라는비상구가자신을시인이게끔해준장치라고고백하는것이다.이처럼‘시인윤금초’의시간은“수묵산수운염(雲染)”(「분원리,밤」)처럼,“깎아지른천길빙벽안개”(「융프라우만년설2」)처럼,천창에서썼다가지우고손때절게보낸시간속에오롯이존재했던것이다.“휘휘갈겨내린붓질,비백(飛白)의구름발”(「널뛰는누엣결」)이그시간안에서고유한실존을구가하고있었던것이다.다음은어떠한가.

천야만야지붕아래천야만야익는서원
송광사전각70채기왓골에눈이아리다.
지붕에지붕을덧댄닫집하나우뚝하다.

휘휘친친둘러쳤다,겹처마서까래위에
연꽃무늬수막새타고눈석이흘러내린다.
따지기절집에이르러대숲바람귀를씻고.

밀가루반죽다루듯화강석을마른탑신.
여덟마리사자발톱매지구름지르밟고
지붕골누비주름이이승물매재고있다.
-「물매-국사전(國師殿)기왓골」전문

‘국사전’은송광사에있는전각을말하는데,여기서시인은기왓골의웅장한규모와아름다움에경이로움을느낀다.가령그것은“지붕에지붕을덧댄닫집하나”로우뚝하게다가오는형상을취하고있다.휘휘친친둘러친겹처마서까래위에눈석이흐르고대숲바람이일고있다.밀가루반죽다루듯화강석을마른탑신이지붕골누비주름에이승물매를재고있다는해석은,그물매의주인공으로하여금‘시인=예술가’로서의위상과직능을가지게끔주조(鑄造)해가는윤금초의장인정신을선명하게알려주는표지(標識)역할을한다.그렇게‘국사전기왓골’은“상감한고려바람이풍류한틀끌고”(오수(午睡)」)가듯,“화강석/둥근가람에뜬/뭇별,/물찰찰이”(「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떠다니듯,“영롱한투신”(「빗방울악보」)을통해예술성과신성성을동시에증폭시키는“신필(神筆)의묘법”(「촉(蜀)으로가는길」)을보여준것이다.
원래서정시는지나온시간에대한기억의현상학에의해발원되고펼쳐진다.그만큼서정시는인상적인순간을포착하여그것을존재의오래된기억으로환치하는기억술의방편이기도하다.이는현실에서벗어나상상적시간으로잠입하려는의지가반영된결과일것이다.외따로떨어져있던사물과사물사이에연쇄적연관성이나타나는것도이러한기억의매개때문이다.윤금초시인은사물에깃들인기억들을순간적으로소환하고재현하면서,그순간에서삶의깊디깊은시간의흐름을파악하고노래한다.그럼으로써스스로시인으로서의의지를충전하고있는셈이다.이모든것이“제안에이는불길을다독이고”(「해머링맨」)나서“문자향서권기의법도(法道)로삼아야할건텅비어가득채우는일”(「도장밥수사(修辭)」)임을알아가는‘시인윤금초’의실존적시간들일것이다.가없이아득하고융융하기만하다.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교수)



■시인의산문

잔말많은되놈집안장맛도쓰다했나?

아프리카방문중인한거물급정치가가원주민들모인자리반시간남짓견강부회(牽强附會)두서없는말늘어놨다.그의장광설끝나자부리나케통역이나서서“웃자,웃자”단네마디로압축했다.뒤따라군중들이왁자하게폭소를터뜨렸고,거물정치가화들짝놀라뜬금없이묻는것이었다.“내가한말그리빨리통역하는비결이뭔가요?”통역사가간단명료핵심만요약했다.“선생님말씀너무길어,제가‘이분이농담하는거니까다들웃어요,웃어!’라고했습니다.”

어머나,별난정치가에생뚱맞은통역사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