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계절의 처음 (김정희 시집)

다음 계절의 처음 (김정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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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상한 결론과 이상한 물음들
2013년 《시와경계》로 등단 후 시와 소설 그리고 디카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희 시인의 첫 시집 『다음 계절의 처음』이 시인동네 시인선 247로 출간되었다. 김정희의 시집을 읽는 독자라면 이 시집의 전체 프레임이 죽음에 대한 의식에서 시작하여 시간성과 기재성에 대한 사유,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의 서사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김정희의 시적 여정이 의식의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무의식(꿈)의 세계에서도 지금까지 있어 온 시간을 반추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김정희에게 시를 쓰는 시간은 꿈을 꾸는 시간이다. 김정희는 시간 여행자로서뿐만 아니라 생활 여행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다음 계절의 처음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저자

김정희

시인

경남창원에서태어나2013년《시와경계》시등단,2013년《경남문학》소설등단했다.디카시집『슈뢰딩거의고양이』,시집『다음계절의처음』이있다.현재《시와경계》,《디카시》편집장을맡고있다.

목차

제1부
아아ㆍ13/고비로가는여자ㆍ14/돼지와꽃ㆍ16/도플갱어ㆍ18/변태들ㆍ20/쌍욕ㆍ23/아버지와화석ㆍ24/천천한사랑ㆍ26/십자수표구ㆍ28/디지털포렌식ㆍ30/엑스트라ㆍ32/허공을박다ㆍ34/밤의활강ㆍ36

제2부
백날ㆍ39/단속구간에갇히다ㆍ40/그많던해파리는어디로갔을까ㆍ42/흐르는소나기ㆍ44/흐린날ㆍ47/갈라파고스로가자ㆍ48/아라비안나이트ㆍ50/이슬비에대한예의ㆍ52/오월의마늘밭ㆍ54/어쩔수없는일ㆍ55/나이팔기ㆍ56/사춘기는아직오고있는중ㆍ58/실종ㆍ60

제3부
휠체어와봄ㆍ63/그리움은지하2층주차장에도있다ㆍ64/그녀의아스피린ㆍ66/떠다니는꿈ㆍ68/언니와동화ㆍ70/통천문(通天門)을생각하다ㆍ71/내동창창호ㆍ72/햇빛사냥ㆍ74/면회ㆍ76/그림자의정체ㆍ78/소녀와방ㆍ80/이혼유정(離婚有情)ㆍ82/투신ㆍ84

제4부
노인의바다ㆍ87/내집에는악어가산다ㆍ88/장어는마지막힘을왜꼬리에옮겼나ㆍ90/그겨울달ㆍ92/남지오일장ㆍ94/까맣고작게ㆍ95/어부바ㆍ96/비밀번호ㆍ98/고등어굽는동안ㆍ100/환생ㆍ102/낮달ㆍ104/이상한결론과물음ㆍ105/마주치다ㆍ106

해설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명예교수)ㆍ107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김정희의시간성을지배하는정동(affect)이있다면,그것은울음이다.프로이트가“정동은성찰하거나사유한다기보다는행한다”고했던것처럼,그녀에게울음은정서가아니라내장에서스며나오는소리이며,관념이아니라물질이다.

손등을뒤집으면붉은손바닥
푸릇한잎사귀달던잎맥같은실금들
네게가는길이이랬을까
걸핏하면신호등에걸리고
60km제한속도표지판을세우고
방지턱은복병처럼엎드렸지
나는두손을쥐고울었어
4월벚나무아래는너무하얘
두손가락그러쥐던그날처럼
-「그리움은지하2층주차장에도있다」부분

시인에게는“네게가는길”이있다.이작품에서“네”가누구인지,혹은무엇인지는명시되어있지않다.분명한사실은그것으로가는길이“실금들”처럼복잡하다는것,그리고그것으로가는길에방해물이“복병처럼”가득하다는것이다.지금까지김정희를읽어온프레임을적용하면,이시에서“신호등”과“방지턱”은본래적존재의탈은폐를방해하는다양한장치들일수도있다.그것들은추상적인개념이아니라구체적인사물들이다.김정희가기재성의시간을반추할때도관념이아니라구체적인인물들과사건,사고들이등장한다.미래의죽음에서과거로,다시과거에서현재로이어지는시간성의궤도에서시인은“두손을쥐고”자주운다.시인에게울음은추상화된기억이아니라내장에각인된정동이다.“4월벚나무아래”에서“두손가락그러쥐던그날”은기재성의시간에서시인이온몸으로,내장으로겪는슬픔의시간이다.눈물은“지하2층주차장”만이아니라“오월의마늘밭”(「오월의마늘밭」)에서도자꾸흐르고,“갈라파고스”(「갈라파고스로가자」)에서도흐르며,“호프한잔에아스피린을삼키”(「그녀의아스피린」)는여자의얼굴에서도흐른다.
그렇다면김정희의시에서눈물은어떻게마르는가.그것은바로눈물의계곡에빠진존재들의시간성에대한탐구를통해서이루어진다.

늙은여자가더늙은여자를밀고간다
더늙을일이없는여자와
늙을일이조금남은여자는다정하다
늙도록익숙한길
더늙은여자의어깨위에
조금늙은여자가손을얹는다

수국은별을닮았구나
우주별이내려온줄알았구나

보라에희고붉은길의끝으로
휠체어가굴러간다
이길을돌면다음길이있다는걸
다안다는듯오래전에알았다는듯

두여자다음계절의처음으로걸어간다
거의왔구나,하면서
-「휠체어와봄」전문

시간의긴궤도위에서“늙은여자가더늙은여자”가가는길은같다.앞서거니뒤서거니하지만,모든존재는시간성의고비마다“이길을돌면다음길이있다는걸”,그리고그길의끝이어디인걸잘안다.그들은모두죽음의미래라는동일한길을향해가고있다.그것을잘알기때문에‘늙은여자’는‘더늙은여자’의아픔을이해하고공감하며,그아픔의휠체어를다정하게밀고간다.만일이둘이가야할길이다르다면,그누구도이런공감과사랑의정동을보장할수없다.하나의아픔이다른아픔을,하나의눈물이다른눈물을밀고가다가,“다음계절의처음”에서이들이내뱉는말-“거의왔구나”-은얼마나정겹도록슬픈가.김정희는은폐되어있는본래적존재를시간의지평을통하여드러내는시적여정의먼길위에서있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