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파수꾼에게 (반양장)

나의 파수꾼에게 (반양장)

$12.00
Description
어떤 결핍과 치유의 기록
201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나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의 파수꾼에게』가 시인동네 시인선 249로 출간되었다. 이나영의 시집에서 당신은 호기심과 결여, 회한과 상처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데 그런 당신이 놀랍게도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을 준다. 당신이 곁에 있었던 시절과 결핍이 가득한 현재를 오가면서 ‘나’는 그 기이한 위안을 받아들인다. 사랑할 때 당신은 ‘나’를 지키는 ‘파수꾼’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당신은 무수히 변신하면서 내 곁에 존재한다. 편재하는 당신에게 안부를 물으면서 시적 주체는 이별을 받아들인다. 아무리 진실된 사랑이라도 전락과 배신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사랑할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실과 상처의 대상이 된다. 이나영의 이번 시집 『나의 파수꾼에게』는 상실의 고통에 장악당한 주체가 스스로 해방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

이나영

1992년대구에서태어나한양대국문학과를졸업했다.2014년《매일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언제나스탠바이』가있다.

목차

제1부
나의파랑ㆍ13/파도를믿는다면ㆍ14/아,하고입벌려봐ㆍ16/밤의구원ㆍ18/유속의허기ㆍ20/산란의기분ㆍ22/달의노래ㆍ23/랜덤플레이ㆍ24/오늘은가장긴산책을하자ㆍ26/물수제비ㆍ28/파도의효능ㆍ30/밤의문법ㆍ32/서신ㆍ34/세월ㆍ35/경청ㆍ36/보송한얼굴의너에게ㆍ38

제2부
레몬ㆍ41/나의파수꾼에게ㆍ42/노토킹존ㆍ44/치사량을지키는법ㆍ45/단어수집ㆍ46/꽃의소원ㆍ48/선잠ㆍ49/이름을입력하세요ㆍ50/편지ㆍ52/눈덩이가굴러온다ㆍ53/쉿,ㆍ54/닮아가는밤ㆍ56/포옹의뒤편ㆍ57/오래된연애ㆍ58/몽유병을앓던밤마다ㆍ60

제3부
다이빙ㆍ63/바디체크ㆍ64/숨겨둔노래ㆍ66/봄의동선ㆍ67/오늘은시계를벗자ㆍ68/환상통을기다리는밤ㆍ70/타히티의여인들ㆍ71/트라우마ㆍ72/항해ㆍ74/새해인사를못한건요ㆍ75/나의곡선ㆍ76/숟가락의힘ㆍ78/싱크홀ㆍ79/샤워ㆍ80/절연ㆍ81/스위치를꺼야해ㆍ82

제4부
웃으면복이올까요ㆍ85/선글라스ㆍ86/가위ㆍ87/텅빈지도를향해ㆍ88/몽중(夢中)ㆍ90/식물킬러의변명ㆍ91/무중력고백ㆍ92/음소거ㆍ93/끝말잇기ㆍ94/나마스떼ㆍ96/멈추지말기로하자ㆍ97/배를접는마음ㆍ98/청소ㆍ100/6:30amㆍ101/독백ㆍ102

해설이정현(문학평론가)ㆍ103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결여’는시의절대적인동력이다.이나영의시적주체는사랑하는사람의부재라는결여를계속확인한다.『나의파수꾼에게』의1부에수록된시들은자기동일성과자기애의극단에이른자기모멸의기록이다.주체는“내가나로사는것을/견딜수없”(「나의파랑」)다고토로한다.“다짐만반복되는/아침”(「파도를믿는다면」)을맞이하면서“오래품은말”(「물수제비」)들이흩어지는날들을온몸으로견딘다.‘나’가고통스러운이유는누군가의부재때문이다.이제‘나’가사랑하는대상은없다.그사람은추억으로만내곁에머문다.‘나’는너를만질수없고,포옹할수없다,‘나’는다만추억할뿐이다.추억은하나의세계다.그세계안에이별이후의너는없다.‘나’는그과거의시간을움켜쥐고그안의너를붙들려고한다.그렇지만시간은무심히흐르고,부재는극복되지않는다.
텅빈당신의부재와상처앞에서‘나’는꼼짝도하지않는다.‘나’는필사적으로부재에매달리며상처를응시할뿐이다.그사람이없어도살아온시간들을‘나’는견디기어렵다.사랑이끝나고그사람이떠나도말은되돌아온다.그말들이‘나’를괴롭게한다.유효기간이끝난그말들은당신의부재를확인하게한다.‘나’는그말들을곱씹는다.실체없는말들을만지면서‘나’는당신이곁에있는것처럼혼자중얼거린다.1부의시들은흔적을견디는자의‘혼잣말’로넘친다.아직‘나’는당신을떠나보내지못한상태다.첫번째수록된시「나의파랑」을읽는다.

내가나로사는것을
견딜수없을때

새카만나를벗어
바다에내던진다

수평선가장먼곳까지
떠내려가보려고

혼잣말한방울씩
물결에풀어내며

밤낮으로유영하면
침묵이찾아올까

파도를견디고나면
투명한내가될까
-「나의파랑」전문

누구나삶속에서특별한사람을만난다.그사람은‘나’에게생의특별한비의를가르쳐준다.우리는대개그진실을이별이후에야알게된다.떠난대상을그리워하면서“잘하고싶던마음”(「유속의허기」)을떠올리지만,그대상은되돌아오지않는다.그사람은없고,비의만이남겨진다.사랑하는사람은,진실을알려주고떠난후절대로돌아오지않는다.시적주체는부재를앓으면서괴로워한다.하지만사랑이끝나도계절은다시오고,삶은계속된다.어쩌면당신은처음부터부재한것이아니었을까.사랑이끝난후에도‘나’는여전히살아간다.이것이‘나’가“바늘로나를꿰매면서눈물로깨달”(「산란의기분」)은유일하고도진부한사실이다.“다급한물음표”(「밤의문법」)를마주하면서‘나’는처연하게부재를앓는다.
-이정현(문학평론가)

[시인의산문]

이제는미래를의심하지않기로합니다.지금우리에게맺힌말과마음을마음껏따먹어도시간이모자라니까요.
누가더마음을쏟는지는이제중요하지않아졌습니다.바다가내어주는말들을듣다보면,같이있다는것만으로도마음이채워진다는걸알게되었으니까요.

더나은사람이되고싶게만드는당신께매일고백합니다.
그래도모자란것같습니다.

더주고싶은마음끼리함께산다는건이렇게나를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