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습관 (심강우 시집)

사랑의 습관 (심강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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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비대칭의 세계와 언어
시와 동시, 동화, 소설 등 여러 장르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심강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랑의 습관』이 시인동네 시인선 231로 출간되었다. 심강우의 이번 시집은 비대칭의 거대한 세계를 비대칭의 은유로 읽어내면서 완벽한 대칭과 비례 세계의 복구를 꿈꾼다. 심강우 시인의 은유는 세계의 비대칭성만큼이나 넓고 깊다. 그가 펼치는 은유의 그물에 비대칭적 세계의 다양한 좌표들이 걸려든다. 그것은 수많은 거울처럼 세계를 되비추며 우리를 미혹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심강우

시인

대구에서태어나2013년〈수주문학상〉을수상하면서등단했다.1996년《동아일보》신춘문예동화당선,2012년《경상일보》신춘문예소설당선,2017년《어린이동산》중편동화당선했다.시집『색』,소설집『전망대혹은세상의끝』『꽁치가숨쉬는방』『우리가우리를버리는방식』,동시집『쉿!』『마녀를공부하는시간』,동화집『꿈꾸는의자』,장편동화『시간의숲』등이있다.〈눈높이아동문학상〉〈성호문학상〉〈동피랑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너의눈빛ㆍ13/압력을벗어난밥솥ㆍ14/초록의가계(家系)ㆍ16/허공ㆍ18/흔적ㆍ20/못ㆍ22/단추ㆍ24/공존ㆍ26/하얀끌을쥔손ㆍ28/인터셉트ㆍ30/사랑의습관ㆍ32/동백의전언ㆍ34/로드킬ㆍ36/핼러윈,헬로잭!우리가간다ㆍ38

제2부
집착ㆍ43/평행이론ㆍ44/섬아래의일ㆍ46/영화관양식ㆍ48/새장ㆍ50/우주의화가ㆍ52/벽,당신ㆍ54/무명시인ㆍ56/실오라기ㆍ58/파본(破本)ㆍ60/구두수선공안씨ㆍ62/살아난눈빛ㆍ64/말을잃은마부ㆍ66/경계의꽃ㆍ68

제3부
행여나당신을켜보네ㆍ71/때가되면ㆍ72/속이야기ㆍ74/덫ㆍ76/내친구는우주인ㆍ78/꽃의이름을잃음ㆍ80/고양이,우주를날다ㆍ82/경과ㆍ84/릴레이ㆍ86/방화범은제가방화범인걸모르지ㆍ88/헤어져서만나는사람ㆍ90/엑스트라ㆍ92/이후ㆍ94

제4부
사랑ㆍ97/아버지는우체국에서발송된다ㆍ98/취업준비생ㆍ100/누에의집ㆍ102/추인ㆍ103/강의은유ㆍ104/노을독법ㆍ106/해안은세상에서가장긴수술대이다ㆍ108/초록의용군의힘ㆍ110/가장(家長)ㆍ112/침수ㆍ114/각성ㆍ116/미제(謎題)ㆍ118

해설오민석(시인,문학평론가)ㆍ119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존재는좌표안에서규정된다.나는어디에있는가.무수한존재-공간안에당신이놓여있는자리는어디인가.그점을기준으로상하좌우의무수히다른좌표들이존재한다.이런점에서언어는존재의좌표이다.언어는자신의체계밖에있는존재를자신의내부로끌어들여좌표화한다.언어가존재를좌표화하는방식은다양하다.평면적지시의언어는존재와좌표를대칭의자리에배치한다.존재와기호가똑딱이단추처럼잘맞아떨어질때그것들은안정된비례-대칭의관계속에있다.시적언어혹은은유의언어는존재와기호를비대칭의자리에놓는다.은유의언어는존재를비대칭의다양한기호안에위치화한다.시적언어는좌우대칭의반듯한좌표바깥에서휘청거리는존재에주목한다.존재는타자의급습에소멸하기도하고,타자들을전유함으로써대칭의거리를삭제하기도한다.이런막무가내식의동작이없이존재가대칭의비례-거리안에서정확히움직인다면구태여존재에대한탐구,즉(하이데거식으로말하면)존재물음을던질필요조차없을것이다.

그렇게너는나를한가지색으로설득해갔다.내팔다리의식가지가지는네게빠졌다가휘어지다가때로는너무심심한사랑을감내할수없어분질러지기까지했건만너는끝끝내네마음으로만깊어갈뿐.너를바라보는내마음이캄캄할수록너는차갑게빛났었지.

지금여기네가가고없는자리에서나는왜여태젖고있는걸까.왜우리는지우면서만나는걸까.
-「너의눈빛」부분

존재가늘위험에처해있는것은그것이타자와비대칭적관계에있기때문이다.“나”는언제든“너”의일방적전유의대상이된다.너는오로지너의“색”으로나를채색할수있다.네가나를온전히전유할때,나는존재에서비존재로전화된다.내가사라지고너만있는‘우리’의관계,이것이야말로비대칭적관계의극단이다.모든존재는늘이런위험한시선에노출되어있다.그리하여“네가가고없는자리”에서조차계속너의시선을벗어나지못하고“젖고있”는(나의)상태에대하여이시는질문을던진다.“왜우리는지우면서만나는걸까”.우리는왜무한성(infinity)과외재성(exteriority)의타자(레비나스.E.Levinas)를상정하지못할까.우리는왜타자가나의바깥에있는무한성이라서내맘대로전유할수없다는사실을잊고서로를“지우면서만나는걸까”.

송곳니를윗단추로쓰는사자는완고한재단사임에틀림없다.물소는조여드는오늘을벗어버리고싶다.치수를재는앞발과거부하는뒷발이가위표로재단된다.쌀자루나풍선처럼어떤것들은한사코채우면터지는법이다.늘목을내놓고다니기버릇해온물소가단추를풀기위해용을쓰느라눈속의실핏줄이터져뇌우(雷雨)가쏟아질기세다.

들판가득수놓인색색의꽃들이나산중의아름드리나무,망망대해곳곳에박힌섬들또한하나하나채워풍경을여민것이다.누가시키지않아도어깨짚어시침질하는속깊은궁량.하늘이겉옷이라면숲은어긋난바람을단속하는방한조끼쯤되려나.아무리어두워도새들은길을잃지않는다.나무를나누어채우는저수많은단추들은이유없이흔들리는걸싫어하는경향이있다.
-「단추」부분

물소에게사자의“송곳니”는비례와대칭의폭력적인단추이다.그것은자신의이빨에타자를맞추고타자를죽인다.이완벽한전유에저항하는것은“조여드는오늘을벗어버리”는것밖에없다.물소는온몸으로“단추”의획일성과적합성을거부한다.하나의코드로타자를동일시할때타자는사라진다.타자는구멍이다른단추이다.일자(theOne)의단추로타자(theOther)를채울수없다.그러나들판과망망대해에있는저부동(不動)의존재들을보라.꽃과나무,섬들은“누가시키지않아도”저마다있어야할자리에서“어깨짚어시침질”하며질서를깊이“궁량”한다.그들은“어긋난바람을단속”하며“이유없이흔들리는걸싫어”한다.그들의단추는타자를전유하지않는다.그들사이에선폭력과살해의피비린내가나지않는다.그들의단추는타자성의성격에따라탄력적으로변한다.그들은타자를자신의코드에맞추려애쓰지않는다.타자가전유가아니라오로지환대의대상일때,비례와대칭의평화가탄생한다.
-오민석(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