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야구를 좋아하는 걸까 야구공을 좋아하는 걸까 (주향숙 시집)

너는 야구를 좋아하는 걸까 야구공을 좋아하는 걸까 (주향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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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적인 것이 시적인 것이 되기까지
주향숙 시집 「너는 야구를 좋아하는 걸까 야구공을 좋아하는 걸까」가 시인동네 시인선 252로 출간되었다. 주향숙의 이 시집은 기억의 이면과 개성 있는 시적 이미지의 차용을 넘어서서 좀 더 근원적인 갈망과 막연한 노스탤지어의 정서가 느껴진다. 이는 시적 욕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왔던 시간에 대한 시적 형상화 과정으로도 보인다. 이때 노스탤지어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뜻하기보다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열망, 염원, 바라봄에 가깝다. 하여, 주향숙 시집을 읽는다는 건 주향숙의 노스탤지어를 읽는다는 것이고, 그건 주향숙 시의 매력에 빠져들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

주향숙

경남진주에서태어나경상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했다.지금은수학을가르치며살고있다.

목차

제1부
요요ㆍ13/사과는사과를ㆍ14/토마토ㆍ16/스피카ㆍ18/연필의태도ㆍ20/창살ㆍ22/모자이크ㆍ23/이재ㆍ24/캘리포니아학교ㆍ26/페스츄리ㆍ28/묘비명ㆍ30/풍장ㆍ31/사과나무숲ㆍ32/가좌동ㆍ34/사월ㆍ36/남극ㆍ37/물거품처럼나는자꾸말을ㆍ38/그림자일기ㆍ40/솟대ㆍ42/장마ㆍ43/백야ㆍ44

제2부
달맞이꽃ㆍ47/평범하게육교ㆍ48/코스모스ㆍ50/모메꽃ㆍ51/침낭에누워보기ㆍ52/숨바꼭질하는별을보았니?ㆍ54/시인ㆍ55/자기나무ㆍ56/개양벚꽃ㆍ58/봄날ㆍ59/지족ㆍ60/수요일의다큐ㆍ62/교실ㆍ63/푸에르토라피세스ㆍ64/첫눈ㆍ66/벽조목ㆍ67/스페인광장ㆍ68/와디ㆍ70/라디오ㆍ71/통영ㆍ72

제3부
밀양ㆍ75/경사로ㆍ76/구례ㆍ78/안동ㆍ79/훌륭한식사ㆍ80/조차(潮差)ㆍ82/무동ㆍ83/독립영화ㆍ84/집시ㆍ86/무밥ㆍ87/국경의밤ㆍ88/몽골(夢骨)ㆍ90/종이집ㆍ91/남성동(南城洞)ㆍ92/집으로가는길ㆍ94/사진의힘ㆍ95/오타루ㆍ96/꽃다발ㆍ97/매물도ㆍ98

해설장예원(문학평론가)ㆍ99

출판사 서평

시인은자기가창작한시의첫독자이다.시를쓰지않았다면시가말하는바를자신이가지고있었으면서도깨닫지는못했을수도있다.평범하기이를데없는주변의사물들을혹은자신안에있지만불분명한존재들을그냥흘려보내거나무심히대하지않는다면시인은그들과서로주고받은교류를작품으로남길수있고그것자체가그가보낸시간의기록물이자내고독의친구가되는것이다.이를테면“사람이없는풍경은/기대어서고앉아도보고말을걸면/의미가생기”듯“열리지않는문고리”도“말을걸면화분이되”고“풍경”(「구례」)으로다시태어난다.여기에서얻는만족과기쁨이창작의절박함때문에받는괴로움을상쇄한다면시인은어떤식으로든구원받는다.이시집에는앙리루소의그림〈잠자는집시〉를보고영감을받아형상화한「집시」라는작품이있다.신비로운분위기의달빛에이끌려어디까지든가는집시는창조가우리에게주는자유를의미한다.하루일과에지쳐단잠에빠진집시여자를해치지않는사자와검은집시여인,달빛,만돌린,지팡이,꽃병을사막위에배치하여생성된몽환적이고낯선이국적인이미지는이미현실질서너머의세계이다.한편의시와같은이그림에서시인은본인이갈망하며창조하고픈자유와구원이실현된세계를마주했기에눈물이나지않았을까?

사자를보고
사막에누워있는여자를보고
눈물이났다
(알수없는일)
쏟아질것같은하늘과
동그란달빛때문에
사막의전갈이나를쏜다해도
(이것은슬픔이아니다)
여자곁에는만돌린손에는지팡이
여자는그을렸고
까만맨발로잠이든여자
냄새를맡는사자는마치
여자를구원하는전사인것만같고
여자는꿈결인듯미소를짓고

어디까지든가는것이다집시는,달빛때문에
-「집시」전문

다시처음으로돌아가보자.이시집의제목이기도한「너는야구를좋아하는걸까야구공을좋아하는걸까」라는질문으로.처음엔경기의흐름,전략,선수들의플레이를즐기는야구라는스포츠를좋아했지만나중엔야구공에집착하게된건아닌지우리에게질문을던진다고언급한바있다.이질문에대한의미부여는다양하겠지만굳이본질과본질이아닌것을구별하며어떤쪽이어야한다고답할필요는없다.“완전한것은없”고“처음은변하기도”(「모자이크」)하니까말이다.경계에서외줄을탔던오랜고독의시간덕분인지그녀는공중에서지상으로내려서는세상에대응하는균형감각을갖추고있다.이는살아가면서하나를지키느라잃어버린다른것들에대한반성이자아직은사라지지않은나머지것들을무심코흘려보내지않으려는삶에대한태도로도읽힌다.다른한편으로는주향숙시인의‘시적인것’에대한고민과회의가반영된결과이기도하다.고도의은유로함축해서독자의현명함과상상력을활성화하는과정도중요하지만보이는것들에대한소박하고성실한탐색의시선또한균형있는삶과시읽기를지탱하는한축이된다.
-장예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