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를 듣는다 (최경순 시집)

너의 목소리를 듣는다 (최경순 시집)

$12.00
Description
새로운 일상의 풍경으로 환승하기까지
2012년 〈경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경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너의 목소리를 듣는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92로 출간되었다. 최경순 시인은 오늘도 시를 쓴다. 그녀는 마치 습관처럼, 혹은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손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최경순은 자신 안에 고여 있는 것들,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들과 정확히 설명되지 않는 생각들, 떠도는 감각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어디론가 흐르지 못하고 고여버린 감정은 썩기 마련이고, 썩는다는 것은 결국 무너진다는 뜻이다. 최경순의 시가 아름다운 건, 고여 있는 침묵과 무게를 털어내고 덜어낼 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덜어낸 최소한으로 직조한 최경순의 시에 눈길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

최경순

경남하동에서태어나2012년〈경기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3년《문학광장》으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그생각이나를지배하기시작했을때』가있다.황금찬문학상대상,평택문학상,경기문학공로상등을수상했다.한국문인협회,평택문인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목련의꿈13/폭설14/몽돌의시간16/프로필18/동창(東窓)20/연꽃21/달그락장22/마음의거미줄을걷어내다24/뒷문의진실26/다시,꽃28/진달래사랑29/죽령고개를넘으며30/궁남지에서32/본색34

제2부
오늘도지각이다37/입춘에들다38/마음이열리는풍경40/홍화가필무렵41/사랑이라는이름으로42/향낭44/봉숭아꽃물이드는저녁45/EarthHour46/부석사가는길48/공세리성당에서49/안개속을걷다50/옛길52/원평나루53/환승54

제3부
마음먹기57/새벽을여는사람들58/가던길돌아서고싶을때60/춘삼월의눈62/호접란63/낙과와추락64/유월의장미66/빈센트반커피68/나와화해하다70/감기71/마음의지우개72/하지못한말74/너의목소리를듣는다76/꽃다발78

제4부
기도81/얘들아!82/나의씨앗을심다84/소풍정원85/대서86/새들은돌아오지않았다88/휴일89/소리를보다90/터미널에서92/칡꽃93/형형하다94/첫눈오는날96/대청호우체통97/영월98/매화100

해설장예원(문학평론가)101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누구나“접어두었던시간”을펼쳐보는순간들이있다.거기에서우리는“공터를구르던마른낙엽같은방황”과“탱자나무가시에찔린것처럼쓰리고아린기억들”을마주하고는그것들이여전히“모서리하나닳지않은채그대로”(「다시,꽃」)라며치를떨지도모른다.하지만정말그럴까?아린기억들은모서리하나닳지않은채과거의모습그대로일까?그렇다면시집「너의목소리를듣는다」는탄생하지않았을것이다.최경순시인은오히려이시집을통해서‘과거는돌아오는것일까?아니면미래가과거를다시쓰는것일까?’라는질문을던지는듯보이기때문이다.먼저시「죽령고개를넘으며」를살펴보자.

단풍이절정으로치닫는죽령고개
나무마다시가펄럭이고있다
옛시조를읊으며굽이굽이고개를넘는다
다가오는바람이차다
옛날은스쳐지나가는것이아니라
연어처럼다시돌아오는것일까
낙엽처럼가버린사랑또한그런것일지도모른다
서늘한바람과실낱같은햇살에도
곁을내어주는시간
허공을밟고내려오는나뭇잎들의행렬을보며
생각의꼬리가꼬리를물고늘어진다
오늘이삶의절정이라면
다시돌아오는것이추억이라면
가을,저붉디붉은내력을다시열어볼수있을까
침침한마음한자락내려놓으면
저만큼가벼워지는것일까
당당한자세로겨울을받드는나무에공감한다
또렷한소리하나가귀에들어오고
나무처럼살고싶다는마음의소리로화답한다
숨가쁘게넘는나의오십고개가
죽령고개보다가팔라지는것을어쩌지못한다
-「죽령고개를넘으며」전문

단풍이절정을이루는죽령고개를넘으며,시인은문득지나간시간을떠올린다.바람이차고햇살은실낱같이스며들며,나뭇잎들이허공을밟고내려오는그풍경속에서,“옛날”과“사랑”이라는단어가다시금현재의감각으로돌아온다.그러나이회상은단순한기억의소환이아니다.시인은“옛날은스쳐지나가는것이아니라/연어처럼다시돌아오는것일까”라고묻는다.이질문은곧시간에대한전통적인식을흔드는사유이며,기억과존재의역동적인구조를가리킨다.과거는정말지나가버리는것일까,아니면지금이순간우리에게다시의미를덧입히며되돌아오는것일까.프로이트는이런심리적시간의독특한성격을‘사후성’이라는개념으로설명한바있다.그는기억이과거에한번에기록되고고정되는것이아니라,이후의사건에의해다시쓰이고재구성된다고본다.즉어떤감정적사건은그것이벌어진그시점에서의미를다드러내는것이아니라,나중에오는또다른정동이나경험과연결되면서비로소새로운의미를획득한다는것이다.
인용시속의주체는지금죽령고개를넘으며,과거의사랑을‘지금’의단풍과바람속에서다시의미화하고있다.사랑은과거의한시점에박제된사건이아니라,현재와미래속에서계속다시살아나는감정의구조이며,그런점에서“가버린사랑또한그런것일지도모른다”는시인의말은,기억과정서의본질이고정이아니라되돌아옴과재구성에있음을암시한다.프로이트의이론에따르면원인은반드시결과보다먼저오는것이아니라,결과가어떤사건을계기로과거의원인을재조직할수도있다.이러한시간성은물리적세계에서는존재하지않지만,심리적삶속에서는늘작동한다.과거의의미는뒤늦게도착한정서적파동속에서비로소감지된다.
-장예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