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나의 슬픈 간이역 (허효순 시집)

르완다, 나의 슬픈 간이역 (허효순 시집)

$12.11
Description
아프리카, 르완다 그리고 휴머니스트
2002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허효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르완다, 나의 슬픈 간이역』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80으로 출간되었다. 아프리카는 멀다. 멀어서 신비롭고, 신비로워서 멀다. 하지만 한풀 벗겨 아프리카를 들여다보면 마냥 신비롭지만은 않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르완다는 특히 신비하고는 거리가 먼 어두운 역사를 가진 나라다. 그 르완다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곁을 주며 살아가는 시인이 바로 허효순 시인이다. 『르완다, 나의 슬픈 간이역』은 허효순 시인의 르완다 체류기이며, 르완다의 지금-현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기록물이기도 하다. 허효순 시인은 비록 이방인이지만 이방(異邦)의 눈으로 르완다를 보지 않는다. 르완다인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베풀며 르완다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허효순의 이 시집을 읽고 나면 휴머니스트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저자

허효순

시인

경기화성에서태어나한신대문예창작과대학원을졸업했다.2002년《문예사조》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관계』『장미는어느길로꽃을내는가』가있다.현재UniqueCreativityFoundation(UCF)이사,UnitedAfricanInstituteofTechnology(UAIT)교양학부한국어교수로재직하며선교및봉사활동을하고있다.

목차

제1부
태양을이고가는사람13/아,오늘광복절인데14/짝안맞는한켤레16/하나되기18/엎질렀어요19/세월은흙탕물같아20/뒤로걷기22/모기물고간자리24/집을찾아오는흙26/이유가있다면27/제노사이드추모관28/주머니30/공항공황32/그렇게지구의꿈은계속된다34

제2부
은데라의저녁37/부추꽃을아시나요38/무산제가는길40/먼지거인42/환전44/선데이파크결혼식에서46/키미롱고시장47/냐루타라마테니스장48/마노미용실50/모토택시52/키갈리공항을바라보며54/통증56/즐거운전염58/건축새이싸안디60

제3부
새벽세시가오전열시를63/그리움에는양력(揚力)이있다64/근심66/추억협착증68/슬픔의단위70/너는좋겠구나72/추억도향취74/옥수수76/오리들78/상추80/르완다보름달82/먼안부84/마음이돌고돌아86/이제안녕88/어미90

제4부
연민93/복숭아94/부부96/윷놀이98/김장김치100/청동거울102/통삼겹묵은지찜103/시베리안허스키를생각하며104/오이와할머니106/심지(心志)108/나비110/종려나무에깃들때112/별이빛나는밤114/슬픈간이역116

해설신상조(문학평론가)117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매순간인간에게유보되어있는것이하나있다.그것은곧흔히말해지는그어떤시선,즉인간을둘러싸고있는것들과그것들가운데처한자신의상황과고찰이다.그는이사물이갖는중요성과무언의바람을깨닫게될것이다.”라고말한이는프랑시스퐁쥬다.그의말을빌린다면시인은사물의간청을깨닫는자이다.시인은사물의이면을끊임없이넘보는역동적주체가되어시적사유와세계를확장해나간다.예컨대“공사장구석에뒤집혀있는작업화한짝”은“뒤축의힘으로꿈을져서나르”거나“고공에서후들거리는생활을받”(「짝안맞는한켤레」)쳐주었던신발이다.고흐의‘신발’이하이데거에게는어느농부의고단한발걸음이응집된사물로서존재를개방하듯,“진흙이구겨신은것같은”(「짝안맞는한켤레」)시에서의작업화는세계에살을맞댄삶의고투를드러낸다.모기에게물린데가몇날며칠지독스럽게간지러운경험조차시인은자기삶에대입한다.사람의말에도“긴대롱이있”어서“상대방심장에주둥이를박고/감정을빨아들인다”란깨달음은결국“내게도열을내다고였던마음이있는지/돌아보게된다”(「모기물고간자리」)는자기반성으로귀결되는것이다.그런즉성찰과반성은허효순의시에서반복되는형식이자가장본질적형식이라할수있다.「하나되기」에나오는놀이기구는어떠한가?그것은“호의의탄력으로흔들”리며사람과의원만한관계를희구하게만드는새로운의미를부여받는다.

유치원복도에동물모양의놀이기구들이있다아이가올라타움직일때마다스프링이탄력을받아흔들린다모두벽을향해있어아이나동물이나엉덩이만보인다하나같이둥글둥글정겹다아이는뒤를탁탁두드리면서제엉덩이들었다놓았다하며흐흥즐겁다동서양이나아프리카아이들이나노는모습이똑같다

가만히지켜보니올라탄다는건,탈것과몸이서로를받아준다는거겠다탈것은무게를배려하고몸은탈것의반동에스스로를내맡긴다한번두번세번둥글둥글잘도돌아간다하나같이잘도돌아간다

사람과의관계도저처럼원만했으면싶다합심을못하고늘둘로나뉜사이라면얼마나흥이없을까오늘,일로만날사람을마음에태우기로한다그가웃으면같이웃고그가악수를청해오면호의의탄력으로흔들어주리라
-「하나되기」전문

유치원복도에놓인동물모양의놀이기구가탄사람의무게를일방적으로받치기만한다고쓴다면「하나되기」는해석의상투성을벗어나지못하는시가되고만다.그러나시에서의놀이기구는“탈것은무게를배려하고몸은탈것의반동에스스로를내맡”기는‘합심’의과정을통과함으로써‘흥’으로충만한고양된정서를낳는다.
이처럼허효순의시에서사물들은적극적으로해석된대상들로서화자의삶에대입되어제각각의의미를부여받는다.“하루에도수십번”비행기의“이륙과착륙”이반복되는‘키갈리공항’은누군가세상에나오면누군가세상을뜨는“순환”을연상시키고,마침내“우주는죽음에서삶을내려다보는/관제탑만같다”(「키갈리공항을바라보며」)라는상념을불러일으킨다.또한시인은“대처에서뻗어온전신주선들”이“샛길곁집들을주렁주렁달고있”는모습에서“전봇대는하나에서여러갈래로/선들을나누고있는데/나는더하거나뺄궁리만했던건아닌지”(「새벽세시가오전열시를」)라며삶을돌아본다.“잘쓰지않는근육운동을해본다고”시작한‘뒷걸음질’은앞만보며속도에취한동안의삶을반성하게만들기도한다.이처럼시인의일상은자기응시를통한자기검열의나날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뒤로걷기를하다말고“미처보지못했던사람들을,/미처느낄겨를도없던감정을,/미처의식하지않았던나자신을/오롯이만나야겠다”(「뒤로걷기」)라며다짐하는모습은시인삶의매순간이각성의숨찬도정임을암시한다.
-신상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