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왜 입체적인가

고양이는 왜 입체적인가

$12.00
Description
입체적인 사물들의 세계
2004년 《내일을여는작가》로 등단한 김자흔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고양이는 왜 입체적인가』가 시인동네 시인선 235로 출간되었다. 김자흔 시인은 권태를 견디지 못하는 존재들을 배열함으로써 시간성의 축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가 관념의 사막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다. 김자흔 시인에게 권태야말로 견딜 수 없는 죽음의 풍경이다. 이 시집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입체적인’ 풍경들은 권태로운 시간에 저항하는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고양이는 왜 입체적인가”? 그것은 평면적 시간성, 관념적 시간성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

김자흔

충남공주에서태어나2004년《내일을여는작가》로등단했다.시집으로『고장난꿈』『이를테면아주경쾌하게』『피어라모든시냥』『하염없이낮잠』이있다.

목차

제1부
처음같은연정ㆍ13/낭만적인무덤ㆍ14/달의몰락ㆍ16/홀로의여행ㆍ18/오래된심지ㆍ20/진화중인관계ㆍ22/그러고도한참을ㆍ24/공작불매칭ㆍ25/밤의여행ㆍ26/때ㆍ28/기억으로안녕ㆍ30/무작정숲ㆍ32/마지막엔나무ㆍ34

제2부
달아오른씨앗ㆍ37/이별을위해ㆍ38/핀볼게임ㆍ40/헤이헤이헤이ㆍ42/그다음의문제ㆍ44/메멘토모리ㆍ45/사막의침묵ㆍ46/진지하게결합ㆍ48/계절을선도하는여행자처럼ㆍ50/백년동안의고독ㆍ52/블루곤의비밀처럼ㆍ54/지극히정안ㆍ56

제3부
긴장된애교ㆍ59/시간적인농담ㆍ60/자명한마이너스들ㆍ62/방황이다가아니어서ㆍ64/가면무도회ㆍ66/생각은덤ㆍ67/그사이에서ㆍ68/잘난오해로ㆍ70/지구엔드게임ㆍ72/칠월ㆍ74/흰독말풀ㆍ75/미니멀한마우스ㆍ76/마당엔독사ㆍ78/고독적인버섯ㆍ80

제4부
허밍허밍한낮ㆍ83/나홀로솔캠ㆍ84/스위트한농담ㆍ86/입체적인감정들ㆍ88/외롭게가는2월ㆍ90/여행지의비밀ㆍ91/지금은어때요ㆍ92/잘된굿바이ㆍ94/유발된감정ㆍ96/소일ㆍ97/우리안녕은내일에서ㆍ98/모순ㆍ100/서로원활히ㆍ102/정안하고(河鼓)ㆍ104

해설오민석(문학평론가)ㆍ105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존재란무엇이며어떻게존재하는가.하이데거는이유구한질문에시간성(temporality)의개념으로응수하였다.하이데거가볼때,시간성은존재의가장근원적인조건이며따라서존재해석의가장기본적인지평이다.시간성의개념을끌어들이지않고존재를설명할수없다.일본의전통적인시형식중의하나인하이쿠의간단한규칙중의하나는(시에)시간을나타내는계절어(季語)를반드시집어넣는것이다.하이쿠의작시자들은5·7·5의3행,17자로이루어진짧은시에왜구태여시간을나타내는단어를꼭넣도록했을까.계절어는단어의낭비를허락하지않는짧은시형식에서한단어만으로도존재와사건의전체적지평(맥락)을설명할수있기때문이다.하이쿠의작시자들역시시간성이야말로존재의근본조건임을잘알고있었다.
김자흔의어찌보면재기발랄한이시집에서도시간과관련된단어들이자주반복된다.독자들은이시집의2/3이상의텍스트에서‘어제’,‘시간’,‘오늘’,‘내일’,‘과거’,‘현재’.‘미래’,‘계절’,‘낮’,‘밤’등의무수한시간관련어들을발견할수있다.부언할필요도없이이시집에서김자흔에게가장큰화두는‘시간’이며,시간성의지평에서본존재의풍경이다.

미래의간극을조심스럽게따라가다
또다른흔들림에뼈를뼈답게하는시간을넘어
식물도죽어단단한뼈를남기죠
올곧아서주변을두리번거리지않고
쓰러진자리에서아래로아래로
곧은심지를내리죠

오래된시간은저축같은매력이있어요
우리가몰랐던시간을출발했다믿고는
끝내는정확한몰입으로견디어내죠
자연으로돌아간심지는
십년후만우절에나고백하려고
시간을몰입해두죠
-「오래된심지」부분

이작품에서독자들이주목할것은시간에대한‘해석’이아니라시간-의식이다.시인은철저하게시간성을근거로현재의사태를추적하고있다.화자는“미래의간극을조심스럽게따라”간다.미래에무엇이있는가.죽음은미래의터미널이다.하이데거에따르면존재는미래에서죽음을‘예견(anticipation)’한다.미래라는시간은죽음에대한,죽음을향한,존재속에서드러난다.그런점에서미래는시간의일차적현상이다.3행의“식물도죽어단단한뼈를남기죠”라는대목은미래의시간을언급할때화자가죽음을의식하고있음을정확히보여준다.그러므로바로이어지는“쓰러진자리”는죽음의자리를가리키며,화자는더이상의시간이부재한자리에서도삶의“곧은심지”가깊이내려진다고언급한다.“저축같은매력”이있는“오래된시간”은과거이다.그러나과거는현존재의뒤에존재하지않는다.현존재의과거는현존재의앞에서현존재를인도한다.그러므로시간은과거→현재→미래의순서로이어지는선형적인것이아니다.하이데거의말대로,현재에우선권을부여하는,그리하여시간을“현재순간들(now-points)”의균일하고도선형적인연결로간주하는것은시간에대한저속하고도일상적인개념이다.김자흔에게시간은크로노스(Chronos)가아니라카이로스(Kairos)이다.카이로스로서의시간은기회이다.미래는존재의과거를불러내존재앞에세우고존재의(현재완료적인)“존재해옴(having-been-ness)”(하이데거)을들여다보게한다.과거가현존재의앞에서현존재를인도한다고하이데거가말한것은바로이런의미에서이다.존재가“몰랐던시간을출발했다”가“끝내는정확한몰입으로견디”는것은바로이런과정을가리킨다.마지막행의“시간을몰입”한다는대목은시간의채널을통해존재물음을던지는시인의분명한태도를보여준다.
-오민석(문학평론가)

■시인의산문

누가먼저랄것도없이
특별한일회성행사처럼

매일아침반복되는출근길이었거나현관문열리는느긋한오전이었거나아니면빛바랜한낮의외출이었거나서로다른일직선으로대문을벗어난식솔들이꼭짓점을나눠가지며이층으로놓인계단을앞서거니뒤서거니오르는,

살다보니이런날도다있어.

아마도오전이거나한낮에나섰을대문밖식솔들의안녕이문득궁금해지는것이다.이제창문열고저들의안녕을불러들이면나의안녕도밤새괜찮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