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유리컵 (신선 시집)

불타는 유리컵 (신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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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떠오르는 기표들의 향연
1993년 《시와의식》으로 등단한 신선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불타는 유리컵』이 시인동네 시인선 217로 출간되었다. 모든 예술은 ‘드러나지 않게 들키는’ 어떤 지점을 지향한다. 그런 점에서 신선 시인이 그동안 일관되게 우리에게 보여준 일련의 노력들은 마땅히 평가받아야 한다. 이 시집은 그 노력의 결과이자 집대성이다.
저자

신선지음

경남통영에서태어나인제대학교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93년《시와의식》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등불하나가슴에걸어두고』『카오스의저편』『사라지는것들을위하여』『봄의현상학』『나의타클라마칸』『갈릴리의눈』『매우단순한저녁』『달의미로』와산문집『나의사랑나의어여쁜아이들』『나의뜨락엔그늘이없다』가있다.한국시인협회,한국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부산시인협회상,부산크리스천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오펜바흐의슬픔ㆍ13/비둘기의진화ㆍ14/기하학적도형ㆍ16/계란프라이ㆍ17/길위의인문학ㆍ18/불타는유리컵1ㆍ20/불타는유리컵2ㆍ21/산책ㆍ22/봄의평설ㆍ24/코스모폴리탄ㆍ25/푸드트럭ㆍ26/길의좌표ㆍ28/망각의덫ㆍ29/그해가을의잎들ㆍ30/절망의양식ㆍ32

제2부
트라우마ㆍ35/내부수리중ㆍ36/나는흘러서섬이될것이다ㆍ38/정월바다ㆍ40/칸딘스키의포물선1ㆍ41/칸딘스키의포물선2ㆍ42/첫눈ㆍ44/환승역ㆍ46/물결처럼ㆍ47/인내할수없는슬픔은강이된다ㆍ48/태풍주의보ㆍ50/상처,라는콘텐츠ㆍ52/목련2ㆍ53/숙면ㆍ54/조율ㆍ56

제3부
관계ㆍ59/명왕성그대ㆍ60/소보로빵을구우며ㆍ62/창문근처ㆍ64/처서ㆍ65/나부코그슬픈가락ㆍ66/오디ㆍ68/단순한에코백ㆍ70/폴세잔의정물1ㆍ71/폴세잔의정물2ㆍ72/타샤의정원일박ㆍ74/날이저물면ㆍ75/봄날의끝ㆍ76/달하나가ㆍ78

제4부
블랙마스크ㆍ81/라임오렌지ㆍ82/공백ㆍ84/아보카도나무1ㆍ86/아보카도나무2ㆍ87/피아노변주곡ㆍ88/어느배롱나무ㆍ90/걸어다니는꽃ㆍ92/입춘대길ㆍ94/라구나호수ㆍ95/여름어느날ㆍ96/은파그리고안개ㆍ98/망막ㆍ100/너의부재에대하여ㆍ102/냉장고ㆍ104

해설정병근(시인)ㆍ105

출판사 서평

신선시인의시는매우빠른템포의언술을구사한다.하나의어휘가충분히음미되기전에또다른어휘를연속적으로첨가하여의미를이어가는방식이다.예열과정이없이센불로단번에비등점에도달하여끓어오르는상태를지속하려는성향을보인다.끊임없이연속하는관념어들에의해공중에들어올려진시는마치표현주의추상화를보는듯하다.음악(청각)적이고회화(시각)적인용어들을자주차용하여시에이식하려는의도들이눈에띄는데,이는장르의한계를뛰어넘어새로운전위로까지확장해가려는시인의부단한노력의결과로보아도무방할듯하다.
신선시인의이번시집에는음악용어와회화취향이부각된다.‘피아니시모’,‘아르페지오’,‘안단테’‘포르테’등등의용어와‘칸딘스키’,‘세잔’등의작품을불러와서청각적이고시각적인환상을동원하고있다.그렇다면신선시인이시에서추구하거나말하고자하는것은무엇일까.필자는‘상처’,‘얼룩’,‘여섯손가락’,‘그대’등의단어들에주목한다.이들단어들은과거의정신적상처나신체적장애(?)등과관련이있을법하다.이런특징을기반으로시집전체를이해하는데비교적중요한의미가있다고생각하는몇편을뽑아감상해보고자한다.

그대투명한이빨사이에서
가지런히눈부신해가떠오른다

바람에이는가슴가득
하얀동공은날카롭다

탁자위에서닫힌지평이눈을뜬다

그대가잠든밤이면
맑은허공한자락입을벌려
들판위에끝없는안개풀어놓는다

눈뜨는마을이보이고
가슴언저리로물살경쾌하게뿜어올린다
거품일어서는그대심장위로
날마다떠나는인간들의흥겨운노래퍼져나간다

물결은수평선까지출렁인다
-「불타는유리컵1」전문

이시는‘유리컵’(술잔)과‘그대’를오버랩한환상이미지를그리고있다.“그대투명한이빨사이에서/가지런히눈부신해가떠오른다”는구절은마치한장의연출사진을보는듯하다.“탁자위에서닫힌지평이눈을뜬다”와같은구절은표현주의추상화를떠올리게한다.거품이가득한술잔을들이키는‘그대’는아버지(남성)를지칭하는듯하며세계의타락을부추기는상징으로확장된다.무분별한소비와자본주의를추앙하는세태를비판하는윤리적태도를엿볼수있다.그런데“날마다떠나는인간들의흥겨운노래퍼져나간다//물결은수평선까지출렁인다“라는마지막구절을보면바다에접한항구도시의흥청거림같은것도느껴진다.제목의‘불타는유리잔’은세계의낭만과패망사이를넘나드는매개물로보인다.먼옛날술의신디오니소스를섬기며축제와놀이를즐겼던이오니아사람들을연상시키기도한다.
-정병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