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인생

가라 인생

$12.22
Type: 현대시
SKU: 9791158966782
Categories: ALL BOOKS
Description
빌어먹을 시처럼 음악처럼 사랑처럼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백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가라 인생』이 시인동네 시인선 246으로 출간되었다. 강백수 시집 「가라 인생」은 당신과 억겁의 인연을 스쳐 만나는 아름다운 사랑의 설화도 아니고 인과를 약속하는 권선징악의 미담도 아니다. 그것은 싸늘한 우리의 현실처럼 적당한 우연과 무의미와 악의가 불협화음처럼 뒤섞인 시적 세계이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당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다 보면, 자신이 꿈꾸는 행복한 미래를 미리 당겨와 현실에 자꾸 상영하다 보면, 거짓과 오물투성이 속에 살아가는 형편없는 우리도 당신과 닮은 멋진 모습으로, 최소한 그에 근사한 존재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준칙을 잃어버린 지금 이곳에서 당신이라는 유일한 이유와 만나기 위해, 강백수는 오늘도 가라로 시를 쓰고 한껏 몸을 부풀린 사랑의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저자

강백수

1987년울산에서태어나서울에서자랐다.한양대학교국어국문학과졸업,동대학원박사과정을수료했다.2008년《시와세계》등단.시집『그러거나말거나키스를』,산문집『서툰말』『사축일기』『몸이달다』『그리고나는아빠가된다』가있다.싱어송라이터로도활동하며3장의정규앨범을냈으며대표곡으로〈타임머신〉이있다.

목차

제1부
사북ㆍ13/뒤섞인시간ㆍ14/사후세계관ㆍ16/맞거울의호수ㆍ20/일회용우산ㆍ22/시부야ㆍ24/Amyㆍ26/탕후루ㆍ28/F5ㆍ30/펑ㆍ32/가라인생ㆍ34/이경규의몰래카메라ㆍ36

제2부
퉤퉤퉤ㆍ41/시작점ㆍ42/열두살,열두시ㆍ44/이불킥ㆍ46/바버샵ㆍ48/고양이의마음ㆍ51/Non‐diatonicㆍ52/이윽고또다시명절ㆍ54/잠정은퇴ㆍ56/이진법ㆍ58/명견강삼돌ㆍ59/52,000kmㆍ62

제3부
반성문ㆍ65/스캣ㆍ68/퇴위ㆍ70/욕ㆍ72/역류성식도염ㆍ75/버러지ㆍ78/실망의달인ㆍ80/오부리ㆍ82/워크에식(Workethic)ㆍ84/폭설과블루스ㆍ86/탱크주의ㆍ88/무임금노가다ㆍ90/미지와의조우ㆍ92

제4부
Bassㆍ97/카레라이스ㆍ98/빌드업ㆍ100/충분한시간ㆍ102/110ccㆍ104/나이롱신자ㆍ106/필모그래피ㆍ108/비몽사몽ㆍ111/오토튠ㆍ114/오마카세ㆍ116/그러거나말거나키스를ㆍ118/영원한노래ㆍ120/이한편은당신을위해ㆍ124/그대ㆍ126

해설조대한(문학평론가)ㆍ127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강백수시인의시집속에서‘나’를이루는근저에는‘시와노래’가놓여있다.이는본인스스로를‘문학과음악의요정’이라칭하는강백수시인본연의페르소나와일정부분겹쳐지는시적관심사이기도하다.예술이라는범박한이름으로지칭될수밖에없는그무엇은대부분술에취한이미지와함께그려진다.그것은“이천씨씨맥주피쳐에소주를들이붓고그걸한방에마시겠다고객기를부리고”“거리를낄낄거리며달리고울고벽을치다주먹이깨지고그렇게매일을보내던뜨거운시절”(「퇴위」)이거나,“안온한C키의세계”가아닌“술을마시러나가고/욕을하고/쓸데없는소리를하고”“내게유해한글”로만든“구겨넣은#들의행패”(「Non-diatonic」)같은것으로묘사된다.
앞서한사람의구원이다른이의평범한일상을훼손시키며시작되었던것처럼,시인의세계역시누군가의안온한일상을뒤틀고망치는와중에만들어진다.하지만시인은그에대한적법한알리바이를주장하거나자신의세계를미학적으로정당화하는데는큰관심이없어보인다.오히려시인은그‘불안’과‘위태로움’속에서어찌할수없는‘아름다움’을느낀다고고백한다.

잘못은주로아내와부모님과친구들에게하는데뜻밖에도나는존경하는검사님께반성문을쓰고있다

비가오고있었습니다
앞이잘안보였고
길도익숙하지않았습니다

아내에게별로보탬이되지못하고부모님도친구들도필요할때만찾는주제에전방주시태만과신호위반이죽을죄인양눈물겹게빈다

저는소득이불규칙한예술인입니다
가뜩이나없이사는데
지난몇년간코로나19로소득은급감하여
더없이힘든시절을보냈습니다

그로인한피해자는상대차주가아니라제대로된선물하나못받아본아내와매일걱정해야했던부모님과술값을계산해야했던친구들인데존경하는검사님께하소연을해댄다
-「반성문」부분

막사는것같았지
하지만나름의철학이있었던것같아
허구한날술만마시는것같았지만
그어지러운풍경속에서
환상과현실을양쪽눈으로동시에볼줄알았어
그걸글로적으면문학이되지않을까했지만
그런기록을남기는데에는별로관심이없었어
어느후미진골목에서담배를피우며
흥성거리는풍경의일부이고자했지
-「스캣」부분

이같은시인의미학을조금더자세히논의하기위해3부의서두를장식하고있는두편의시를나란히읽어보자.「반성문」의시적화자는교통법규와관련된모종의잘못을저지른듯하다.‘나’가반성문을쓰는이유는자신의죄를조금이라도경감시키기위해서이다.평소그럴듯한선물하나건네지못했던아내,밤새나를걱정하는부모,늘술값을대신계산해주는친구들에도빌어본적없는나는얼굴도모르는검사에게온힘을다해스스로의처연함과성실함을주장한다.“소득이불규칙한예술인”에게너그러운선처를내려주신다면오롯한“한가정의가장으로서”“이사회의건강한구성원”을길러내고스스로도“국가발전에”애써“이바지하도록하겠습니다”.하지만나의본심은대학원까지진학했던자신이반성문의맞춤법이나고민하고있는작금의상황,몇백만원의벌금이아쉬워납작엎드린스스로의모습에대한자조에가까운것같다.이렇듯해당시편은내가쌓아올린사회적언어와그에어긋나는내면의언어의교차발화로구성되어있다.그리고이두가지언어의불협화음은시인이만들어내는미적세계의핵심축을이루는구조적요소이기도하다.
아래의작품「스캣」은그러한두세계의겹침,“환상과현실”“양쪽”을넘나들며생성되는시적언어의특징을잘보여준다.작품속에는‘나’가기억하는한사람의이야기가그려져있다.다른작품들이으레그러하듯그에대한기억또한취기와노래와담배연기가뒤섞인“어지러운풍경”으로남아있다.그는언제나술에취해있지만술값은단한번도내지않는사람이었고,특별히재미도없는이야기들을불콰한목소리로건네는사람이었다.문제는그가지금어디서무엇을하는지,나는그생사여부도미처알지못한다는점이다.그는몇년이고연락이끊겼다가한번씩불쑥모습을드러낼뿐자신이어떻게살아가고있는지에대해서는늘천진한표정으로대답을얼버무린다.그럼에도나는이따금그를떠올리고정확히기억도나지않는그의중얼거림을그리워한다.묘한깊이로나를울렸던그의이야기는어느곳에도기록되어있지않아서불분명한나의기억과그때의“흥성거리는풍경의일부”로서만세계내에존재한다.그것은즉흥적인스캣의흥얼거림처럼한순간에만존재하는것,악보와지면의안온한세계에서는감각하지못하는현장의소음과도같은것,다시재현해보려고해도실패할수밖에없는단독적인사건이자이미우리를지나쳐간그무엇에가깝다.
-조대한(문학평론가)

[시인의산문]

밀항선을타고지상에도착한지마흔해가다되어간다.스치기만해도흠집이나버리는약해빠진영혼.그러니조심조심다루는수밖에다른방도가없다.이승에서나는의료보험혜택이적용되지않는불법체류자,그러나살아야하겠기에일을해서먹고산다.변명과변명을용접해서되지도않는문장을만들때면사방으로불똥이튄다.전기톱으로기억을썰어그리움을차곡차곡쌓다보면알수없는기분들이톱밥처럼목구멍을가득메운다.나는다쳐서도안되고병들어서도안되는신원불명의인간.후미진골목에서만난당신의웃음을마이신처럼입안에털어넣고잠을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