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전히 당신

당신은 여전히 당신

$10.09
Description
하나의 순간, 수많은 영원들에 대한 탐색
1968년 《여원》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송영희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 시인동네 시인선 220으로 출간되었다. 송영희는 외부의 풍경과 내면을 겹쳐놓음으로써 삶의 깊은 의미를 투시적 상상력으로 길어낸다. 바깥의 풍경으로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물 너머 세계에 대한 투시적 사유가 돋보이는 이 시집은, 만물이 하나임을 인식하며 이것과 저것을 가르고 ‘나’와 ‘너’를 나누는 모든 구분을 해체한다.
저자

송영희

서울에서태어나1968년《여원》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우리는점점모르는사이가되어가고』『마당에서울다』『그대요나에게』『불꽃속의바늘』『나무들의방언』등이있다.《시문학》우수작품상을수상한바있다.

목차

제1부
조금더천천히걷기ㆍ13/해바라기ㆍ14/고백의위험ㆍ16/초록스카프는어디로갔을까ㆍ18/저녁에새들은왔던곳으로날아간다ㆍ20/하얀새ㆍ21/손수건ㆍ22/모르포나비ㆍ24/그래도아직누구의등이남아있는지ㆍ26/화양연화ㆍ28/눈물병(甁)ㆍ29/나의호접몽ㆍ30/뿌리에게ㆍ32/오늘의경전ㆍ34

제2부
당신은여전히당신ㆍ37/빨강은병이아니야ㆍ38/오후세시ㆍ40/머나먼안부ㆍ42/어떤한시간이ㆍ44/나중이라는말ㆍ46/스무살ㆍ47/모란경전ㆍ48/마찰ㆍ50/내몸이지나가네ㆍ52/잡힌것들이어떻게잎이되어나오니?ㆍ54/이제슬픔을데리고어디로갈까요ㆍ56/달맞이꽃ㆍ58

제3부
냉이는언제캐는가ㆍ61/이십분ㆍ62/춘자네집ㆍ64/꽃,그이상의열매ㆍ66/하양을펼치다ㆍ68/피부의미학ㆍ70/백색화엄ㆍ72/비의잔ㆍ73/후회하지않아ㆍ74/구어도(九漁圖)ㆍ76/해벽ㆍ78/걷는사람들ㆍ80/후생ㆍ82

제4부
그땐그때구요ㆍ85/알수없는먼곳에서ㆍ86/어느십이월의페이지ㆍ88/네잎의화답ㆍ90/집(集)이되는방식ㆍ92/통(通)ㆍ93/문섬ㆍ94/능소화ㆍ96/다시돌아간다면ㆍ98/사이ㆍ99/가을과겨울사이첫날ㆍ100/종일폭설ㆍ102

해설신상조(문학평론가)ㆍ103

출판사 서평

송영희시집『당신은여전히당신』역시나타남과사라짐이라는현상에골몰한다.이는시인이오랫동안천착한테마이기도하다.백인덕시인이송영희시인의『우리는점점모르는사이가되어가고』의해설에서“이시집을공감하는자세로읽는다는것은슬픔에기초한언어들의음영(陰影)과자취,나아가명멸(明滅)을아파하는것”이라고할때의저‘명멸’이바로그것이다.시인은이번시집『당신은여전히당신』에서이러한테마를‘정지와예감’의방식으로표현한다.이는현존하는현실을정지시키고,그리고그현실이앞으로사라지리라는것을인정하며구축하는방식이다.

장작을태우며연기와한몸이된다
나참오래젖어있었구나
몸도마음도푹젖어그것도모르고제단앞에
슬프면엎드렸구나

이저녁
몸을태우는일이가장엄숙한의식이라한다면
불길을바라보는일도한생을마주하는일이라한다면
바짝잘마른장작도못되면서
밤마다고백이라니

나무의심장이었는지,노래였는지
어쩔수없이사그라지는
오늘내가태워버린이나무의기록들은
어떤형상으로몸을뉘어갔을지
아니면서쪽바람을따라다시나무에게로돌아갔는지

연기의감정만자욱한
언제나나는나이기위해서울었었지

갓자른나무일수록축축해
오늘저녁도나는젖은연기를토해놓을것이다
-「고백의위험」전문

장작을태우는일이몸을태우는일로바뀌어있다.태우는주체에서타는객체로의전이(轉移)다.불길과마주해있던시인은자신을장작과동일시하거나(“이저녁몸을태우는일이가장엄숙한의식이라한다면”),자신을객관화하며(“불길을바라보는일도한생을마주하는일이라한다면”)제단앞에엎드려절대자에게간구하듯자신의생을‘고백’한다.장작은‘갓자른나무’의축축함을간직하고있고,그축축함은“바짝잘마른장작도못되면서”생이라는제단앞에자신을불사르는시인이라는존재로전화(轉化)한다.
‘갓자른나무’가가지는의미는중층적이다.잘마르지않아서연기만피우는장작을의미하는동시에,‘갓’은“몸을태우는일”에해당하는“엄숙한의식”이진지함을동반한일상적실천임을강조한다.또한‘갓자른나무’는“나참오래젖어있었구나”라는구절과의미가중첩됨으로써다양한해석을낳는다.갓자른나무의“축축”함에서환기되는건제단에바치는제물에서흘러나오는피다.또한‘젖어있는나무’란생의전과정에관여하는삶의비의를암시한다.이처럼불길에타오르는장작이시인의현존을빗댄사물이라고할때,그사물의현존이잡을수도없고만질수도없는‘연기’로드러남은의미심장하다.연기는“어떤형상으로몸을뉘어갔을지/아니면서쪽바람을따라다시나무에게로돌아갔는지”를짐작할수없는무형의형체인역설적존재이자,분명존재하지만사라지는상태에불과하기때문이다.다시말해송영희시에서의연기는현존하는존재의현실을정시시킨모습,장차그현실이가뭇없이사라지리라는것을예감케하는‘위험한’사물이다.
-신상조(문학평론가)

■시인의산문

장미정원에서아침꽃들을본다.장미들의표정은여전히화사하고그윽하고반짝임으로충만하다.빨강은빨강대로분홍은분홍대로하양은하양대로모두지극하다.마주치는순간온갖비밀을건넬거같은,꽃들은온몸이얼굴이면서마음이면서오늘이다.오늘이여전히상큼하고깊었으면좋겠다.홀로있을때나무리지어있을때나장미는장미일때가장아름답다.저물녘장미라고딱히애틋할것은없다.다만비밀이늘어갈뿐.그래서어제보다오늘이좋다.그러니당신은당신의자리에서여전히아름다우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