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방향 (하영란 시집)

미안한 방향 (하영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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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마음으로, 세계에서 떨어지기

2010년 《새시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경남지역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하영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미안한 방향』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70으로 출간되었다. 하영란 시집 『미안한 방향』은 세계 속에서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한 개인의 오류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그 오류를 스스로 교정해 온 고심의 기록으로 가득하다. 하영란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는 통렬한 최선은 그래서 아름답다.
저자

하영란

경남진주에서태어나대학에서국어국문학을,대학원에서국어교육을전공하고,철학과대학원에서사회철학을공부했다.2010년《새시대문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시집으로『다시또너에게로가는저녁』이있다.경남PEN문학회,경남문인협회,김해문인협회,가야여성문학회에서활동하고있다.수로문학회에서【지역작가를조명하다】북콘서트진행을맡고있다.

목차

제1부
몰입13/호모사케르14/상처입음에대한단상16/어떤파업17/풋사과의비행18/달이떠오른다20주름을팔다21/세기에게22/단테연가24/하필,재채기가나왔다26/예수27/모래의여자28/번역이필요해30/봉곡천에서놀다31/사랑은보이는것보다가까이있다32/미안한방향34

제2부
함양사과37/작심카페38/참나무는참나무로살아가는가40/딸기라떼가스미는아침41/잘려나가는시간42/의미,라는역(驛)44/공부45/어설픈농담46/나의빛나는저녁이48/탓하다49/독서50/줄무늬는마음에비처럼내려온다52/달의미로53/인정의무게54/자아비판56

제3부
독백과여백사이59/머물렀던곳은아름답다60/입을맞춘다는것62/물방울이라도되어63/사물이어둠에잠길때64/감정이접히다66/우리의기억은언제나멀다67/허약한내가허기진너를68/개요등70/아름다움에대하여71/우리사이72/다음이라는말74/이름이라는당신75/이제내어깨에기대보렴76/마음이질때78

제4부
조슈아트리81/매끄러움의미학82/유칼립투스로망스83/장유사가는길84/감히아름다운86/가끔은87/다이어트88/아오리90/무거워,지다91/수언흐엉호수에서92/상자94/입추95/지심도96/봄,외치다97/가을숲의전설98/꽃무릇100

해설고영(시인)/101

출판사 서평

하영란의이번시집,『미안한방향』은세계속에서구성원으로살아가야하는한개인의오류에대한뼈아픈성찰과그오류를스스로교정해온고심의기록으로가득하다.세계는압도적인무게와힘으로시인의내면을짓누른다.그때마다시인은딱딱하게굳은마음을꺼내다독이며세계에서떨어져나온다.시인이꺼내든그마음은현존재의최소이자최후의원소이다.

검은커피가
밥물처럼나를받쳐주며자라게하던곳
내삶을다시작심하며,마음을다잡았던곳
그곳에서귀기울이며대화의장을열며
한아름의책에검은줄을수없이그었으나
검은줄들은내게도약을종용하며떠날것을권고했다
되는것도없고되지않는것도없는
캄캄한마음을내려놓고,못다나눈대화를내려놓고
쓴물을약물처럼들이켰다

바다를품은고래처럼숨을깊이들이마시며,이곳을찬찬히안아보았다
-「작심카페」부분

개념으로서인간은시공간이빚은존재이다.하지만,“지금,바로,이순간”(「사랑은보이는것보다가까이있다」)을의식하는과정에서정작중요한것은‘어디’라는공간감각이다.인생의초반부에시간에집중하다가나이가들수록정서가형성된공간에집중하는것도마찬가지다.시인은“나의공간이여,나를살아있게하는활력이여”라는최상의찬사로인용한작품을시작한다.‘작심카페’라이름지어진그공간은‘공기청정기와다육이’가있고,창밖으로‘봉황대’가보이는북카페일뿐이다.하지만시인에게는“밥물처럼나를받쳐주며자라게하던곳/내삶을다시작심하며,마음을다잡았던곳”이다.나아가문을닫는순간에도시인은“친정을잃은새댁처럼눈물을찔끔거렸”지만,오히려그공간은수없이검은줄을그었던한아름의책의이름으로“내게도약을종용하며떠날것을권고”한다.작심이“딱히깨친것도없고/그렇다고주저앉을수도없는”(「나의빛나는저녁이」)상태로차츰무뎌지는것을경계하고있는셈이다.
시인이‘작심카페’라이름붙인곳은특별한하나의장소일뿐이지만,‘작심’은자기본령을찾기위해되풀이하는행위이다.유사한작품으로「풋사과의비행」에는“아버지몰래따온/가방속사과가/도서관책상아래로굴러떨어졌다”라는정황이등장한다.어쩌면‘도서관’은시인의마음속‘작심카페’였을지도모른다.하지만,그공간에서는일말의긴장이형성된다.처음에는“아버지몰래따온”즉,허락받지않은‘사과’가주된원인이었지만,일종의비행이계속되면서‘빌게이츠,칸트,조지오웰,읽어버린시간(마르셀프루스트),기형도,스티브잡스,노무현’등등이일종의동경과압박으로등장한다.사과를허락받지못한것처럼앞에나열된인물들에대한이해도허락되지않은것일지도모른다는불안이스며드는것이다.이작품은‘풋사과의비행’이“다늙어빠진사과가/종적을감췄다”라는비극적인결말을보여주지만,전체과정을요약하는기록을남겼다는점에서애틋하지만슬프지는않다고할수있다.
-고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