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현심 시집)

그래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현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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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극하고, 무구하고, 순수한 가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안현심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그래서 정말 다행이에요』가 시인동네 시인선 216으로 출간되었다. 안현심의 시 정신은 무엇보다 거짓되지 않은 가치, 곧 올바른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데서 비롯된다. 안현심이 추구하는 응축과 압축의 시적 방법은 과장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은 그의 진솔한 삶과 닮아 있다. 그래서 안현심의 시를 보면 안현심이라는 사람이 보인다.
저자

안현심

전북진안에서태어나한남대국어국문학과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2004년《불교문예》로시인이되고,2010년《유심》으로문학평론가가되었다.시집『아직그소년이살고있기때문입니다』『소녀를다비하다』『프리마돈나,조수미』『상강아침』『연꽃무덤』『하늘사다리』등과시선집『남편이집을나갔다』,에세이집『현심이』,문학평론집『바이칼호수,샤먼바위를그리워하다』『물푸레나무주술을듣다』,현장강의록『안현심의시창작강의노트』를출간했다.풀꽃문학상젊은시인상,한성기문학상등을수상했다.한남대학교교양교육대학강의전담교수를역임하고,현재한밭문화예술교육원에서시창작을강의하고있다.

목차

제1부
동굴ㆍ13/돌탑에대한이분법ㆍ14/배롱나무ㆍ15/고라니의봄ㆍ16/호박꽃과일벌ㆍ17/암각화ㆍ18/숨비소리ㆍ19/서커스소녀ㆍ20/열흘후ㆍ21/비밀을말해주세요ㆍ22/최초의시ㆍ23/소ㆍ24/이구아수폭포ㆍ25/떡갈나무하느님ㆍ26/늙은맛ㆍ27/전염ㆍ28

제2부
탑골공원ㆍ31/전태일ㆍ32/들풀거미ㆍ33/그사내와살래요ㆍ34/당산나무ㆍ35/탁란(托卵)ㆍ36/금강초롱꽃ㆍ37/우리처럼ㆍ38/외동서ㆍ39/꽃가루에게ㆍ40/상수리나무ㆍ41/미역할매ㆍ42/지렁이ㆍ43/땅벌ㆍ44/슬픈희망ㆍ46/아기멸치에게ㆍ47/신춘문예ㆍ48

제3부
가족의변천사ㆍ51/새처럼ㆍ52/하지(夏至)ㆍ53/찔레순ㆍ54/거미와바람ㆍ55/야생피에로ㆍ56/바얀작ㆍ58/치자색ㆍ59/호저(豪猪)ㆍ60/남근상ㆍ61/열락(悅樂)의길ㆍ62/막고굴의은유ㆍ64/지귀섬ㆍ65/모과나무스님ㆍ66/푸레독ㆍ67/참선하는바위ㆍ68/다람쥐의건망증ㆍ70

제4부
산사람ㆍ73/황구렁이ㆍ74/산솜다리꽃ㆍ75/운주사고랑ㆍ76/아무르호랑이ㆍ78/태고사가는길ㆍ79/조선소나무ㆍ80/천지(天池)ㆍ81/뾰족하다ㆍ82/죽을만큼ㆍ83/푸른시간ㆍ84/할(喝)ㆍ85/증상ㆍ86/그곳에가면ㆍ87/파랑도ㆍ88/안테키누스ㆍ89/보여줄수없다ㆍ90

해설이은봉(시인,광주대명예교수)ㆍ91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아프지않고좋은시를쓰기는어렵다.서럽지않고훌륭한시인으로성장하기는힘들다.안현심시인도아프고서러운가운데저자신을키워온사람이다.“홀로저녁밥을먹으며”자주“소주를마”시고는해온사람이그라는것이다.마음속깊이“누구에게도내색하고싶지않은가시”(「보여줄수없다」)가박혀있기때문이다.
마음속깊이박혀있는가시는늘수많은생각에빠지게한다.이때의수많은생각은항용심미적상상력으로승화되고는한다.안현심시인은바로이때의심미적상상력을응축하고압축해시로만들어온사람이다.그의시에부연과나열보다는응축과압축이많은것도이와무관하지않아보인다.생략과배제의언어에기대고있는것이그의시의방법적특징이라는것이다.
그가추구하는응축과압축의정신은무엇보다거짓되지않은가치,곧올바른가치를소중히여기는데서비롯되는듯싶다.그렇다.지극하고,무구하고,순수한가치를심미적언어로실천하는데초점이있는것이그의시이다.그가시에서자신의삶과관련하여“바윗덩이가가로막아도돌아서지않았다/에둘러가지않았고/폭약을터뜨리지도않았다”고말하는것도이로부터기인하는것같다.어떤일이든지치지않고“오롯이곧게파고”(「동굴」)든것이그의삶이라는것이다.

바람의소리를빌려
게송을외웠어요

가는손가락으로물을길어올려
묵은때를벗겼어요

허랑한말
송곳같은말버리고
가난한눈을연민했더니

멀리서도빛났어요,
희디흰어깨
-「배롱나무」전문

이시의화자는‘배롱나무’이다.그러니만큼이시에는배롱나무의목소리가들어있다.이시가배역의화자를택하고있는까닭,곧‘배역시’가되는까닭이바로여기에있다.그와동시에이시에서의화자인배롱나무는‘객관상관물’로존재하기도한다.“허랑한말/송곳같은말버리고/가난한눈을연민”해온것이실제로는시인자신이기도하다는것이다.
이처럼시인은줄곧허랑하지않은삶,지극한삶,정성스러운삶을추구해온사람이다.이러한삶이최선을다하는삶,곧혼신을기울이는삶과다르지않으리라는것은따로물어볼필요가없다.시를통해그가“일을대하는마음의문제”(「호박꽃과일벌」)에주목하고있는것도기본적으로는이와무관하지않다.
‘마음의문제’에집중하다보면반성과성찰의감정에집중하기쉽다.반성과성찰의감정은뒤를돌아다보며미래를전망하는마음을가리킨다.그의시에“돌탑이무너졌다/훼손당한뼛조각이산비탈을뒹굴었다//누군가의소망이/너에겐우상(偶像)이되었구나”(「돌탑에대한이분법」)와같은비판적시각이드러나있는것도얼마간은이에서비롯된다.
반성과성찰의마음을추구한다는것은저자신의마음을절차탁마하며살아간다는것을가리킨다.저자신의마음을절차탁마하며살아가는삶은저자신의마음을수행하고수도하며살아가는삶을뜻한다.그가추구하는수행하고수도하며살아가는삶은무엇보다맑고깨끗한삶,지극하고,무구하고순수한삶을견지하려는의지와깊이관련되어있다.
-이은봉(시인,광주대명예교수)

■시인의산문

일찍일어나밤나무숲에가면알밤이수북이빠져있었고,아이들은경쟁하듯그것을주워모았다.나는그런일에조금도관심이없었다.“저놈의가시내는무엇이될라고저렇게욕심이없을꼬.”그런내게도한가지욕심은있었다.그것은아이들이생각지도못할형이상학적인세계,내속엔시가자라고있었다.커서무엇이될거냐고물을때마다시인이된다고했다.언니는못난송아지엉덩이에뿔난다더니시인이뭔줄이나아느냐고놀려댔다.어느날,동네처녀총각들이모여다시물었다.“너커서뭐가된다고?”“시인이요.”그들은일제히배꼽을쥐고데굴데굴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