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는 팔꿈치 (배종영 시집)

사유하는 팔꿈치 (배종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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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생에 대한 질문과 ‘시’라는 답변
2014년 《시현실》로 등단한 배종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유하는 팔꿈치』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71로 출간되었다. 배종영 시인은 자신의 눈에 포착된 사물을, 그 자리에 깃든 생의 자욱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생의 ‘진실’로 표현해낸다. 그리고 그 표현들은 생이란 무엇인지, 왜 생이란 이토록 힘들고 괴롭기만 한 것인지, 그 힘듦과 괴로움으로부터 우리는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 것인지에 대해 깊이 성찰한다.
저자

배종영

경남창녕에서태어나고려대법학과를졸업했다.2014년《시현실》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천권의책을귀에걸고』가있다.경북일보〈호미문학상〉금상,〈천강문학상〉대상,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창작지원금을수혜했다.

목차

제1부
가령13/빈공14/사유하는팔꿈치16/마중18/독무(獨舞)20/미봉책(彌縫策)22/울음이라는이름24/없다26/냄비바닥을위한호평혹은혹평28/납작한힘30/사슴의몸속에는뿔모양의피가흐른다32/소용돌이에관하여34/어금니를들키다36/비근처38/뜨개질40/식물의경첩42/손이라는숫자44/어떤무게이동의경로46/무거운말48/매화몽(梅花夢)50

제2부
막다른곳53/원인에있어서자유로운행위(actioliberaincausa)54/구(球)56/재목58/숨은글씨60/물빨래62/구름릴레이64/가재이야기66/폐허68/신세지는일70/돌은시간의저장소72/그곳74/귀를엿듣다76/참을만한것들78/구겨진모양들80/수키와가암키와를만나면82/동심원깨지는소리를듣다84/식물의진단86/모퉁이들88

제3부
우묵하다91/쉬오크번식법92/웃자란나이94/내일은힘이세다96/우야든동98/근처100/물소리102/꼬리의힘104/날짜를잡아놓고106/눈길108/고무장갑을위한변명110/분장(扮裝)112/숨114/엉거주춤116/남지개비리길118/방석120/달의모서리122/철든물124/체인들126

해설임지훈(문학평론가)127

출판사 서평

한사람이견뎌야하는생의기울기.마치,지구가태양에대해완전한수평과수직축을이루어공전과회전을반복하는것이아닌것처럼,모든인간또한지면과하늘에대해완벽한수평과수직축을이루어살아가지는않는다.모든인간의생은고된것이지만,그고됨은모두각기다른특수성을지니고있기에,모든인간은자기생의특수한기울기를감당하며나아가야만한다.쓰러질듯,그러나쓰러지지않으며,때로는그쓰러질듯한생의고됨이그를더욱회전하며나아가게만드는것이다.어쩌면배종영시인한사람의기울기에머무는시선이란,이처럼한사람이감당해야하는자기만의기울기에대한애정어린시선이라이야기할수있을것이다.
한사람의생이완전한방식으로이루어지지않는다는이와같은특수한인식은「미봉책(彌縫策)」이라는시에서다른방식으로전개된다.다만앞의시가시선의이동으로부터수평과수직을오가며끝내어떤깊이와기울기를견인해냈던것과달리,이시에서는생의방식에대한물음으로부터답을이끌어내고자노력하면서앞의시와는또다른인식을견인하고자노력한다.

미봉책,
한자(漢字)로풀어보면두루꿰맨일이라하는데
그렇다면매일갈아입는의복들은다
여기저기깁고꿰맨미봉책에불과한것아닌가
세상의망자들이남겨놓은옷가지들이란
생전의이름으로다해져서
아무도그옷을입으려는사람이없는것처럼
본래의융기(隆起)가아닌것들은모두
일시적으로꿰매고이어붙인것에불과하다

요즘같은날씨라면
봄옷몇벌쯤은짓고도남을것같다
원래날씨야말로가장얇거나두꺼운옷감들이라
어떤날씨는옷을벗게하고
또어떤날씨는옷을껴입게하지만
그때마다날씨라는거대한순리앞에
겨우미봉책에불과한몇벌옷으로
두루대처하는것이다

미봉책은잠시머물다가는것,
그런찰나적미봉(彌縫)에기대어
우리는일생을사는것인데
그미봉조차도다뜯지못하고간다면
그미봉을걷어낸완전한옷한벌은언제입는가

아마도그건,
어머니의뱃속시절과
사후의널빤지한벌이아닐까
-「미봉책(彌縫策)」전문

우리는살아간다는것이실수와후회없이이루어질수있으리라믿는다.마치한벌의옷이아무런재봉선도구멍도없이이루어질수있다고믿는것처럼말이다.그런데만약한벌의옷이재봉선도없고구멍도없이단한목의천으로이루어진다면,그건옷이라고할수있을까?어떤곳도이어지지않고터지지않은그것은다만천을잘라놓은것에불과할뿐,결코옷이라고부를수는없을것이다.
이시에서시인은인간의한생애를옷한벌에비유하면서그사이에이루어지는공통점과차이를세밀하고도깊이있게바라본다.그리고는그교차점으로부터독특한사유를길어낸다.‘미봉(彌縫)’이라는한자어의유래에대해살피며시작되는이시에서,화자는하나의의문을제시한다.예컨대미봉이라는말이있는것은마치완전히봉해진것이있기에그에미치거나준하지못하는사례를일컫는것처럼보이지만,사실모든옷은“여기저기깁고꿰맨”미봉에불과하지않은가라고질문을던지는것이다.이것은단지옷에대한비유일뿐만아니라,인간의생에도고스란히적용될수있는이야기이기도하다.그러나시인은옷과인간의생사이의연관관계를쉽사리드러내지않으며“미봉”과“옷”에대한비유를끝까지밀어붙여,끝내모든미봉을걷어낸완전한옷한벌에이른다.그리고이지점에서시인은드디어“옷”으로부터인간의생애로이어지는한구절을내뱉는다.완전한옷한벌은오직“어머니의뱃속시절”이라는태초와그모든생이끝에다다르는종결의지점“사후의널빤지한벌”이라는단정한말로써말이다.
-임지훈(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