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뼈 (진동영 시집)

투명한 뼈 (진동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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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등단 20년 만의 첫 시집을 펼치며
2005년 《시인세계》로 등단한 진동영 시인의 첫 시집 『투명한 뼈』가 시인동네 시인선 256으로 출간되었다. 진동영의 시는 담백하고도 담담하게 사물들의 지속과 연쇄를 포착하며, 특유의 양식과 화법을 통해 탄탄한 시적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그는 무수히 많은 셔터와 같이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포착하고, 병치시킴으로써 우리가 속한 세계에 대한 서사를 구성해 낸다. 그렇기에 진동영이 제시하는 이미지들의 연쇄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세계의 진리를 목격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시집에서 직접적인 감정의 언어적 표출이 없다 할지라도 그 공백을 통해 우리는 무궁한 정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또한 그와 같은 세계 내의 존재이기에, 빈자리는 공백의 부피를 초과하는 의미로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진동영

1978년대구에서태어나성균관대학교국문학과를졸업했다.2005년《시인세계》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현재서울재현고등학교교사로재직하고있다.

목차

제1부
은행나무아래ㆍ13/한가운데생ㆍ14/새조개ㆍ15/질문들ㆍ16/매미ㆍ18/초파리ㆍ19/거미의집ㆍ20/베타ㆍ22/지렁이ㆍ23/호박넝쿨의젠탱글(Zentangle)ㆍ24/문어ㆍ26/개심사ㆍ27/화두ㆍ28/매미2ㆍ30/새와난간ㆍ31/수근관증후군(手筋管症候群)ㆍ32/산책ㆍ34/풀빵이야기ㆍ35/개기월식ㆍ36/천장(天葬)ㆍ37/감자파는남자ㆍ38/리어카ㆍ40/폐업ㆍ41/오후의농구장ㆍ42

제2부
귀가ㆍ45/한낮의자판기ㆍ46/경계ㆍ47/춤ㆍ48/창(窓)ㆍ50/개나리ㆍ51/간판없는분식집ㆍ52/잘못든길ㆍ54/은행나무의밤ㆍ55/만우절ㆍ56/달밤ㆍ58/동대문ㆍ59/사춘기ㆍ60/엇박자ㆍ62/고추잠자리ㆍ63/큰똥을누는꿈ㆍ64/커피타임ㆍ66/자전거집ㆍ67/황하공갈빵ㆍ68/달콤한인생ㆍ70/한생의낮잠ㆍ71/아버지의방에서ㆍ72/채소파는여자ㆍ74

제3부
파꽃ㆍ77/초파일ㆍ78/옥수동ㆍ79/모기ㆍ80/딸기ㆍ81/금ㆍ82/쥐며느리들ㆍ83/득음ㆍ84/석류ㆍ85/전어ㆍ86/달과가로등ㆍ87/외통수ㆍ88/밥때ㆍ89/유월ㆍ90/전생ㆍ92/환장ㆍ93/양지빌라ㆍ94/야생동물보호구역ㆍ95/더덕까는노인ㆍ96/벚꽃과비닐봉지ㆍ97/엉겅퀴와개미ㆍ98

해설임지훈(문학평론가)ㆍ99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시인에게가장필요한것이무엇이겠느냐묻는다면여러종류의답변들이우후죽순으로쏟아질것이다.누군가는시가‘문자’를활용하는예술이라는점에착안해문장을쓰는능력이라답할것이고,혹누군가는아무리문장을잘쓴다하여도그내면에깃든정서가풍부하지않으면아무런소용이없다답하며정서의풍요로움을제시하기도할것이다.거기에덧붙여누군가는시를쓴다는행위가곧타자와소통하기위함이라는주장을하며자신과타인의감정을섬세하게읽어내는공감의능력이가장중요한자질이라답할수도있겠다.
물론정답은없다.시를쓴다는것은자신이보고느낀바를언어화하여내면의정서를풀어내는작업이라는점에서공통의분모를가진다.그러나그방식에있어서는쓰는이에따라크고작은차이가있을수밖에없다.‘시’란결국예술이기에,개인의천성과기질,지향에따라다른양상이펼쳐질수밖에없는것이다.우리는이를개별시인들의개성이라논하며그러한개성들의축적을통해하나의거대한문학사를완성한다.결국문학이란개별시인들의개성이시간에따라누적되고축적되어온역사이면서,우리가느낀바를온전히언어로표현하고자시도한응전의역사이기도한셈이다.
그러니이답변에는개인의취향이나주관에따른순서는있을지몰라도절대적인기준이란있을수없다.개별적인시인들의시적세계를통해우리가읽어낼수있는것은어떤기준에대한것이아니라,일상적인언어로는충분히말해질수없었던그시적진리의파편을일별하는것이리라.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나는약간의단서를덧붙여시인에게있어가장중요한것은다른무엇보다보는일,예컨대‘눈’이라고답하고싶다.무언가를본다는것은단순하게는현상이나사물을목격하는일이라는점에서시를쓰기위한기초적인작업에해당하면서,동시에본다는행위를통해대상과관계를맺는다는점에서중요하다.시에있어화자가본바를진술한다는것은곧그러한대상과나의내면을연결짓는일이므로더욱그러하다.그러한의미에서시를쓰는일에서자신이목격한세계를진술하고묘사하는행위는시인이세계에언어를통해적극적으로참여하게만드는것이고,그러한의미에서‘본다’는행위는가장근본적인시적계기의순간이라할수있다.

엉덩이가간질간질한봄날이었어

무덤위에앉아흰나비를잡으려고했었지

언젠가어느생에선가내손가락과닿았을법한긴더듬이가까딱했었지

내엄지와검지,그리고나비의흰날개,딱그만큼의거리,그만큼의아지랑이가날아올랐어

그때절하듯몸을웅크리고큰똥을누었어

똥은이내똬리를풀고뱀이되어풀숲으로사라졌지

뱀이지나쳐가누웠다일어난풀사이로한걸음한걸음발걸음을옮겼어

물결쳐나가는뱀과,내한걸음의보폭딱그만큼의거리

가고또가고가도나는계속무덤을휘휘도는제자리걸음이었어

오래된무덤의한쪽은누가베어문것같이패여있어웃자란엉겅퀴마른잔뿌리가다보였지

무덤의단면에손을대자오래말라있던흙이한숨처럼주르르흘러내렸지
-「큰똥을누는꿈」전문

그러나많은시인들은자신이본바를솔직하게말하기보다는,그것을특수하고도예외적인현상인것처럼만들기위해불필요한언술을덧붙이곤한다.예컨대,자신이본바의특수함을강조함으로써보다나은시가될수있다는믿음이오히려자신이본바를혼탁하게만드는것이다.혹은자신이본바를부러꾸미지않더라도너무나상투적인정서적진술로귀결되어자신의정서를잘풀어내지못하는경우가많다.이경우라면자신이본바에서느낀바를정확하게진술하거나묘사할수있는능력의문제이거나혹은그러한불완전함을차마감내할수없기에누군가의언어를반복함으로써안정성을추구하는행동이라할수있을것이다.하지만그러한행동은결과적으로자신이목격한시적계기의순간을비루하고상투적인것으로전락시키고만다는점에서악수에가깝다.중요한것은자신이본바를자신의언어를통해비록불완전하다할지라도가감없이서술하며,그러한서술로부터자신의내면에미처언어화되지못한감정적편린을풀어내는일이바로서정의본령이라말하고싶다.
그러한의미에서진동영의시는서정시의본령에가깝고자노력하면서도다소간이채로운모습을보인다고할수있다.그의시또한여타의서정시가그러하듯구체적이고섬세한관찰에서출발해시적화자의내면에깃들어있던정서를자기외부의객관적상관물을통해풀어내는일련의양식적흐름을보이고있다.그러나여기에서이채로운것은그가좀처럼자신의내면에존재하는정서를직접적인언어로표출하지않는다는점이고,이는그가자신의정서를풀어내는방식이이미지들의때로는병렬적이고때로는직렬적인연결을통해해내고있음을의미한다.그렇기에우리는그의시에서,특히이미지와이미지사이의행간에서그가쓰지않은것을읽어내는경험을하게된다.마치,서술되지않은정서가공백의자리로남음으로써,우리는그공백으로부터직접적인언어이상의풍부한시적체험을하게되는것이다.구태여비유하자면이러한방식은마치동양화에서달을그리지않음으로써달을그려내는,혹은이미지들의병치를통해간접적으로서사성과메시지를전달하는양식과닮아있다고할수있을것이다.
-임지훈(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