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공명 (윤창도 시집)

지독한 공명 (윤창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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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통과 공명을 꿈꾸는 시
2008년 《문학저널》로 등단한 윤창도 시인의 첫 시집 『지독한 공명』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72로 출간되었다. 윤창도 시인은 척박한 노동과 가난한 일상을 견디면서 ‘보이지 않는 손(자본주의 체제)’에 의해 억압되고 거세된 욕망을 회복하고자 노력한다. 그런 시인의 의지는 니체의 ‘자유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그가 누구보다 시와 생활에 진실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저자

윤창도

1964년경주에서태어나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2008년《문학저널》로등단했으며,수요문학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그리움13/길을가다문득14/통증한장16/인대가파열되었다17/벽너머방으로가고싶다18/풍경20/얼룩을뽑고있다21/산딸기한움큼22/새벽강으로가는24/모래26/슬픔을패스하는아스팔트27/고라니가로드킬당했다28/너를만나행복한산더덕꽃30/어둠이내리면31/소가되다32/혹,우리들의사랑도34

제2부
불면37/꽃떨어진다38/풍경240/복사기앞에서서41/3초간42/수몰지구로간김씨44/매미소리45/너핫도그여46/맨홀뚜껑을열며48/여명49/이런노래를꿈꾸며50/슬픔이녹다52/출근길53/열리지않는방54/불완의정원수를생각함56

제3부
봄을생각함59/봄을느낌60/삼월은자유다62/봄64/봄에들어서다65/비오는날의象66/칼갑니다68/꿈이야기70/관계71/꽃노래72/이런풍경74/봄앓이76/봄언저리에내려서면78/호박을보며80/잠82

제4부
파종85/도꼬마리풀86/강변에서88/들판에서89/풀의노래90/들의노래92/눈오는날의象93/누님에게94/요람에서무덤까지96/경계97/편지98/오,어머니100/지독한공명102/병실일지104/우리들의고향106/장대비108

해설정병근(시인)109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어떤기교도정직함을이기지못한다’는말이있다.정직함은진실성과통하며예술의미학적판단기준인‘진실성/전문성/창의성’중에맨앞에놓이는덕목이다.윤창도시인은시에대해누구보다진실한태도를보인다.자연친화적인정서에기대고있는그의시는생활에기반을두고호흡하면서무의미하게소모되는자신을각성하고부조리한세상을향해소박한목소리를던진다.그의시가지향하여깃들고자하는지점은가족과정주(定住)하며행복하게살아가는자연상태의원형공간이다.척박한노동과가난한일상을견디면서‘보이지않는손(자본주의체제)’에의해억압되고거세된욕망을회복하고싶은시인의의지는니체의‘자유의지’와도맞닿는다.자연의건강한몸으로바깥세상과‘소통/공명’하고싶은열망이내재되어있다.그의시에는계절적인상념이많이보이며특히,‘봄’이가지는시적상징을자주활용한다.얼었던땅이풀리고만물이생동하는봄이야말로소통하기가장좋은계절이아닌가.
한편,이시집의표제작「지독한공명」에나오는‘공명’은이상적인소통으로서의공명이라기보다오히려그반대즉,매너리즘에빠진습관적공명을경계한다.일상의공명에매몰되면살아있는감각을잃는다는아이러니가돋보이는발상이다.
시집은전체4부로구성되어있는데부의구분에특별한기준을찾기어렵지만,3부의‘봄연작’이두드러진다.제1부는과거를돌아보는시편들이고,제2부는노동과일상을넘나들며겪는실존적비애를담고있으며,제3부는봄을예찬하는연작시편들,제4부는고향과원가족(부모형제)을그리워하는‘귀거래사’이다.이런전체적인맥락을염두에두면서시집에서중요한비중을차지하고있다고판단되는몇편을뽑아감상해본다.

객지생활삼십년,원룸짓다그만둔
건설현장앞비틀거리며지나가다
모래더미위에
급히오줌을누게되었다
웅크렸던도둑고양이가화들짝놀라도망가고
쉬‐이‐이‐

밤별유난히반짝인다
어둠속에달맞이꽃도밝아온다

모래더미는,뜨건분비물을모두받아들여
이내흔적을감추고있다
어머니사랑처럼
-「그리움」전문

시집의맨앞에실린시인데,“객지생활30년”이라는구절을통해시인의이력을짐작할수있다.건설현장모래더미에오줌을누는행위는공중도덕을어기는일이지만시에서는그다지중요하지않다.어김으로써오히려일탈의해방감을느낄수도있으니까.시인은오줌을누면서막힌곳이시원하게뚫리고뭔가따뜻해지는느낌을받는다.“밤별유난히반짝인다/어둠속에달맞이꽃도밝아온다”는표현은스트레스가이완되고차분해지면서비로소자연과소통/공명하는순간을나타낸다.오줌을다누고난시인은오줌이금방스며드는모래더미를보면서자식의모든것을받아주는어머니의넉넉한품속같은사랑을느낀다.
이시외에도‘모래’를소재로한시가한편더보이는데“물변녘빛살에찔린모래여,/너는눈물이유독흔타”(「모래」)라는진술은바람이나물결을따라움직이는모래의속성을인생의모습에비유하고있다.

공원구석진곳에서오줌을눈다
목련나무뒤에숨어서눈다
이유없이툭,툭꽃잎지는소리에
몸움츠리며남몰래훔쳐누는방뇨
도망가는봄같다

노름빚에쫓기듯누는오줌
순식간목련나무밑동을후벼파는
치명적소통,
작은구멍하나뚫고있다
저거침없이터져나오는오줌발
호스를자르거나무거운힘으로눌러버린다면
-「꽃떨어진다」부분

위의시는앞의시「그리움」과유사한‘방뇨경험’을시적모티브로삼고있다.“순식간목련나무밑동을후벼파는/치명적소통,/작은구멍하나뚫고있다”방뇨를하면서세상과소통하고있다고말하는시인의생각이통쾌하고재미있다.억압당한채꽉막혀있는현실을살아가는시인의처지를짐작할수있다.방뇨행위를통해윤리적인간이전의원시자연인의몸으로돌아가고싶은시인의마음이읽힌다.이런정서는시집전체를관통하고있다.
-정병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