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고집

소소한 고집

$12.13
Description
청명하게, 청량하게, 그리하여 희망에게
1987년 등단해 우리 곁에 나타난 양선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소소한 고집』이 시인동네 시인선 248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역시 양선희 시인답게 재치 있으며, 읽는 재미가 넘쳐난다. 불필요한 수사나 비유를 덜어낸 한결 간결해진 문체가 오히려 시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양선희는 자신의 고유한 감정과 감각을 특수한 것으로 포장하는 대신, 그것을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보편성을 획득한다. 예컨대 양선희의 시에서 청명하고 청량한 사유와 말하기란 하나의 개성이 아니라 자신의 사유를 길어내기 위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양선희

경남함양에서태어나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1987년《문학과비평》시등단,1997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나리오가당선되었다.시집『일기를구기다』『그인연에울다』『봄날에연애』,장편소설『사랑할수있을때사랑하라』,산문집『엄마냄새』『힐링커피』『커피비경』『리셋하다』등이있다.

목차

제1부
꽃에관한진담ㆍ13/살구ㆍ14/나비를부른다ㆍ16/옛사랑ㆍ18/천변에서ㆍ20/봄날은간다ㆍ22/태풍의계절ㆍ23/신의영역에도전한건본의가아니다ㆍ24/박하ㆍ26/나는구른다ㆍ28/정독도서관ㆍ30/보리수씨앗을만지다ㆍ32/구월정원ㆍ34/가볍게단순하게ㆍ35/첫눈ㆍ36/봄을맞는방식ㆍ38/꽃샘바람ㆍ40/빛스텝ㆍ42/새해첫날ㆍ44

제2부
빛에관한기술ㆍ47/죽을힘ㆍ48/나는모른다ㆍ50/입추ㆍ52/가을날ㆍ54/잡초ㆍ56/원주천ㆍ58/살아났다ㆍ60/밥그릇ㆍ62/실패갖고노는날ㆍ64/나팔꽃ㆍ66/태풍에도꿈쩍않는무당거미와ㆍ68/봄의산에서ㆍ70/장뤽고다르ㆍ72/잡초에대한단상ㆍ74/눈쏟아지는봄날ㆍ76/공치는달인ㆍ78/가을소풍ㆍ80/참외밭ㆍ82/구름중독자ㆍ84

제3부
밥그릇에베이다ㆍ87/물소의뿔ㆍ88/죽음을화제로삼아도ㆍ90/음모ㆍ92/시인의초대ㆍ94/갤러리박ㆍ96/복자언니ㆍ98/수선가게ㆍ100/봄의출사(出寫)ㆍ102/탈의실에서ㆍ104/구름감상협회ㆍ106/마음을어떻게읽는가ㆍ108/봄봄ㆍ110/엄마,우리엄마ㆍ112/낭만감귤ㆍ114/태풍의눈ㆍ116/구애ㆍ118/통하자,우리ㆍ120/합창ㆍ122

해설임지훈(문학평론가)ㆍ123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모든언어는의미를갖는다.아주작은단어에서부터하나의문장,문단,혹은한편에이르기까지모든언어는제각기다른자기만의고유한의미를소유한다.‘꽃’이라는단어는‘붉은꽃’이라는단어와서로다른의미를갖고,‘피어나는붉은꽃’이라거나‘붉은꽃이피어나는계절에우리는만났다’는문장과도다른의미를갖는다.얼핏보기에언어가갖는의미는이처럼언어가지닌물리적부피와비례하는것처럼보인다.하지만실상언어가갖는의미란그물리적부피와항상비례하는것만은아니다.그것이가장도드라지게드러나는미학적양식이바로‘시’일것이다.시는짧은하나의단어로무수한의미를중첩되게만듦으로써고유한의미의자장을펼쳐내기도한다.혹은무수한단어로하나의의미를첨예하게파고들어고유한의미의깊이를길어내기도한다.이처럼언어의부피와의미사이의비례관계가항상성립하는것은아니라는사실을미학적으로활용하는것,그것이바로‘시’의묘미라할수있을것이다.
오늘우리가마주한이시집또한마찬가지이다.이시집에서도시인은깊이있는사유를하나의단어에응축시켜폭발력을만들어내기도하고,사유와문장의반복을통해하나의의미를심도있게파고들기도한다.어쩌면이러한과정은시의본령이라고도할수있을것인데,바로이과정에양선희의시가지닌개성적인특징이나타난다.이시집을여기에이르기까지정독한독자라면이미눈치챘을테지만,그것은바로명징한사유와적확한언어의운용이라할수있다.마치시인의말을통해부러드러났듯양선희라는시인의언어는자신의언어를“맑고/분명”하게드러냄에주저함이없다.여타의무수한시인들이자신의사유를부풀리고언어의활용을자랑하기위해불필요한미사여구를남용하는것과달리,양선희의언어는그사유의분명함만큼이나적확하고제한된언어를통해자신의사유를드러내고있다.

잡초는억세고질기더라잡초뿌리뽑겠다고덤볐다몇번이나나둥그러졌어며칠벌침치료를받아야했지뿌리뽑는일에달려들때는특별히조심해야겠더라

뿌리는뿌리끼리얽히고설켜기운을주고받는대센태풍이나큰가뭄을견뎌낸대그래서짓밟는발밑에서도꿋꿋할수있고사는일겁먹지않는건가봐

지상에서는영역다툼심하지만
땅밑에서는그렇지않대
홀로죽어가게서로내버려두지않는대

산사태막는잡초
보약밥상되는잡초
병치료하는잡초
연구대상잡초
그무궁한
생명력들

깊이깊이
파보려하네
잡초들세계
-「잡초에대한단상」전문

일상에서마주한잡초와의실랑이,그리고그로부터느낀단상을그리고있는위의시는양선희라는시인이가진시적언어의특징이고스란히드러나고있다.「잡초에대한단상」이라이름붙여진위의시에서,화자는자신이잡초를대면하여겪었던일상을서술하는것에서부터자신의사유를펼쳐낸다.잡초를뽑으려던그의행동은뿌리째뽑는것이어려운까닭에대한인과적사유로빠져드는데,이러한사유는잡초가살아가는방식에대한사유로이어진다.그리고이러한사유속에서화자는잡초의형상에인간의삶을투영하여“짓밟는발밑에서도꿋꿋할수있고사는일겁먹지않는”잡초의모습에기묘한경탄을느끼게된다.
여기에서시인은부러철학이나사상,종교따위에서더러사용되는미사여구를사용하거나혹은이국의언어를사용해자신의사유를풀어내는대신,간결한일상어를통해자신이경험하고사유한바에대해서술하고있다.여느독자에게나익숙하게읽혀질쉽고일상적인언어를통해자신의감각적사유일체를환원하여시적순간을언어로재현하고있는셈이다.이처럼쉽고일상적인언어를자신이포착한시적순간을서술하는방법론으로활용하는것이바로양선희의언어가갖는특징이라할수있겠다.
-임지훈(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