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숲 (김성찬 시집)

아내의 숲 (김성찬 시집)

$12.00
Description
生의 쓸쓸함 쪽으로 한 걸음 더
1996년 《포항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성찬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아내의 숲』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76으로 출간되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사유(思惟)가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경우가 있다. 김성찬의 이 시집이 그러하다. 번잡함을 생략한 채 선명하게 그려진 시들이 더 눈길이 간다. 하여 이 시집을 읽는 이의 마음도 조금은 쓸쓸함 쪽으로 기울 것이라 본다.
저자

김성찬

경북포항에서태어나1996년《포항문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푸른시〉동인과포항문인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토란잎13/첫봄의노래14/공벌레의습성으로16/초여름,해일휩쓸던18/둔덕저편흰제비꽃20/매화꽃이난바다로쏟아져내리고21/참고운날들22/겨울엽신(葉信)24/석류나무가글쎄26/못물이자꾸만27/봄날의허기28/정미소가는길30/오래된그늘32/겨울한밤34

제2부
여남바다37/엄마만남았다38/슬픔의민낯40/불혹에는미치지못할42/나의노래44/어리연꽃46/순례의밤47/노안(老眼)48/하,얼마나많은것들이50/태풍의눈은따뜻하다52/하오의못가54/토란밭을지나며56/바지랑대에걸린흰옷자락58/꽃피는감자60

제3부
곶감하얗게꽃이피어63/상옥64/여름비66/두무치68/21세기자본은부르주아,혹은양심은프롤레타리아70/도꼬마리71/엄마의뼈72/세월의통화74/모과76/풀씨하나가77/부끄러움은나의몫78/잎,잎이지다80/아내의숲82/바람의동쪽84/흔들렸다86

제4부
꽃잎을널었다89/별빛보다당신90/나는낡은소리가좋다92/가시연꽃94/일인용전동휠체어시점96/거룩한잠언98/빗방울의자취99/엉뚱에대하여100/쓸쓸한저물녘102/겨울나기104/어리연꽃2105/딸에게106/꽃등107/달의바다108/내생애의무늬110

해설우대식(시인)111

출판사 서평

김성찬시인의첫시집『아내의숲』은만만치않은문장력으로서정적세계를구현하고있다.시집곳곳에서자신만이딛고있는대지의기운과사유의흔적을새겨놓고있다.그의시를읽으며공간과장소를다시한번생각하게되었다.의미있는공간으로서장소란사유의그릇이며세계의중심이라는사실을확인하게된다.장소를바탕으로한핍진한사유는그의시를관념과추상으로부터탈출하게해주는주요모티브이기도하다.나아가일상이라는평범성에서시가나온다는사실은그의시세계를신뢰하게되는계기로작용한다.김성찬이끌어오는알레고리의사물은대체적으로자신이생활하는공간과친숙한것들이다.친숙한대상들에대한묘사를통하여한인간의삶의형식과결정체를투명하게보여준다.

무어그리복장(腹藏)에얹힌설움이멍울졌길래곱던잇몸다헐었다여린잇속이핏물진다얼마나앙다물고버틴중심이었나밤새,저리고또짓물렀던지연록의몸통마다피똥지린다

그런세월이었다몸도맘도태워버린청춘이었다
살아내야만했던핏발선불볕의한때였다
맨발로자갈길걸어터진발바닥기우며진동한동다그쳐온살길이었다

잠시한숨돌리던청하면서정리보경사초입
텃밭머리의석류나무가글쎄손님마마께서내려오셨는가얼굴이죄다뭉그러졌다난치의병을앓는지벌린가슴팍마다피고름이다회복할길없어신음도베어무는,삼켰다끝내뱉어버린덧나지않는먹먹한절규다
-「석류나무가글쎄」전문

이시는표면적으로보면오래된석류나무를묘사하고있는듯보이지만이면에도사린의미망은한인간의굴곡진삶에대한비유적형상이라할수있다.“곱던잇몸이다헐”어“여린잇속이핏물”졌다는석류에대한핍진한묘사는“태워버린청춘”과“불볕의한때”를통과한삶의흔적이라할수있다.나아가“맨발로자갈길걸어터진발바닥기우며진동한동다그쳐온”길이란시적화자의삶에대한비유물인셈이다.맨발로거친길을마다않고가쁘게걸어도달한지점의인생이란잔인하도록붉은석류와동류의정서를유발하는것이다.“얼굴이죄다뭉그러”지고“가슴팍마다피고름”이고인석류나무에는한인간의역정이아로새겨져있다.석류나무가하나의자화상혹은인간상으로변이되는지점의절정은“절규”라할수있다.모든슬픔을안으로만새기다끝내겉으로터져나온상처의흔적이석류이며동시에삶의다른이름인셈이다.“둥글게몸을만다,완충의비법이다/강한충격에도불구하고넘칠듯/넘치지않는대양같은점잖은태세이다”(「공벌레의습성으로」)로시작한시에서도공벌레라는대상은시적화자의삶의표상이다.어둡고습한곳에숨어살다가적이나타나면몸을둥글게마는습성의벌레를통하여세상의풍파를감내하며긍정적으로살고싶다는욕망을보여주는데이도알레고리의형식을취하고있다.나아가“둔덕저편홀로고개숙인,저흰제비꽃”(「둔덕저편흰제비꽃」)도할머니에대한비유적형상이라할수있다.할머니의적막한삶과죽음이“흰제비꽃”으로환치될때죽음이란비극너머인생의완성된형식으로드러나게된다.김성찬시인의시속에서알레고리적비유는철저히주어진인간의운명을감내하며끝내아름다움의절정으로승화시키는방법론적기제인셈이다.
-우대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