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입디다 (권애숙 시조집)

하루입디다 (권애숙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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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막을 올려라, 축제의 시작이다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권애숙 시인의 두 번째 시조집 『하루입디다』가 가히 시선 016으로 출간되었다. 권애숙의 시는 유쾌하고 매력적이며 재기발랄하다. 정형률을 기본으로 하는 시조에서 까슬거리는 봉합선 하나 없이 매끈하게 펼쳐지는 권애숙 시의 리듬과 운율과 호흡은, 언어의 나열로부터 발명되는 또 다른 체험적 감각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신명’과 ‘희열’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녀의 시는 단순한 흥이나 즐거움을 넘어, 한(恨)과 같은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는 역동적인 상태로 시의 에너지를 증폭시킨다. 시가 삶의 경험을 해석하는 양식이라고 할 때, 이 시집은 ‘여전히’ 삶의 절정인 오늘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긍정적 해석의 한 양식이다. 새벽보다 붉은 황혼을 노래하는 절창이다.
저자

권애숙

저자:권애숙
경북선산에서태어나1994년《부산일보》신춘문예시조당선,1995년《현대시》에시가당선되어등단했다.시집『차가운등뼈하나로』『카툰세상』『맞장뜨는오후』『흔적극장』『당신너머모르는이름들』,미디어시집『사랑아,한때소나기』,시조집『첫눈이라는아해』,산문집『고맙습니다나의수많은당신』『꽃사과나무곁에있을때나는꽃사과나무다』,동시집『산타와도둑』이있다.〈김민부문학상〉을수상했으며,현재부산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괄호를풀다·13/한끗·14/읽지않는구역·15/섬이뜨는날·16/뜨신별·17/여기는옥성·18/귀소의노래·20/역광의힘·21/느린전보·22/신화가오는방향·23/계단을내려서며·24/송년·25/야생화가문·26/Together·27/신청곡받습니다·28

제2부
사철갑부·31/찔레꽃이야기·32/게릴라콘서트·33/구만산뻐꾸기·34/아득하다,달밤·35/기척을쓰다가·36/곡신谷神의편지·38/저물녘·39/6호가지나갈때·40/동백섬한바퀴·41/카페,영도일보·42/천년의언덕·43/저쪽·44/목요일·45/능금꽃·46

제3부
너머에서왔어예·49/눈보라드로잉·50/백야·51/다이아몬드브리지·52/편도를앓다·53/비린내가익는동안·54/여자꽃·55/먼동의시간·56/토성지구·58/파도타기·59/비상구·60/플랜·61/꽃짐·62/풋풋풋·63/아침·64

제4부
명화의환속·67/breaktime·68/기다릴게요,입춘·69/포대기를샀어예·70/구석이깊다·71/야외무대·72/무안한시절·73/눈뜬달·74/분홍을읽다·75/장미송·76/강,꼬리가길다·78/하구에닿아·79/여가거다,하늘소·80/심사평·81/버스킹·82

제5부
이런공고·85/감속운행지역·86/는개·87/나이테청청·88/사인회·89/하루입디다·90/봄,로그인·91/이런류·92/칼랑코에한소쿠리·93/비그친뒤·94/손·96/별볼일많다·97/하모니카저녁·98/물목·99/철이없다·100

해설신상조(문학평론가)·101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가락의자연스러움을바탕으로하는『하루입디다』는구르고멈추고다시움직이는동태성(動態性)으로충만하다.이러한시의에너지는‘신명(神明)’과‘희열(Bliss)’의경계를넘나든다.신명은한국인의내면에깊이자리잡은독특한정서이자문화적에너지로,단순한흥이나즐거움을넘어,한(恨)과같은억압된감정을해소하고삶의활력을되찾는역동적인정신상태를의미한다.이성적논리를초월하게하는신명은개인적인감정에서시작되지만,굿,농악,탈춤등과같은공동체적활동을통해집단전체로확산된다.‘신바람’이라는표현처럼,한사람이일으킨흥이모두에게전달되어함께어우러지는사회적,문화적현상으로나아감은한국적신명의특징이다.이후에살펴보겠지만불특정다수의청자를대상으로말건넴과청유형의화법이잦은권애숙의시는분명공동체적신명과관련한다.신명이한국인이가진“문화적기호체계”라는면에서그의시는형식뿐아니라내용면에서도전통을탁월하게계승한다.
권애숙시의밑바탕을이루는‘주체의고독’은완전하고자족적인주체가‘홀로서있음’으로써갖추게된자존의식으로,자신이진정으로온전한현재에존재하고있음을아는데서오는깊은만족감이다.이는자기정체성과이타성이라는대립적이면서도상호보완적인원리에서후자쪽으로기우는시의양상으로입증된다.
시인은“바닥이란이름마저까마득한관념”(「읽지않는구역」)이라며아무도읽지않는구역을주목하거나,“꽃의울음을바다의이면에서듣”(「시인의말」)기위해귀기울인다.‘꽃’과‘바다’는섬이라는매개물이불가피한이질적대상들이다.전자의울음을,그것과공간을함께할수없는후자의이면에서듣는일이란앞서,관념에오염되지않은구역을주목하는행위와통한다.요컨대타인에대한공감과동감의시적가치를실천하려는노력은말건넴과청유형화법의잦은출현이라는특징을갖는다.함께읽을「곡신(谷神)의편지」는이타성중에서도모성을본질로하는여성신화적모티프가활달하게운용된작품으로,‘식솔들’로지칭하는대상들에게건네는말건넴의화법이두드러진다.

내오늘버선발로골짝을딛고선다
적삼앞섶풀어놓고작심하여부르노니
어쩌다여기까지왔노가깝거나먼식솔들아
피었다지는일도얼었다녹는일도
건너편뒤편마저속절없이꺾였더나
마라이,미리손놓는거뒤척이는계산같은거
물릴곳많겠다고온몸에단젖꼭지들,
고픈배부르튼발뒤편까지물려놓고
세상을살려내는건엄마라는장르잖아
골골마다깊은뿌리마를일은없을끼라
뒤집어쓴어둠털고울음통터뜨리며
새생명오시는기척새벽보다더붉어야지
-「곡신(谷神)의편지」전문

인용시는시인이즐겨찾는계곡의형태와노자의도덕경6장에서착상이이루어진것으로여겨진다.노자는비움을설명하기위해계곡과여성의자궁을비유로든다.“谷神不死곡신불사是謂玄牝시위현빈玄牝之門是謂天地根현빈지문시위천지근綿綿若存用之不勤면면약존용지불근”즉계곡의신은죽지않는다.이를일러현빈이라한다.현빈의문은천지의근원으로,계곡이나풀무,바퀴통등과같이존재의본질로써도의세계가가지는비움과무한성이다.
반면권애숙시의‘곡신’은텅비어서무한한충만이아니라꽉차있음으로써저절로흘러넘쳐빈곳을채우고,마른것을살려내는충만이다.“고픈배부르튼발”을가진대상들을대하는곡신은“버선발로골짝을딛고”서는데서우선그태도의자발성과적극성이드러난다.‘버선발로뛰쳐나온다’란상대방을매우반갑게맞이하거나,어떤소식에놀라급하게달려나갈때사용하는관용적표현이다.이러한화자이기에그의사랑과연민은“미리손놓는”나약함이나“뒤척이는계산같은”손익계산과는상관이없다.“마라이”라는방언은‘하지말라’는명령어이면서이리저리재는태도를혐오스러워하는탄식이다.“가깝거나”멂을따지지않고저고리“앞섶풀어”골고루젖을먹이는곡신은모성을상징한다.“세상을살려내는건엄마”다.“물릴곳많겠다고온몸에단젖꼭지들”은노자의발상에서차오르는‘물’의상징성은빌리되자궁에서유방으로의신체이동을통해흘러넘치는동태적현상을새로이부각한다.노자의곡신이어떤근원이나토대를연상시킨다면,권애숙시의곡신은품고먹이고자라게하는흐름과운동발생이후의이미지를함의한다.
-신상조(문학평론가)

저자의말

꽃의울음을바다의이면에서듣는다.

여전히진행형,

그게또고맙다.

2025년9월
권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