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출구에서 우리는

세 번째 출구에서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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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로테스크한 서정의 세계에서 우리는
2009년 《강원작가》로 등단한 서이령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세 번째 출구에서 우리는』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79로 출간되었다. 서이령의 시는 그로테스크한 무언가에 깊이 탐닉한 주체를 내세워, 우리로 하여금 시인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만든다. 차갑고 무정한, 파편화되어 흩날리는 동시에 주체를 진득한 기억의 늪으로 빠뜨리는 이 세계는 우리와 동일한 객관적 세계이면서 탐닉하는 주체에 의해 주관화된 세계라는 점에서 이채로움을 발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세 번째 출구에서 우리는』의 시적 세계는 “어느 방향으로 몸을 돌리든/우리는 바뀔 것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살아 있으며 계속 걷을 수만 있다면 그 세계는 단지 고통으로만 점철될 수는 없으며 언젠가는 한 가닥 희망의 빛줄기를 만나게 되리라는 추상이 깨달음처럼 어려 있다. 그러니 그 세계에 우리들 또한 몸을 던진다면, 개별자로서 경험하는 고통이 무한히 반복될 수는 없다는 사실과 그 고통이 무의미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또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서이령지음

시인

충북제천에서태어나상지영서대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09년《강원작가》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오래된맑음』이있다.현재강원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2024년강원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수혜했다.

목차

제1부
다국적13/Delete14/거울의뒷면16/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오후18/아직살아야겠으니19/그女子의집20/소문22/아무도그녀를열지않는다24/세번째출구에서우리는25/검은민들레26/떠날준비28/우리의관계30/전봇대32/그린아파트34

제2부
달력은간다37/무례한생각38/모노드라마40/나의비니42/모래와나방43/차갑지않다44/모래의날들46/밥이되는동안48/뱀꿈49/안개주의보50/프로필사진들52/지구계약서53/모델하우스54/집으로56

제3부
내마음속빈집59/보라의둘레60/강물전시관62/단풍63/나비의춤64/능소화기다리는남자66/다육이68/꽃비속에우두커니70/또아리굴71/모래여관72/맨드라미74/문득,75/무료사진촬영권76/몽골초원에서78

제4부
산세비에리아81/선인장꽃82/일기예보에진눈깨비는없다84/타종86/포스트잇87/알프스의쪽배88/처서90/출구에대하여91/태풍이지나갔다92/폭설94/한로(寒露)96/소란97/호랑거미98/오늘의기도100

해설임지훈(문학평론가)101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오늘우리가마주한서이령의시집,「세번째출구에서우리는」에서시인은무언가에깊이탐닉한주체를내세워,우리로하여금그의눈으로세계를바라보게만든다.차갑고무정한,파편화되어흩날리는동시에주체를진득한기억의늪으로빠뜨리는이세계는우리와동일한객관적세계이면서탐닉하는주체에의해주관화된세계라는점에서이채로움을발한다.그러한의미에서「세번째출구에서우리는」의시적세계는다음과같이요약될수있을것이다.사랑에빠진주체의눈에의해세계는어떻게의미화되는가.그리고이말은그의세계가쉽사리요약될수없는감정과감각,이를테면사랑의편린들로구성되어있음을의미하는것이기도하다.이모순적인요약(불)가능성을파고들기위해,우리는다음의시로부터이야기를시작할필요가있다.

꽃,메시지그리고너
소낙비가내리는창문이그리워져서
눈을감는다
빛이사라지는것을보면서
네가왔다가는것이보이지만
문을열면무너질것같아서
(삭제)

화면속에서만존재하는너
먼곳에사는너
한잔할래허공에잔부딪치는소리
들려
마음을보여주겠다고환하게웃으며
내놓았던꽃다발
(삭제)

하현달처럼기울어가는너
꽃잎시들다가떨어지고있는데
기다리는것도한자리
술잔을채우는것은
찌르레기울음소리로남고
(삭제)

기억속에있는너
술잔속에비친나를건져올려보아도
잊지못하겠지너를
(삭제)

지워도지워도다시그자리
-「Delete」전문

직설적인화법이부각되는위의시에서화자는자연물과언어,그리고탐닉의대상을하나의문장에나열하며시를시작한다.시는그러한나열과상관적으로자연물-언어-대상의연쇄를통해정서적이미지를형성한다.마치화자가지닌기억속의편린인것처럼느껴지는각각의연은개별적인이미지를형성하는데,이이미지들은서사적으로는연관관계가없음에도정서적인유사성을통해마치한사람의이야기인것같은효과를일으킨다.화자는이러한이미지의연쇄속에서거듭“(삭제)”를해나가지만,이는결코완결되지않으며시또한끝나버리고만다.아마도이시를읽은독자라면어렵지않게화자의삭제라는행위가계속해서이어지리라는사실을유추할수있을것이다.
지워도되살아나는기억속에놓인화자,이것이바로이시집을관통하는화자의공통속성이라할수있을것이다.화자는이처럼지울수없는기억,혹은과거가되어버린사랑의현실로인해고통받고있으며,그러한고통은화자로하여금자신의눈에비친모든사물을그러한사랑과의연관관계를통해서의미화하도록만들고있다.예컨대시에등장하는사물의명칭들,“소낙비”,“창문”,“빛”,“문”,“잔”,“꽃다발”,“하현달”,“꽃잎”,“찌르레기”의울음소리와같은것들은우리가살아가는객관적현실속에위치한사물들그것이면서,동시에그것이아니기도하다는이야기이다.왜그런가?주체의현실속에서그러한사물은잃어버린사랑의대상으로서의‘너’와의연관관계를통해서만그의미가부여될수있기때문이다.
객관적현실과주관적현실의틈새,서이령의시가파고들고자하는부분은바로이부분이다.그의시는어렵지않은일상어를중심으로구조화되어있으되,간혹독특한시적정서를전달하거나혹은일상적인의미와는다른의미로통용되는시어가존재하곤한다.때문에우리는이시를읽으며그가제시하는언어들로부터객관적인현실과의여집합적의미를감각하게되고,그여집합을통해주체가놓인현실의아스라한통증또한동시에감각하게된다.
-임지훈(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