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더 울기로 했다 (김영순 시집)

밥 먹고 더 울기로 했다 (김영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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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랑과 포옹의 기록
2013년 《시조시학》으로 등단한 김영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밥 먹고 더 울기로 했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215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사랑의 기록이자, 포옹의 기록이고, 상처의 기록이다. 김영순의 시에서 사람은 풍경의 전압을 올리고, 풍경은 사람의 전압을 올린다. 그러므로 김영순의 시들은 사람과 풍경이 만나 일으키는 스파크이다. 그 스파크에 감전되면 누구라도 울게 된다.
저자

김영순

제주에서태어나2013년《영주일보》신춘문예시조당선,같은해《시조시학》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꽃과장물아비』『그런봄이뭐라고』가있다.시조시학젊은시인상,고산문학대상신인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포옹ㆍ13/싸락눈만싸락싸락ㆍ14/한통속ㆍ15/달과고래ㆍ16/발가락군의소식을듣다ㆍ17/순록의태풍ㆍ18/초록대추ㆍ19/살금살금살구나무ㆍ20/빛그리고그림자ㆍ21/남방큰돌고래제돌이ㆍ22/목련이필무렵ㆍ23/유아불기(㓜兒不記)ㆍ24/파계ㆍ25/가짜창문을열어요ㆍ26

제2부
잔소리국밥ㆍ29/배롱나무ㆍ30/작약꽃안부ㆍ31/소리를보다ㆍ32/별떡ㆍ33/유품보고서ㆍ34/달빛봉봉ㆍ35/편백나무에대한예의ㆍ36/고양이발톱고사리ㆍ37/동백과고구마ㆍ38/그말ㆍ39/우묵사스레피나무ㆍ40/홀어멍돌ㆍ41/말되지양ㆍ42

제3부
벼락맞을나무라니ㆍ45/방답진굴강ㆍ46/마량항ㆍ47/테우리막ㆍ48/테우리코시ㆍ49/그리움의방식ㆍ50/푸른통점ㆍ51/벌장의겨울ㆍ52/벌들의이사ㆍ53/꿀벌이사라졌다ㆍ54/우회전중입니다ㆍ55/공탁금ㆍ56/시인은아무나하나ㆍ57/한란ㆍ58/먹통ㆍ59/불시개화ㆍ60

제4부
그만하자ㆍ63/꽃집에서굽다ㆍ64/거울의화법ㆍ65/은행나무밥집ㆍ66/마블링ㆍ68/나무는지금음악감상중이다ㆍ69/하늘경전ㆍ70/마타리꽃ㆍ71/아크릴사수세미ㆍ72/어떤처방ㆍ73/마가라마도가라ㆍ74/흉작을꿈꾸며ㆍ75/간지뜯긴자화상ㆍ76/봄ㆍ77/어스름반ㆍ78

제5부
다초점ㆍ81/시차ㆍ82/봄의영역ㆍ83/주시옵고ㆍ84/공갈ㆍ85/골무꽃ㆍ86/빗소리ㆍ87/하가리연화지ㆍ88/여왕벌ㆍ89/안구건조증ㆍ90/금능리1600‐,그곳에가면ㆍ91/몌별ㆍ92/가을의서사ㆍ93/적산온도ㆍ94/유감ㆍ95/고삐ㆍ96

해설오민석(시인,문학평론가)ㆍ101

출판사 서평

이시집을읽다보면제주-자연의풍경이아득히그리고가까이그려진다.그것은채색소묘처럼정겹고아름다운데,그이유는사람들이그안에꽃속의벌처럼들어가있기때문이다.풍경은그자체풍경일뿐,풍경을서사로바꾸는것은사람이다.벌이꽃을찾거나품을때,꽃은비로소무의미에서의미로,비존재에서존재로전화(轉化)한다.김영순에게사람과풍경은별개의것이아니다.그녀에게사람과풍경은환유적인접성의관계에있다.사람을떠올리면풍경이따라오고,풍경을떠올리면사람이따라온다.김영순의시에서사람은풍경의전압을올리고,풍경은사람의전압을올린다.그러므로그녀의시들은사람과풍경이만나일으키는스파크이다.그녀의풍경에선사람냄새가나고,그녀의사람에선풍경이보인다.그녀의시에서사람과풍경은서로에게스며들어깊어진다.그녀에게사람은풍경의안이고,풍경은사람의안이다.그들은서로의내부이다.

그래도그리운건눈썹끝에달린속세
어느오름자락에세를든비구니절
가끔씩한눈을팔듯가지뻗는나무가있다

그중에살구나무살금살금돌담에기대
‘어디로통화할까그사람은누구일까’
도대체무슨이유로집을뛰쳐나왔을까

해마다웃자란생각가지치기해봐도
그럴수록부르고픈이름이라도있는건지

설익은살구몇알을
세상에툭,내린다
-「살금살금살구나무」전문

시인은살구나무를세상을엿보고싶어하는비구니에비유한다.“살금살금살구나무”라는유머러스하고경쾌한제목은운율에익숙한시조시인의발명품이다.살구나무는절밖세상이궁금해견딜수가없어서“가끔씩한눈을팔듯”“살금살금”가지를돌담밖으로뻗는다.비구니는절안의부처를얻은대신“눈썹끝에달린속세”를잊지못해서담장밖을기웃거린다.바깥세상으로웃자란잡념의가지는아무리가지치기를해봐도사라지지않는다.그렇게해서도끝내세상에도달하지못할때,살구나무는“설익은살구몇알을/세상에툭”내림으로써속세에닿는다.이세상에서저세상을,저세상에서이세상을꿈꾸는것이어디비구니뿐이랴.무념무상한것은오로지자연뿐.살구나무는사람과만나면서드디어사람의풍경이된다.김영순은이렇게풍경을사람의내부로끌어들인다.이기획에더해진내재율과대구법은사람의풍경이된살구나무의움직임을더욱생생하고도경쾌하게살려낸다.

이제겨우돌쟁이가봄서랍을빼꼼열어

가제손수건한장한장픽픽집어던진다

어디로튈줄모르는아가의눈망울을봐
-「목련이필무렵」전문

목련을대하는시인의태도도남다르다.시인에게목련은봄의전령일뿐만아니라귀여운“돌쟁이”이다.그어린것이“봄서랍을빼꼼열어”가제손수건을픽픽집어던진다.하늘에“아가의눈망울”같은목련들이요술처럼피어오른다.저귀여운가제손수건들은도대체“어디로튈줄”모른다.시인이목련을“돌쟁이”라부르기전에,그것은그저목련일뿐즐거운소란의“아가”가아니었다.시인은가제손수건을“픽픽집어던”지는돌맞이아가를호명함으로써생물학적존재를인간적존재로전화한다.이시집엔이렇게시인의호명으로불려나온사물들로가득하다.
-오민석(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