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상의 오브제 (김수지 시집)

그 이상의 오브제 (김수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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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완생으로 변주하는 존재들의 시적 기록
1996년 《열린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꾸준하게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오고 있는 김수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그 이상의 오브제』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69로 출간되었다. 김수지의 시적 존재들은 전반적으로 밝고 명랑하며 역동적 에너지로 넘쳐난다. 아무리 아프고, 늙고, 병약한 사람이라도 그이 눈길이 닿으면 거짓말처럼 활기를 되찾는다. 그것이 김수지의 힘이며, 시의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완생으로 변주하는 존재들의 시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저자

김수지

시인

경기안성에서태어나1996년《열린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둥지를떠난새한마리』『로드리그를위한기도』『저녁굶은별들이뒤란에앉고』『간신히석양무렵』이있다.허균·허난설헌문학상(시부문)을수상했다.현재,한국문인협회,굴포문학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참나를찾아13/난타나꽃14/심우(尋牛)16/눈오는날18/윤이월(閏二月)지나20/내안의부처21/동백꽃전(傳)22/미치다24/생폴드방스26/백일장27/꿈을꾸다28/대입법(代入法)30/무상(無常)에이르는32/수박33/제비꽃34


제2부

응축37/잼이익어가는시간38/임플란트40/솔방울42/고양이인사법44/꽃님이46/팬데믹48/꿈꾼적없는50/시모니성당52/단풍55/뼈사람56/슬리퍼한짝58/부채60/무궁화62


제3부

불면65/TV옮기기66/어른아이68/붉은십자가70/주상절리72/소금73/이사하기74/등,사라지다76/갓밝이무렵78/만선(滿船)79/유례없이80/촌집82/홍수84/기도86


제4부

몽돌89/중력90/모나미볼펜92/네거리신호등94/몽돌의노래95/아버지96/이국만리마실가듯98/자목련100/비오는밤102/굳이사랑!104/몽골의밤105/데자뷰106/꽃밥108

해설최광임(시인·두원공대겸임교수)/109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근대는비극의성격을바꾸어존속시키지사라지게하지않는다.영웅서사시가사라졌다고해서시자체가사라진것은아니듯,희망이있다고하여인간의비극이사라진것은아니다.자본주의시스템안에서는생존경쟁자체가고통이며그비극적과정을거쳐야만천국이든극락이든가게된다.그러므로비극의주체는영웅에서일반인으로확대생산되고있는것과다름없다.현대인의삶에비극은이미내재해있으므로이제역설적이게도남은것이라고는희망밖에없다해도과언이아니다.우리가희망을삶의에너지로삶는이유이다.김수지시집『그이상의오브제』는생의에너지로충일하다.김수지의시적존재들은전반적으로밝고명랑하며역동적에너지로넘친다.「난타나꽃」,「동백꽃전(傳)」,「임플란트」,「단풍」,「어른아이」에서와같이시적존재들은이미생의몇구간을건너지는꽃이되었거나노년에접어들었음에도과거의생의고통을현재로끌고오지않는다.“인간이겪는고통과슬픔이있는한비극은끝나지않는다”는테리이글턴(T.Eagleton)의말처럼,과거에서현재에이르기까지슬픔과고통은지속된다.그럼에도시인은존재들의비극적이었던생의구간을물고기가빠져나간그물처럼성글게그리고있다.시인이성근그물의공간을의성의태어로채움으로써존재들은역으로생기발랄역동적인생명성을갖는다.김수지의이러한변주능력은현존재의모습을설명하기위해사용하는‘가아(假我)’개념에서출발하여,‘나다운나’를찾는일에심취해온시의식의응축으로보인다.지난삶에대해얽매임없이시인은현재조우한존재들을완생으로변주해낸다.이는“그냥쭉나아닐때도나”(「참나를찾아」)라는인식에다다랐을때가능한포지션이다.

아직하늘가엔물기가그렁하게고여있고
늦여름이촉촉하게남아있어요
요즘들어부쩍말개진햇살과성긴바람을
부지런히버무려서불쏘시개로써야겠어요
중불에올려서끓입니다
이제부터약불로내려서뭉근히졸이기시작합니다
시간이흐를수록아마도일곱번
그이상은색깔의변화를주는군요
얼마나졸였을까,완생으로가는길목은
봄부터겨울을무던히도오갔겠지요
가만히들여다보세요
막매듭진단막극처럼단독으로피어나
다닥다닥모여서큰송이를이룬거예요
요람에서시작하여거듭변주되어온여정이
따로또모여단단히어깨를걸고
둥글게둥글게강강수월래를불러요
그게다가아니에요
드디어샛노랗게익어서마지막이라생각한둥근일생이
붉고붉은빛을뿜어대네요
카프카도능가할‘변신’을요
난타나꽃이붉은색깔로무르익어서타고있어요
활활타고있어요!
그리곤넘어가는중이에요저쪽으로요
무엇이목에걸린것처럼뜨거워요
서녘끝이활활타는저걸좀보세요
해탈이에요!
분명히건너가는바라밀다아닌가요
-「난타나꽃」전문

열대아메리카가원산지인난타나는늦봄부터늦은여름까지꽃을피운다.꽃의색이일곱번변하는과정을거친다고하여칠변화라고도한다.꽃말은엄숙,엄격,변하지않는사랑으로화려한꽃과는대척점에있다.시속의시간은늦여름으로난타나꽃이월동준비를해야할시기이다.숨은화자는정성을다해뜸을들이듯“약불로내려서뭉근히졸이”는심정으로늦은꽃봉오리가만개하기를바란다.시인은“완생으로가는길목”에있는난타나가“봄부터겨울을무던히도오갔”을것이라고유추함으로써시간안에배어있을삶의여정을마음졸임에대비시킨다.하지만,봄부터겨울사이겪었을역경은“막매듭진단막극”이나“요람에서시작하여거듭변주되어온여정”정도로일축한다.숨은화자에게는난타나가꽃을피우기까지자라온시간은중요하지않은듯하다.보이는것은오직단독으로피기시작하다가따로또모여단단히어깨를겯고강강술래를부르는모습이다.시인은난타나꽃이거기서멈추지않고다이내믹한생으로변주되는것을목도한다.난타나꽃은샛노랑에서“카프카도능가할‘변신’을”꾀하여붉고붉은빛을뿜어내는가싶더니불덩어리가되어활활타는상황에직면한다.시인은그광경을난타나꽃의“해탈”에비유한다.시인은난타나의생이번뇌의얽매임에서풀리고미혹의괴로움에서벗어난바라밀다상태에이르렀다고본다.시인은그것을“완생”이라고한다.
-최광임(시인·두원공대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