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회학 (박희곤 시집)

무연고 사회학 (박희곤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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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코드 블루-극한의 고통 뛰어넘기
2023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을 수상한 박희곤 시인의 첫 시집 『무연고 사회학』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89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시인이 인간의 생로병사를 다뤘지만, 이처럼 치열하고 리얼하게 삶의 현장을 다룬 시집은 없다. 이 시집 『무연고 사회학』은 병원 흉부외과의 일상이 너무나 생생해서 머리끝이 곤두서게 된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그 세계에 몸담고 살아오면서 시인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살고자 하는 사람과 살리고자 하는 사람의 혼신을 다한 협연이 그곳에서는 매일 이루어지고 있음을. 그와 아울러 숨을 내쉰다는 것이 얼마나 장엄한 연주인지 박희곤의 시를 읽으면 몸서리치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저자

박희곤

경남밀양에서태어나부산대학교대학원행정학과,인제대학교대학원보건학과를졸업했다.마산대학교겸임교수,대구보건대학,양산동원대학외래교수역임.2023년《매일신문》시니어문학상시당선,2025년《매일신문》시니어문학상수필당선했다.저서로『체외순환론』『에크모의이론과실제』외다수가있다.

목차

제1부코드블루
심장이식13/외딴집코드블루14/수술,끝나지않은16/냉동인간18/예빈이의출가20/해부학실습22/Mr.알츠하이머24/수면내시경26/역산(逆産)28/천개의입30/MRI영상32/바퀴와나34/스냅풍경36/누가나를훔쳐보는가?38/불두(佛頭)접합수술40/아수라42/차마44/너의이름으로살아가라46

제2부타인의외딴집
돌의꿈49/돌의고고학50/손걸음52/고래는하늘로날아가고54/분교종소리56/가을택배57/실크로드환승장에서58/스무살의눈사람60/포노사피엔스62/몽돌,침묵의아우성64/가시오이달래기66/무연고사회학68/서방이서방질하는69/아이스아메리카노70/부고장72/늙은새댁74/시없는시집76/막장늙은이78

제3부서라벌의달
경주남산돌부처씨81/남산천룡사지82/포토즘사피엔스84/시의꿈86/경주에갈때는88/국밥한그릇90/청개구리傳92/한가위는한가한가?93/칠순이구순에게94/춘래할머니의여행96/정구지꽃98/엄마와육개장99/국민오빠100/페이스톡102/육동댁104/세상의비명105/두식이아재106/세상의문법108/대머리족보110/아내의텃밭112
해설이승하(시인·중앙대교수)113

출판사 서평

박희곤시인은응급구조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면허를갖고있고특히체외순환사면허를갖고있습니다.장롱면허가아니라수술현장에서필요한면허였으니따내는과정에서,또따낸이후얼마나많은환자를만났을까요.그만남의과정이제1부의시편을이루고있습니다.
시인은미국과싱가포르,일본의유수병원에가서연수도여러차례받은경력이있습니다.학생들에게보건의료종사자나간호사가할수있는역할에대해강조해교육했을테지요.심장수술이행해지는수술팀에서의사과함께환자를살리는일을했을겁니다.그래서이시집에는이렇게많은환자가나오는것입니다.자,이제제일앞머리에있는시부터제나름대로감상을해볼까합니다.

수술이끝나고
완치의기대를채우기는늘부족했고
이식한심장이뛸지는아무도몰랐다

불안은허둥지둥떠다녔고
이식의오류는비껴가지않았다

긴장은오래도록나를숙성시켰다

수술마스크밑에몰래넣은초콜릿
포도당이분해되는데는채몇분도걸리지않았다
생은먹고배설외목적도있다는걸잊고있었다

박동을기증한사람은죽음을말했고
박동을받은사람은침묵을말했다

이식은생과사의사이
죽은사람도죽을사람도살았다
-「심장이식」전문

의학적상식이없는해설자는심장이식수술의성공률이얼마인지모릅니다.이식을일단하고나서,한사람의심장이다른사람의몸에들어가서박동을하면사는것이고하지않으면죽는것이겠지요.참긴장되고초조하고불안한시간이흘러갑니다.2연과3연을보니수술이그다지성공한것같지않습니다.집도한의사의입에다가누가살짝초콜릿을넣어주었을까요?꽤오랜시간물도밥도못먹고수술을했다면몸도마음도완전히지쳐버렸을텐데,그때누가입에넣어준초콜릿은사막횡단중에만난오아시스의물같은게아니었을까요?심장을기증한사람은이승에있지않고심장을받은사람은의식불명입니다.아아,“이식은생과사의사이”에있는데,“죽은사람도죽을사람도살았다”로끝나는것으로보아수술이성공했나봅니다.죽은사람의심장이산사람의가슴에서박동하고있다는것,현대의학의개가라고할까요,예수의부활같은기적이라고할까요.
코드브루(codeblue)는병원내에서심정지나호흡정지같은생명이위독한상황이발생했을때발령되는응급호출신호로응급상태를지칭하는데특히심장마비가온환자가발생했을때사용합니다.심정지나호흡정지가오면1초가급하므로환자를바로그자리에서,심폐소생술즉CPR,제세동기,산소공급등응급처치를해야합니다.코드블루는환자의생명을구할수있는골든타임을확보하는가장중요한신호입니다.CPR은CardioPulmonaryResuscitation의앞글자를딴것입니다.

CPR-CPR-

혈관잡고어두운부분잡고
아트로핀10ml투여
심장충격기슛!
한번더슛!

CPR한번더CPR한번더
-「외딴집코드블루」부분

응급상황이발생해의사인지구급대원인지CPR을시도하고있습니다.그런데환자가반응이없습니다.아이는엄마를계속부르고있고엄마는어떻게되었는지알수없지만그만…….사건발생장소가병원도외딴집도아닌,우리들이사는e-편한세상아파트108동(108번뇌?)1009호(천국호?)입니다.앞으로자식은엄마없는하늘아래,외딴집같은곳에서살아가야할것입니다.그런데생각해보면,우리가살아가는아파트는각각의집이home이아닌house가아닌가요?현관문만닫으면외딴집이되지요.한집에서같이사는식구들도각자자기방에들어가컴퓨터를보거나스마트폰을보고있으니말입니다.이비정한도시의외딴집에서박희곤시인은무언가를찾아내고싶어서시를쓰고있는것일까요?아마고독하고아픈현대인들이자신을구해달라는신호를그는들었던것이아닐까요?
-이승하(시인·중앙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