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두근거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손영희 시집)

세상의 두근거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손영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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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저 쓸모없는 것들의 고귀함
200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손영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세상의 두근거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가 시인동네 시인선 224로 출간되었다. 손영희 시인은 쓸모와 효용성의 이데올로기가 주변화한 것들을 주목한다. 그동안 우리는 합리성과 이성의 잣대로 얼마나 많은 “세상의 두근거림”을 버렸는가. 하여, 손영희 시인은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 속에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두근거림”의 기원과 힘을 찾는 일에 매진한다. 이 시집은 근대성이 버린, 쓸모없는 것들의 고귀한 목록을 보여준다. 거기에 근대 이후의 새로운 시적 이정표가 있다.
저자

손영희

시인

충북청주에서태어나창신대문예창작과,고려대인문정보대학원을졸업했다.2003년《매일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불룩한의자』『소금박물관』현대시조100인선『지독한안부』등이있다.오늘의시조시인상,이영도시조문학상신인상,중앙시조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시래기엮음歌ㆍ13/정류장연가ㆍ14/고비,사막ㆍ15/오후를논하다ㆍ16/뿔이무슨상관이랴ㆍ17/다시,11월ㆍ18/그겨울,변산반도ㆍ19/느티나무정자ㆍ20/빈집의서사ㆍ21/해질무렵ㆍ22/봄밤ㆍ23/이른저녁의詩ㆍ24/밤을주우며ㆍ25/미혹ㆍ26

제2부
문산택시승강장에서ㆍ29/옥천사ㆍ30/세비야ㆍ31/적막한채ㆍ32/우후죽순ㆍ33/장산댁ㆍ34/한식뷔페ㆍ35/진천댁ㆍ36/느티나무의폐업ㆍ37/정자리의밤ㆍ38/소나기ㆍ39/목발ㆍ40/동춘서커스ㆍ41/막간ㆍ42

제3부
제비꽃물김치ㆍ45/내가읽은월아산ㆍ46/귀환ㆍ47/고립,혹은희망ㆍ48/탁구를치러갔네ㆍ49/변두리사설1ㆍ50/변두리사설2ㆍ51/버스정류장2ㆍ52/산30번지ㆍ53/오해ㆍ54/흑백사진2ㆍ55/레커ㆍ56/캐리어ㆍ57/사진속으로ㆍ58/고추밭서정ㆍ59/동질감ㆍ60

제4부
늪ㆍ63/우포산책ㆍ64/여름우포ㆍ65/가을,쪽지벌ㆍ66/겨울우포늪1ㆍ68/겨울우포늪2ㆍ69/나의과수원ㆍ70/달빛아래ㆍ71/파문1ㆍ72/파문2ㆍ73/정자리사설1ㆍ74/정자리사설2ㆍ75/포수ㆍ76/택호ㆍ77/살모사ㆍ78

제5부
산촌에서열흘2ㆍ81/길ㆍ82/완경ㆍ83/꽃잎들우글거릴때ㆍ84/일월에서ㆍ85/흑백사진2ㆍ86/폭설ㆍ87/창고ㆍ88/실업급여수급자를위한취업희망카드ㆍ89/나트랑오토바이1ㆍ90/나트랑오토바이2ㆍ91/삼탄아트마인ㆍ92/비오는월요일ㆍ93/책벌레ㆍ94

해설오민석(문학평론가)ㆍ95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벤야민(W.Benjamin)은「생산자로서의저자」에서현대작가의가장긴요한과제를“작가가자신이얼마나가난한지를깨닫는것,그리고처음부터다시시작할수있기위해그가얼마나가난해져야만하는지를인지하는것”이라고하였다.가난의다른이름은궁핍혹은결핍이다.자신과세계의궁핍을보지못하는시인은시인이아니다.자신과세계의가난을깨닫는것이야말로시의출발이고,그런출발을하기위해서시인은누구보다“가난해져야만”한다.물론여기에서말하는가난이란물질적가난을이야기하는것이아니다.시인이라고해서왜경제적으로없이살아야만하겠는가.벤야민이말하는가난은궁핍에대한‘민감한인지의상태’를의미한다.시인은예민한안테나로자신과세계의헐벗음을포착한다.이포착의순간,자아와세계는문제적인것(theproblematic)이되며시인은문제적인사유를시작한다.가령,왜존재는빈구멍으로가득한가.세계는왜존재들의행복으로충일하지않은가.이시집의제목처럼“세상의두근거림은다어디로갔을까”.시인이세계의궁핍을따지듯건드릴때비로소시적사유가시작된다.이처럼가난,혹은가난에대한인지야말로시인이“처음부터다시시작할수있기”위한전제조건이다.그러므로횔덜린(F.Hölderlin)이말하는“궁핍한시대”란시인을필요로하는모든시대이다.시인은궁핍한시대에궁핍이없는시대를꿈꾼다는점에서반시대적이다.
손영희시인의이시집은제목에서이미드러나다시피중요한어떤것들이사라진,그리고사라지고있는세계에관한질문과성찰로이루어져있다.소수의영웅이세계의주인이아닌것처럼,세계는거대서사의콘텐츠만으로이루어져있지않다.세계의궁핍은“쓰잘데없이고귀한것들”(도정일)의부재때문에생긴다.“고귀한것들”의리스트를“쓰잘데”만으로작성하는자들은쓰잘데없는것들의고귀함을모른다.세계는크기나부피만으로구성되어있지않다.아무런영향력도없을것같은작은것들의끝없는연쇄가세계를만든다.“흙덩이하나가바닷물에씻겨내려가도/유럽의땅은그만큼작아진다”는말은시인존던(J.Donne)의엄살이나허풍이아니다.쓰잘데없는존재는없다.다만쓰잘데없어보이거나쓰잘데없다고사람들이생각하는존재만있을뿐이다.손영희시인은이시집에서우리를궁핍하게만드는,우리를가난하게만드는것들의목록을작성한다.그것들은쓰잘데없어보이지만고귀한것들의목록이다.

느티나무정자가하루종일성업이다

노숙을자처한살림살이도한몫하는

딱한평저승꽃만발한마을속의섬

저명품에끼지못한어정쩡한나는

발치에걸터앉아귀동냥삼매경인데

느티가저녁이가깝다며그늘을거둔다
-「느티나무정자」전문

“딱한평”밖에되지않는“느티나무정자”는“저승꽃만발한”노인들로“하루종일성업이다”.노인들은평생의에너지를거의다소진한,이제특별히할일도없는,어찌보면가장비생산적인존재들이다.시인의시선은이렇게‘쓰잘데없는’존재들에게가있다는점에서효용성과생산성을중시하는근대성의대척점에있다.근대성이존재의‘쓸모’를따진다면,시적인것은‘쓸모’와무관한다른것을찾는다.화자는생산성바닥인“저승꽃”들을“명품”이라높이고,자신을그것에“끼지못한어정쩡한”존재로낮춘다.화자가하는일은쓰잘데없지만고귀한존재들의“발치에걸터앉아”그들의이야기를“귀동냥”하는것이다.그러나텍스트의어디에도왜그들이중요한존재인지에관한직접적인언급이없다.심지어“느티나무정자”는마을에서도분리된“섬”이다.그러나그곳엔죽음이가까워지도록한마을에서함께살아온사람들의소중한공동체가있다.근대의개인적삶(가령이시에서의젊은화자의삶)이공동체적층위에서떨어져나온것이었다면,“명품”인노인세대의삶은개인과사회적층위가촘촘히얽혀잘구분이되지않는것이었다.그들에게너의삶은나의삶이었고,나의삶은너의삶이었다.그들은먼옛날부터다늙어죽음을앞둔지금까지늘‘함께’지내왔다.‘함께’야말로이들삶의모토이다.거대한그늘을만들어이작은공동체를지속가능케한“느티나무”는이명품공동체의오랜역사를암시하는상징물이다.그것은수백년의역사를통해이마을에서일어난온갖개인사/사회사를지켜봐왔으며,지금도거대한품으로그런삶을살아온개체들을품고있다.공동체가깡그리깨져버린시대의시적화자가“귀동냥삼매경”을하는것은바로이오래된공동체혹은이오래된미래의지혜이다.
-오민석(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