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사랑 (조경석 시집)

여백의 사랑 (조경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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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비울수록 가득 채워지는 여백의 사랑
2013년 《경남문학》 신춘문예로 등단한 조경석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여백의 사랑』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77로 출간되었다. 비울수록 차오르는 ‘여백’은 조경석 시인이 추구하는 문학의 본질이자, 남은 생의 비원(悲願)이고 이상향이다. 사랑 또한 여백처럼 비울수록 가득 채워지기를 바라는 시인의 숭고한 정신이 이 시집 속에 녹아들어 있다. 조경석 시인이 왜 ‘담 낮은 우물’을 뜻하는 정원(丼垣)이라는 아호를 갖게 되었는지 이 시집을 읽는 눈 밝은 독자들은 금방 눈치채게 될 것이다.
저자

조경석

경남밀양에서태어나진해에서성장했다.2013년《경남문학》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이면의이면』『내별에이르는방법』『별에게손을내밀다』가있다.2013년〈디카시〉공모전최우수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은목서13/겨울꽃14/오직당신15/눈부처16/네곁에서서럽다17/사랑을기다리다18/물빛사랑19/바람은끊임없고20/참숯등신불21/밤의모닥불22/시월속의이진법23/시월의열꽃24/야단법석25/아직녹슬지않았네26/밤의입구에서27/여백의사랑28

제2부
만추31/호미곶32/도구에중독되는시상33/어여머리가락시34/챗GPT와의다툼36/후천개벽의시류38/상목(橡木),섬들의연방39/라면끓여먹다가40/괄약근의힘42/별호가자라나는몇가지단상43/빙전(氷戰)시대가온다44/달무리깎아썰기46/토할수없는47/나는외친다48/달밤의정원49/흑연의검(劍)50

제3부
바람의꽃,상고대53/겨울한라산산록54/청학연못을읽다55/지리산북해56/겨울연리지58/북해에서의조우59/수요일의소확행60/고백62/기다림63/자주의문의배낭을지고64/화왕산에서65/서석대에서66/지리산종심깊이68/북향해먼눈팔다69/쉐락볼튼에서다70/혀끝에걸터앉아71/프레이케스톨렌72/피오르드를질투하다74

제4부
중견의그늘77/갈길이아직멀다78/꿈꾸는동행79/세번째삶80/달관의곁길82/고희83/별소리쟁인나무84/네번의소요유(逍遙遊)85/신에가까운일생86/돌아가는길88/하루89/너무늦게도착한별하나90/폭포앞에서92/쓸모없는쓸모93/세석산장에서94/MLT-D111S/TND95/환절기속타오르는불꽃96

해설고영(시인)97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시선닿는곳이세계의전부일리없습니다.다알고있는것같은데,눈앞의사태가생생하고절실할수록마치전부이고최후라고생각하게됩니다.본다는것은‘선택과배제’의행위이고,인간은자신이선택한것을중심에두도록진화했기때문일겁니다.그러니인간은늘괴롭습니다.선택도괴로움을수반하며배제또한괴로움을수반하긴마찬가지입니다.그래서일까요.현자들은마음이가는대로살라고합니다.언뜻생각하면참무책임한말같기도하면서도현명하기이를데없는말인듯도합니다.우문현답(愚問賢答)이란말은이럴때쓰는것인지도모르겠습니다.한권의시집을읽을때도‘선택과배제’의행위는유효하게작용합니다.다만‘선택’에좀더초점을두고읽게되는건한권의시집속에는한시인의세계관이오롯이담겨있기때문입니다.그러니타자의세계관을‘배제’의차원에서읽을수는없는노릇입니다.
그럼이제부터조경석시인의시집『여백의사랑』을‘선택’에집중해서읽어보도록하겠습니다.필자는시집을읽을때먼저중심어휘가무엇인지살펴보게됩니다.그러다보면의도하지않아도중요하다싶은몇개의어휘가시선을잡아끕니다.다만,시에등장하는어휘는일상의그것처럼무엇을지시하거나전달하면서순순히끝나지않습니다.메타포(metaphor)는무수한이미지의연쇄,즉원래자신을지시하는서술을벗어나면서의미를확장하고가치를만드는작용을하기때문입니다.

구름바다는절정을머금은듯
산수화를적시다티없이맑아진다

구상나무는불꽃을쟁인듯
눈꽃속에서봄을지피고

사람의말내려놓은여기
천연의이야기가꽃피는듯

바람은신발마저벗어놓고앉는다
골짜기자리잡은절집한채
-「지리산종심깊이」전문

인용시는‘선경후사(先景後事)’,즉‘풍광(風光)을먼저보여주고심회(心懷)를얹는다’라는전통시작법의전형을잘보여줍니다.본문에‘산수화’라는언급도있지만,“사람의말내려놓은여기/천연의이야기가꽃피는”순간을비상하는매의눈으로포착해서‘종심깊이’라는입체감을더해군더더기없는이미지로만듭니다.어쩌면,우리가알고있는‘여백의미’라는개념을구체적으로형상화했다고도할수있겠지요.더불어‘종심’이이번시집의중심어휘중하나라고저절로유추하게합니다.
조경석시인은종심(從心)에이르러서도회의(懷疑)하기를멈추지못합니다.그는「고희」라는시에서“마음을좇아/뭘해도어긋나지않는다”라는‘옛어르신의말씀’은그뜻이분명하고눈앞의자연또한천천히타오르는“옅은물빛의종심”으로제얼굴을여실히보여주지만,자신은아직“몸과함께취한마음”을더보듬어야한다고고백합니다.그래야하는이유를시인은다른작품에서‘곁길’이라는아주적절하고구체적인이미지를통해보여주면서독자들을설명없이공감에이르게합니다.
-고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