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새가 되는 시간

꽃이 새가 되는 시간

$12.00
Description
거꾸로 보는 일상의 세계
2006년 《미네르바》로 등단한 황경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꽃이 새가 되는 시간』이 시인동네 시인선 236으로 출간되었다. 황경순의 이 시집은 세계를 거꾸로 봄으로써 인식의 상투성을 파괴하고, 최초의 언어로 복귀하고자 하는 고투의 흔적이 역력하게 묻어 있다. 이는 진정한 사물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황경순 시인의 노력의 한 방편이다. 또한 우화적 성격으로서의 시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일상적 관찰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시적 형상화 방식으로 선경후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시집에서 보여주는 일상은 그저 일상이 아니라 해석된 다른 세계일 때 우리에게 색다른 울림을 주게 된다.
저자

황경순

시인

경북예천에서태어나대구에서성장했다.2006년《미네르바》로등단하였으며,시집으로『나는오늘,바닷물이되었다』『거대한탁본』이있다.

목차

제1부
슬픔의각도ㆍ13/막ㆍ14/거꾸로보는세상ㆍ16/과속단속카메라ㆍ18/핏줄론ㆍ20/금선탈각(金蟬脫殼)ㆍ22/황홀한비행ㆍ24/탈피의의미ㆍ26/투명한집ㆍ28/쉼표와숨표사이ㆍ30/구속과자유ㆍ32/그래도뻐꾸기는난다ㆍ34/극과극사이ㆍ36/우주의샘ㆍ38

제2부
민들레ㆍ41/물의발ㆍ42/술시(戌時)의비밀ㆍ44/공양의의미ㆍ46/갑사(甲寺)가는길ㆍ48/영원의미소ㆍ50/노을뜨다ㆍ52/숫자의늪ㆍ53/소리공화국ㆍ54/육추기(育雛期)ㆍ56/그들이사는법ㆍ58/내안의물길ㆍ60/물의노래ㆍ62/틈,틈,틈ㆍ64

제3부
목련의방ㆍ67/알고리즘ㆍ68/시나나빠ㆍ70/껍질의미학ㆍ72/모래시계ㆍ74/겨우살이ㆍ75/연(蓮)과연(然)과연(緣)과ㆍ76/신호등앞에서ㆍ78/바다바라기ㆍ80/코로나강물은ㆍ82/벤치가되고싶다ㆍ84/전화번호부ㆍ85/터널ㆍ86/거꾸로가는기차ㆍ88

제4부
반영(反影)ㆍ91/어땠을까,어땠을까ㆍ92/미래형화수분ㆍ94/삶의무게ㆍ96/시간의사슬ㆍ97/미니멀리즘ㆍ98/겨울나무ㆍ100/월송정(越松亭)ㆍ102/휘파람새ㆍ104/숏폼의시대ㆍ105/백접초ㆍ106/꽃이새가되는시간ㆍ108/쇠뜨기이야기ㆍ110/꽃의정서ㆍ112

해설우대식(시인)ㆍ113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황경순시집『꽃이새가되는순간』을읽으며생각하게된것은시를포함한예술이지향하는가장중요한지점가운데하나는세상혹은사물을거꾸로보고자한다는사실이다.여기에는이미확정된사실이나과학의이름으로규정된숫자로는인간의궁극에도달할수없다는절실함이내포되어있다.그러나거꾸로보는것은그리쉬운일이아니다.그것은일상에대한인식의배반을요구받기때문에정작예술가자신이보편적일상으로부터소외되거나누락되기일쑤인까닭이다.황경순시인은적어도자신이살아가는세계의보편성에대해많은질문을던진다.그리고그질문또는질문에대한자신의답이시의형식으로드러나는경우가많다.그러니이경우시는세계에대한탐구의한형식인셈이다.

미용실에서거울을보면
시간이거꾸로간다
숫자도거꾸로
방향도거꾸로

그래서그런지
미용사의가위질에
내얼굴도거꾸로젊어진다

안양천둔치1,000미터트랙에서도그렇다
사람들이모두반시계방향으로도는데
나혼자시계방향으로돈다

그래서그런지
엉덩이만보이던사람들의뒷모습에서는
결코볼수없었던
사람들의표정을볼수있다

상투적인습관을탈피하면
새로운세상을만날수있다
-「거꾸로보는세상」전문

시적화자는미용실에앉아거울을통해세상을바라보고있다.모든것이거꾸로움직이는세상을발견한다.심지어얼굴마저도젊어진다.그도원경의세계에서한발더나아가“안양천둔치1,000미터트랙에서도그렇다/사람들이모두반시계방향으로도는데/나혼자시계방향으로돈다”고고백하고있다.사람들과반대방향을돌았을때“사람들의표정”을볼수있다는발견이야말로거꾸로세상을바라본것에대한값이다.황경순시인은거꾸로세상을본다는것과관련하여합리라는이름으로가정된숫자에비판적시선을보여주고있다.그에게일상의모든것들은“얼마짜리점심”,“얼마짜리옷”,“얼마짜리집”(「숫자의늪」)등과같이숫자로가치를부여받는다.이에대한비판적시각은숫자로는삶에대한가치를측정할수없다는인식이뒷받침되어있다.합리로가장된일상과숫자는우리로하여금그에준하는행위와값을요구하게된다.그러나황경순은근본적으로이에동의하지않는다.“슬픔의각도기로잴수만있다면꼭그만큼만슬퍼할수있고꼭이만큼만슬퍼하라고위로할수도있”(「슬픔의각도」)기를바라며슬픔은측량할수없다고선언한다.수치화되지않는인생의비의들에대한탐구가시적탐구가되는셈이다.“상투적인습관을탈피하면/새로운세상을만날수있다”는진술은관념적이기는하지만세계를바라보는시적화자의시선을독자에게제공해주는것이라할수있다.“거꾸로흘러야만떠날수있는곳/고향이네”(「거꾸로가는기차」)에서알수있듯이거꾸로본다는것,거꾸로간다는것은상투적습관을폐기하는일인동시에고향으로상징되는최초의세계혹은회복할수없는유토피아에대한동경이라할수있다.상투성의극복과최초의세계에대한지향은이시집전체를규율하는두개의틀을형성하고있는데,그것은규정된사물성에대한비판과최초의근원에대한희구를담고있다.
-우대식(시인)

■시인의산문

어머니의귓속말을들었다.당신이혹여의식불명이되거나소생할기미가보이지않게되면연명치료를하지말라는당부이자각오였다.이미서명까지했다며나만조용히알고있으라셨다.어머니의표정은단호했다.이런황당한귓속말이라니!그런당신께서최근급성부정맥으로어쩔수없이인공심장박동기를달게되셨다.안마의자도허리치료기도못한다고낙담이이만저만아니시다.이런황당한낙담이라니!

눈에보이지않는,달갑지않은존재들이내몸안에서야금야금자라나기시작한다.화산폭발하듯몸밖으로분출되어나오기도한다.몸여기저기에서이상신호를보내오는것이비단어머니의일만도,남의일만도아닌나이가된것이다.살기보다죽기가더어렵다는옛말을새삼실감하는작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