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을 지우는 새벽 (지시연 시집)

오독을 지우는 새벽 (지시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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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연에의 동화로 사물의 숨소리를 듣다
2010년 등단 이후 오직 시만 보고 살아가고 있는 지시연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오독을 지우는 새벽』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81로 출간되었다. 지시연은 시를 쓰기 위해 도시 생활을 접고 원주의 자연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의 시인이다. 그런 지시연 시인을 일러 ‘자연의 시인’이라 해도 무방하다. 여기서 ‘자연의 시인’이라 함은 두 가지 뜻을 함의하고 있다. 하나는 자연 속에 묻혀서 자연물과 함께 산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굳이 시의 형식이나 이론에 치우치려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물 흐르듯이 시를 쓴다는 뜻이다. 하여, “시는 자연스런 감정의 발로”라고 한 워드워즈의 말을 실감케 한다. 지시연은 자연물을 통하여 사람의 도리와 순수성을 배우고 또 동화되어 시를 읊조리고 사유한다. 또한 시란 무엇인가에 호응하는 자성의 길을 터득하며 그 길을 묵묵히 지향해 나간다. 이런 요건과 요소들이 지시연 시의 순결성이자 순수성이다. 그런 점이 오늘의 지시연을 시인으로서 우뚝 서게 하는 요체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저자

지시연

충북괴산에서태어나충북대학교대학원에서현대문학을전공했다.2010년시집『바람소리들꽃내음』을출간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나의노래』『숨은그림속내가사네』『빛의산란을바느질하다』『바람이걸어온시간』『꽃짐지고걷다』『무지개심장』이있다.원주여성문학상,원주문학상,강원문학작가상,강원여성문학상등을수상했다.한국시인협회,가톨릭문인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무관심을벗기다13/비의언어14/사람으로살아가는중15/오독을지우는새벽16/변명이면어떠랴18/무왁저지19/배의속사정20/순간포착22/공복으로너를채웠다23/당당한슬픔24/탈출기25/귀룽나무26/돌의시간28/꽃의지문29/님프의바다30/클라라에게31/이명이사라진후32

제2부
내안으로난길35/이긴다는말36/나이세는법37/마음이그래38/나를위한격려40/타자의길41/질그릇42/뇌의파고44/모름지기45/사는날까지46/무하유(無何有)48/장마49/그날저녁50/그날,눈물을잠그지못했다52/조화의힘53/어둠의갈채54

제3부
새해자작곡57/네순도르마58/이끼서랍장60/수상한밤62/율마63/꽃의비밀을만지다64/그남자66/위로67/문장의진화론68/안도70/당당한착각72/우리가살아야한다면73/위로가되는말74/미달78/커튼콜80/별의눈물82

제4부
어느나무이야기85/돌멩이수프86/겨울창밖은푸르다88/그네89/계곡을지나는달90/구상나무에걸린기도한줄92/상처말리기93/누가빙하를녹이는가?94/내가보이는그림96/그리움이된다는것97/묵은시절98/가을살이100/늙은밤나무의말101/여행의반전102/누워서쓴시104

해설이영춘(시인)103

출판사 서평

지시연시인은2022년대서사적시『무지개심장』이란시집을상재했다.제목에서암시하는대로가히우주적인소재들을다룬시집으로이목을끌었다.“아침에떠오른심장은태양이라고해”“태양은종일토록세상을향해일을하지”에서‘태양’을사람의‘심장’으로의인화하여하루의일과를마치고돌아가는이미지로형상화하고있다.광대무변한발상이다.그리고그광대한‘태양’을우러러“나는언제쯤이면/저무언의대서사시를읽어내릴까?/언제쯤이면작은노을빛이라도가벼이걸치고/그토록원하던분께로안기는내가될까”라는표현으로멀고요원한신비의세계에도달하기를원하는심상을그려내고있다.그심상의중심에있는‘그분’은신의존재일수도있고어떤이데아를은유한이상향일수도있다.지시연시인은이렇게현상적이고일상적인것을통하여심오한심미적세계와신의세계를지향하는시인이다.
이번시집『오독을지우는새벽』도『무지개심장』의연계선상에있다고인식된다.자연과의친화에서우주천체의숨소리를듣고그숨소리속에서‘나’를발견하고,진리를발견하여대자연과우주질서를통찰하여자신의정서와동일체를만들어가고자하는것이지시연시의요체이자미학이다.
오드리로드는“시를쓴다는것은사랑을나누는것과같다.”고했다.“사랑한다는것은우리중일부가사랑받을만한존재가아니라고판단하는세계를거부하는것이다.시는이름없는것들에게이름을부여함으로써그것을사유하게하는것이다.”라고역설했다.
지시연시인이이렇게자연친화적인정서에몰입하게된것은우연의일치가아니다.지시연은근20년이상을원주치악산자락의끝동네에서온갖야생풀꽃들과산새들,나무들과함께살고있다.아침이면산등성을타고둥그렇게떠오르는태양의‘붉은심장의숨소리를듣고’“저녁때면노을이라는2음절에서엄마품속같은온기를받으면서”(「독백의시작」,『무지개심장』)살고있다.이렇듯지시연시인이닿고자하는최고의이상향은자연이고,그자연속에서자연과더불어살아가고있다.
법정스님의경서「봄春,여름夏,가을秋,겨울冬」에이런구절이있다.“사막에서수행하던안토니오교부는말했다.내가신의책을읽고싶을때는그책은언제나내앞에있다.대자연이곧그책이니까.”“그런가하면회교신비주의를세상에소개한하즈라크이나야트칸은말했다.세상에는유일하게신성한경전이있다.그것은‘자연’이라는경전이다.이것만이독자에게깨달음을줄수있다.”고역설했다.그렇다.지시연은이경전,즉자연에서숨쉬고사색하고은총을받고최종엔자연을다스리는신의품안에들고자하는이상향을지향한다.그래서그는무구(無垢)하고,그의시는순수하기만하다.

나무를보는시선은마음과닮아있어
흐름을놓치지않으려하니
순간을보는힘이자랐으리라
아이가커가며어른이되어도
아이의눈으로보고자했던
사물의외피는내면으로옮겨갔다
크리스마스장신구를꺼내어
옛날을걸어보기로했다
예쁜마음으로하나하나만들었던
젊은날이도란도란반짝였다
그렇게묻어가는나를
구상나무아래에서만나고
밤하늘별들이내려오도록기다렸다
가슴속이군밤처럼따뜻해졌다
아기예수님구유도모셔다놓았으니
온천지평화가뜰안에차곡히흐르겠다
12월의기도는모든이의구원을위함
어서임하소서아기예수여!
-「구상나무에걸린기도한줄」전문

제목에서암시하는바와같이나무한그루에서도내면화된기도문을발견한다.“진실로너희에게이르노니너희가돌이켜어린아이들과같이되지아니하면진실로천국에들어가지못하리라.”(마태오복음18장1절)는성경구절과같이이시에서화자는“어른이되어도/아이의눈으로보고자했던/사물의외피는내면으로옮겨갔다”고그순결한마음과순수성이어느새내면화되었음을진술한다.이시는마치워드워즈의「무지개」를연상케한다.“하늘의무지개를바라보면내가슴은뛰노나/내어리던날도그랬고/지금도그렇고/늙어서도그렇게되기를바라노니/아이들은어른의아버지!”라고노래한이순수성!우리인간들은세상이라는큰바다를건너면서아이들과같은이순수성을잃으며살아간다.그래서세상이사악해지고죄가난무한다.이런현상으로세상을읽을때지시연은자연에살면서그순수성과함께그순결성을지향하는시인이다.이얼마나아름다운지성이며시정신의기도인가!
-이영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