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을 권리 (19인 공동시집)

웃지 않을 권리 (19인 공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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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진주가 부화하여 날개를 달 때
19인 공동시집 『웃지 않을 권리』(조평자 외 지음)가 시인동네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 경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 19명이 모여 현대시의 미래를 모색하고자 기획한 공동시집이다. 기획에 참여한 시인들이 많은 만큼 다양한 작품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 이대흠은 “인간은 언어를 통해 소통하지만, 언어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완전한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마저도 타자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주체를 소외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소외시킨 언어의 틀을 깨야 한다. 고정관념과 선입견투성이인 명색을 벗고, 처음의 눈으로 세계를 대면해야 한다. 그리고 최초의 언어로 창조 행위를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주체가 된다.”고 이 시집을 평했다. 지역에 있다고 시가 지역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 시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조평자외

출간작으로『웃지않을권리』등이있다.

목차

강다인나는예수의사랑스러운모델외4편14
김수환얼룩말의무늬는반대쪽으로달아난다외4편24
김정석당신의만유인력외4편30
김정순날개외4편38
김효숙낮달외4편48
문젬마복숭아외4편58
박미향줄리의정원외4편66
박보성왼쪽과오른쪽외4편74
손미영토시를낀남자외4편82
윤덕점둥지1외4편90
윤향숙열두물갯벌에서외4편100
이미화춤추는망고외4편106
이수니손바닥에사는예수외4편116
이현숙오리와나외4편124
장미주발자국깊이재기외4편134
정물결인형제레미외4편144
조평자웃지않을권리외4편154
주향숙사과는사과를외4편164
최은여서부도서관열람실에서의중얼거림외4편174
〈초대시인〉유홍준새들의눈꺼풀외4편184

해설이대흠(시인·문학박사)ㆍ193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진주는보석으로취급되지만,실은진주조개가자신의상처를이해한결과물이다.외부에서들어온이물질을어쩌지못한진주조개가상처를감싸고감싼것이보석이된것인데,주성분은탄산칼슘이다.이렇게진주이야기를하는것은,진주에서모인시인19명이공동시집을낸다는말을듣고진주를떠올렸는데,그것은진주는아름답고,진주는상처에서시작된것이고,보석이고,달의눈물로도불렸다는사실때문이다.
이런무관한듯보이는것들이문학적상상속에서는하나의고리로연결된다.문학이란것,특히시라는것은고통의산물일수도있고,환한태양의에너지가아니라,달에너지와관련이있어서이다.빛은세계를밝음과그림자로나누지만,어둠은세계를구분하지않는다.그안에서사랑이싹트고,시가익는다.음양론에서는밝음을양이라하고,어둠을음이라한다.양인태양의세계가정치와스포츠라면,음인달의세계가예술이다.양이동물적이라면음은식물적이고,양이승부를가르고으뜸을추종한다면,음은서열이없는평등을지향한다.양이공격적이라면음은수동적이다.예술은그런음의세계이며,우열이없는것들을모두끌어안는다.밤이되면짐승들도잠자리에들고,사람도집으로돌아간다.밤은귀의처이고,그밤에식물들은더깊은땅속으로뿌리를뻗는다.양이몸의움직임이라면,음은바라보는시선이다.떨어져바라보는것만으로도얼마나위안이될수있던가.시의눈은그런관조의세계이지만,거기에는놓치지않는관심과다정함이깔려있다.시인의눈에띈대상은시인의직관에포섭되지만,구속되지는않는다.
라캉에의하면,고정관념의독재속에서는인간이주체적으로살수가없다.주체성의조건이란우리가주체성이라는개념에대해서알고있는모든것을포기하는순간에만가능하다는사실을알고있다.'주체성'이라는단어역시타자의언어이며,그것을발음하는순간등장하는목소리또한타자의음성이기때문이다.주체성을갖는다는것은주체적인언어를사용한다는말과같다.주체적인언어는기존의언어질서를파괴한텅빔상태에서시작된다.여백이아니라공백이다.그공백에최초의언어를적어나가는창조행위를통해비로소주체를소외에서벗어나게한다.
라캉에따르면,우리는고정관념의틀에갇혀있으며,기존의지식으로무장하고질서가잡힌구조속에있기때문에새로운사건을해결할능력이없다.진리는없다.기존의질서는억압의요소가되고,고정관념에의해판단한모든것은진정한대상도아니다.따라서라캉은알고있는것을모두버리고,공백의상태를직면하고,그것을횡단하라고말한다.이는불교의12연기에서말하는명색을버리는것과유사하다.명색은무명명색이라고도하는데,깨치지못한사람은무명,무명행,무명식의단계를거쳐우리는‘무명명색’을갖게된다.무명은선입견이고,고정관념이며,편견덩어리이다.무명에서벗어나지못한사람은이무영명색을가지고,대상을파악한다.물론이러한판단이옳을수는없다.그바탕이무명에뿌리를두고있기때문이다.따라서12연기를,고리를끊어버리고무명상태를벗어나야한다.우리가육처(안이비설신의)로받아들인모든정보가거짓이다.그것을명명백백하게보고,괴로움의공장시스템인12연기를파괴하라!지금껏얻은정보나지식은모두무명에서비롯된것이니,명색으로받아들인모든정보는거짓이다.
언어도마찬가지이다.우리는언어를통해소통하지만,인간언어의불완전함으로인해완전한의사소통을할수가없다.우리가사용하는언어마저도타자의언어이기때문이다.주체를소외에서벗어나게하기위해서는우리를소외시킨언어의틀을깨야한다.고정관념과선입견투성이인명색을벗고,처음의눈으로세계를대면해야한다.그리고최초의언어로창조행위를할때,비로소우리는주체가된다.
그러나새로움은얼마나위험한가.의지처가없이홀로서야하는언어는외롭다.이는마치보석인진주가부화하여날개를다는순간과같다.그러나창조적주체는자기의언어로보편성을확보해야한다.이전의비행방법에서벗어나우주로날아가는우주선처럼넓고튼우주에서고독하게멀리가면서조그만세계에남은자들이알아들을수있게신호를송신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