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놓쳤을까 (권규미 시조집)

누가 나를 놓쳤을까 (권규미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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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물방울 인생론
2023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상을 수상한 권규미 시인의 첫 시조집 『누가 나를 놓쳤을까』가 가히 시인선 009로 출간되었다. 권규미 시인은 삶의 슬픔과 고통, 삶이 무상하다는 허무감에 직면했을 때도 여전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생각한다. 그렇게 움직일 수 없는 삶의 조건인 슬픔을 물방울에 투영하는 감각으로 이야기를 한다. 이는 삶의 본질은 슬픔이라는 인식에서 비롯하며, 현상적으로 보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존재의 심연에서 그것을 발견하고자 하는 마음을 반영한다. 삶의 고통을 말하기에 앞서 슬픔의 연원을 더듬어 가는 권규미의 시조를 읽노라면 눈물방울들이 동그랗게 맺힌 화폭을 보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그 이미지가 황무지 같은 세계에서 한 줄기의 생명력으로 솟아나면서 정제된 슬픔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이 시집의 언어가 눅진하지 않고 맑게 와닿는 이유다.
저자

권규미

경북경주에서태어났다.2013년《유심》시등단,2023년《중앙일보》중앙신춘시조상을수상했다.시집으로『참,우연한』『각시푸른저녁나방』이있으며,경주문학상,천강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비파형동검13/수레국화14/때죽나무아래16/튤립피버17/하회에들다18/척,20/모래사람처럼21/책비22/모르쇠24/활짝,펴다25/숨쉬어라26/연륜28/아직도직녀처럼29/우울의삽화30

제2부
누가나를놓쳤을까33/조문국을다녀오다34/수금포36/우리들의피노키오37/마두금38/금관총40/암각화41/나방이처럼42/투석실을엿보다44/비스듬하다45/수수께끼46/엄마를요약하다47/소금호수48

제3부
저얼룩무늬51/고분古墳앞에서52/까마귀를읽는밤53/모른단다54/우울을만져보다55/별리56/적막의등57/덫58/세한도를찾아서60/백비61/찬란62/농부64/봄날65/토정에대하여66

제4부
모란이왔다69/스노우파파70/불안의아홉꼬리72/극락을지나왔다73/원추리여인숙74/우리들의노파76/어떤오독77/별무늬로질금내기78/아름다운장례식80/꽃다지성당81/모리꾼이야기82/숨겨주다84/지하도시를지나며85/시작詩作86

제5부
확률적으로나는89/오이디푸스처럼90/호두나무91/버드나무스투파92/금동신발94/모란95/부메랑효과96/더리더97/저녁에발을씻다98/걸인99/바이,갠지스100/옛날엔돈을형이라했다101/너는원래새였단다102/흰죽104

해설김효숙(문학평론가)105

출판사 서평

인간은누구나갖가지이유로자기정체성을질문하면서살아간다.어느날이세계에우연히던져졌다고보는실존주의자도,신에의지하여자기존재의절대성을믿는자도기원과정체성문제에서예외인자는없어보인다.특히실존주의자에게인간은조건결정론보다는과정의존재인점을승인하는차원에서의사유대상이다.이시집에담긴시인의사유가바로그러하며이것이자기정체성에대한질문에서부터시작된다.

나비가나빌확률누가봐도백프로니

꽃또한꽃일확률눈감아도자명하다

만물이다그일확률은진언처럼단단한데

나는지금내게몇프로의확률일까

시나브로완연한시간속잎새들을

모았다흩었다하는나는정말누구일까
-「확률적으로나는」전문

이시에는가변체인인간에대한성찰이깔려있다.자연은늘완벽해보이지만화자는자신이온전히자신일수없다고말한다.자연에비추어자신이누구인지생각해보는현실에서인간밖의자연은모두그지위가공평해보인다.나비와꽃같은온갖“만물이다그일확률은진언처럼단단”하다면서자신의정체성을회의하기에이른다.그리고이러한의심이자신의본질에관한것이라는점에서이시는존재론적질문을품고있다.자신이온전히자신일수있는경우를“확률”에기댈만큼가변적인인간인것이다.자연에주어진것이단단한존재감과완연한시간성이라면,인간존재에게주어진것은가변적인존재감과불완전한시간성이라는인식위에서자기정체성에대한고민을이어간다.
이점에서이시의전반부는생각할줄아는인간을자연과대비하는것으로읽힌다.후반부로갈수록시적진실은한층심도를더한다.자연을그자체로보지않고“모았다흩었다”하면서통합과해체를반복하는데이것은시간차로움직이는자신의마음을고백하는차원이다.자연의온전함에자신을비추어보면서수시로변하는의식을성찰하고있는것이다.이점은인간의그러함과시인으로서의자질을동시에발언한다는의미가있다.우리는자신이누구일수있느냐는가능성을확률로가늠할수있을뿐이고,누구나시간에예속된존재로서찰나적변화속에놓여있다.
-김효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