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슬픈 파랑 (임수경 시집)

이상하게 슬픈 파랑 (임수경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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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너무도 이상한, 코기토의 세계
단국대학교 자유교양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임수경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상하게 슬픈 파랑』이 시인동네 시인선 225로 출간되었다. 임수경의 시는 ‘죽음에 관한 세계’라고 해도 지난 친 말이 아니다. 죽음에 관한 사유는 현재를 검토하여 미제의 영역을 살펴 ‘삶’을 희구한다는 점에서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임수경은 회피 불가능한 죽음에 기투하여 현재 자기 위치를 확인하고 그 위치에서 미제의 영역을 어떻게 채워야 할 것인지 결단을 내린다. 그럼으로써 죽음으로부터 놓여나는 것이다.
저자

임수경

서울에서태어나2002년《시현실》로등단했다.시집으로『문신,사랑』『낙타연애』등이있다.현재단국대학교자유교양대학교수로재직하고있다.

목차

제1부
슬픈진화1ㆍ13/잔혹한천사의테제ㆍ14/낙화주의ㆍ17/이상하게슬픈파랑ㆍ18/귀환궤도ㆍ20/우리종의사인(死因)은모두고독이다ㆍ22/움켜쥘심장이하나뿐이라쓸쓸한거다ㆍ24/슬픈진화2ㆍ26/굿바이,나의울트라맨ㆍ28/안녕을곱씹는하루ㆍ30/진단명:무화과향에반응하는공황장애ㆍ32/봄날ㆍ34

제2부
임씨표류기ㆍ37/기도할줄모르는자의오후ㆍ38/가지않은길ㆍ40/어젠블러드문이떴다ㆍ42/잔존기억ㆍ44/결벽증ㆍ46/진화일기ㆍ47/불치ㆍ48/오늘의5분ㆍ50/사분의자리ㆍ51/동유럽패키지여행기ㆍ52/몽유(夢遊)ㆍ54/편지PSㆍ56

제3부
자기,격리ㆍ59/라섹의세계ㆍ60/해리성기억장애증ㆍ62/주머니에손넣고뛰지마ㆍ64/맞습니다,종로3가역ㆍ66/우연한사실ㆍ67/지리산한달살기ㆍ68/허밍ㆍ70/낡은춘곤(春困)ㆍ72/퇴고ㆍ74/고양이낮잠ㆍ75/호접문(胡蝶紋)ㆍ76/사계ㆍ78

제4부
파흔(波痕)2ㆍ81/고양이말번역기ㆍ82/낙타의눈물ㆍ84/야,행성2ㆍ86/고백이잠든사이ㆍ87/7월수국ㆍ88/낙타귀환ㆍ90/다시떠오른달ㆍ92/튜토리얼ㆍ93/석양은아직ㆍ96/파흔(波痕)1ㆍ98/엘리스의어린왕자ㆍ100/코기토(Cogito)ㆍ102

해설염선옥(문학평론가)ㆍ103

출판사 서평

임수경에게‘죽음’이란그점에서부정적이거나긍정적이라는양자택일의판단을넘어선다.기억을매개로과거와현재,미제의시간영역을횡단하면서‘당신’의기억과목소리의흔적을간직하고자펼치는사유와상상력이놀랍도록균형적이기때문이다.시인에게죽음의사유는“사실지상의모든생물은/살아가고있는것이아니라/죽음을미루고있는중일지도/무심한듯/아주치열하게”(「슬픈진화2」)여겨진다.이같은태도는삶의무게가어느한쪽에치우쳐있지않으며과거전체와현재,미래의것들로총체성을이루고있음을믿는‘해방된시선’을반영한다.시인에게죽음이란시작과끝을동시에형성하면서전체적윤곽을드러내는존재의한양식이다.정작시인에게문제는죽음그자체라기보다‘당신’의부재와그로인한고독이다.당신의부재는‘나’의존재증명의불가능성이며존재성이부인당하는일이기때문이다.그래서시인은부재의흔적을애써봉합하려하거나죽음을적대시하지않는다.“완전한소멸”(「시인의말」)을꿈꾸면서오히려죽음과의결합을수용함으로써‘나’를구성해갈‘미제’의삶을어떻게결정지어야하는지를사유할뿐이다.
추상적죽음이란원래없는것이다.죽음은언제나“당신이스쳐간모든자리가술렁”(「이상하게슬픈파랑」)대는구체적사건이다.임수경의시는죽음이전‘당신’이라는존재와의관계를사유하고그기억을구체적이미지로조형한결과물이다.화자는광휘를뽑아내는과거속‘당신’이존재와부재사이를왕래하며실존에관한철학적사유를배태시킨다.인디언들이거대한우주에서거미한마리가죽자거미줄전체가요동하는것을포착하고존재자의삶이기실‘당신’과의관계속에화석화된역동적궤적임을파악한것처럼,임수경에게‘당신’의죽음과부재는“우주일부분이,때론전체가”(「잔존기억」)뒤척이는일이다.

당신이좀더머물길바라며
내뜨거운숨을두번더참았다면
어제보다오늘이더길어졌을까
날개를내주고다리를얻었듯
어떤직립은꿈을버리는거다
그러니인사는생략한다
-「슬픈진화1-연옥에서의하루」부분

‘당신’의무거운궤적과부재사이에서화자는‘슬픈진화’를맞이한다.“어떤직립은꿈을버리는”일이며“날개를내주고다리를”얻는일,당신에게“인사는생략”하고비로소‘당신’과의관계에서화자는실존의의미를되찾는다.그동안의임수경시집이‘당신’과의사랑과체험이언표를통해지속되고확장되어시인의의식을가득채워왔다면,이번시집에서는‘당신’을멀리떠나보낸뒤현재의삶이비록“그쪽과저쪽사이”어디쯤놓이더라도“완전한소멸을꿈꾸”며남은생의목적을향해“날개를내주고”얻은다리로“직립”해보려는의지를밝힌것이다.화자에게‘당신’은파장처럼“다가올때보다멀어질때더/낮고깊게폐부를찌르는소리현상”으로존재한다.“멀어지는너,는더집요하게공명”하여화자의현재의삶을뒤흔들고있는것이다.그것은“사방으로젖어들어가는종이,/번졌음에도제뜻을쥐고있는문장”(「낙화주의-도플러효과」)과도같은데,자연스럽게화자는현재의삶을뒤흔드는‘당신’에게서직립을선언한다.“당신이스쳐간모든자리가술렁”대지만,그리고“여전히모를일이지만”,“당신말대로/오래기억된다는건피곤한일일지도”몰라서이제“당신,이쯤에서저물어도된다”(「이상하게슬픈파랑」)라고말하는것이다.
-염선옥(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