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일까요 (오창렬 시집)

그러니까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일까요 (오창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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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일까요
1999년 《시안》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오창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그러니까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일까요』가 시인동네 시인선 260으로 출간되었다. 오창렬 시인에게 시는 자기 안에 침묵하고 있는 이방인, 즉 자기 본성을 ‘겨우’ 고백하는 예술이다. 하여 오창렬 시인의 시는 ‘나’로 살아가는 긴 여정의 계곡을 휘돌아 낭떠러지를 마주하는 순간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응시하고, 그 물음에 스스로 응답하려는 침묵의 고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고행이 언제 끝날지, 그 끝에서 발견한 ‘나’의 모습이 어떨지 지금으로서는 확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오창렬 시인이 침묵의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 한 그 고행의 끝을 볼 것이고, 반드시 득우의 순간이 찾아올 거라고 믿는다.
저자

오창렬

1963년전라북도남원에서나고자랐따.전북대학교인문대학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1999년계간시지'시안'신인상에'하섬에서'등4편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농게의발이붉다'를냈다.

목차

제1부
돌부처ㆍ13/침묵을몰고오다ㆍ14/물방울의자세ㆍ16/뿌리ㆍ17/완두콩까는저녁ㆍ18/거대한잠ㆍ20/낙엽ㆍ22/도통,혹은백발을위한변명ㆍ23/조연ㆍ24/옹이ㆍ26/못ㆍ28/등ㆍ29/보물ㆍ30/이별에연습은없다ㆍ32/행복ㆍ34

제2부
너의언어는ㆍ37/칠흑속의꽃나무ㆍ38/교차로ㆍ39/없으면서도또렷한ㆍ40/빈집ㆍ42/첫사랑ㆍ43/한참멀었다ㆍ44/하늘이장마를놓아ㆍ46/소속ㆍ47/작은집ㆍ48/데미샘에서돌돌달아난물은ㆍ50/나는옛사람의시구나적어보내고ㆍ51/바보ㆍ52/북쪽의마음ㆍ54/방파제ㆍ55/다리ㆍ56/바다가무장푸르러지는이유ㆍ57/모서리ㆍ58

제3부
돌탑ㆍ61/저녁햇볕이양말을지어ㆍ62/붉은발자국ㆍ64/보여주는대로보지못하고ㆍ65/별밭ㆍ66/향기의사이클ㆍ68/노안(老眼)ㆍ70/새끼ㆍ72/붉은토마토ㆍ73/서로의달ㆍ74/노가리ㆍ76/사랑의역사ㆍ78/꽃불ㆍ79/소파ㆍ80/봄은내안에뿌리를ㆍ82/불면ㆍ84/나무의입ㆍ86

제4부
등불ㆍ89/품격ㆍ90/오래된우표한장ㆍ91/빈손일때ㆍ92/갈대ㆍ94/풍류ㆍ95/명옥헌(鳴玉軒)배롱나무ㆍ96/어떤수확ㆍ98/매미가묻다ㆍ100/경칩무렵ㆍ101/용굴암일지(日誌)ㆍ102/종소리ㆍ104/생일ㆍ106/오리무중ㆍ107/중력ㆍ108/토종ㆍ110

해설문신(시인·문학평론가)ㆍ111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오창렬시인의시집「그러니까나는지금사랑하는사람일까요」를앞에두고나는‘나’와‘사랑하는사람’사이의부조리함을이야기하고자한다.여기에서‘사랑하는사람’은‘나자신에게는영원히이방인’이자,‘나’의정체성을서술해줄수있는존재다.이방인을향한의식은‘나’에게몸이있다는감각만큼이나명징한사실이다.그러므로‘나’는언제나이방인의시선을의식할수밖에없고,그러한시선의탐색적대상인‘나’는때때로경건해지거나왜소해지기도한다.언제어디에서든,‘나’를향한이방인의시선속에서‘나’는존재한다는것.그렇다면이방인으로서의자기응시윤리가오창렬시인의시에서자주목격되는이유는무엇일까?

점심도한참지났는데가슴한구석이몽글거린다

누르면천원이기부된다는버튼앞에서
마음을내려다거두었던아침일이잊히지않는다

줄기에박힌옹이를본적있다
꽃을피우고싶던꿈과
이파리도피우지못한절망이
함부로뭉개진상처를본적있다

봄나무가마음을보내는가지마다
노랑으로분홍으로또연두로세상푸지게흐드러지는데
버튼너머로흘러가지못한마음이휘돌다
내가슴한구석에서소용돌이쳤던가

흐르는마음젖이되고꿀도되어
꽃송이송이마다향기도마알간봄날
나는겨우옹이를위무하던목수의대패질을떠올렸다

몽글거리던후회를어루만져무늬가될무렵
저녁이와서헐렁한내삶을조이는옹이를꿈꾸었다
-「옹이」전문

이시에서“누르면천원이기부된다는버튼앞에”놓였던‘나’와그사실을뒤늦게떠올리는‘나’는부조리한관계를형성한다.부조리함의발견은“점심도한참지났는데가슴한구석이몽글거”리는자기응시를통해이루어지고,그럴때이상하게도기부버튼앞에서“마음을내려다거두었던아침일”은스스로에게낯선상황으로다가온다.아침의‘나’는점심무렵이되면벌써이방인으로존재하는것이다.이러한자기절연의순간을견딜수있는것은이부조리한상황과맞서는우리의상상적화해의지인데,그러한의지를실현하는활동이예술이라는건앞서언급한바있다.그러니까시적창조의순간은자기절연의부조리를발견함으로써발생한다는것.
오창렬시인은이지점에서서정시의규율을소환한다.‘나’에게주어진부조리한사태로부터“줄기에박힌옹이”쪽으로시선을옮겨디딤으로써객관적상황을만들어낸것.이같은비유적상상력을통해‘나’는부조리와일정한거리를만들어내는데,그것은부조리에매몰되지않으려는‘나’의의지를드러내는일이다.이제시는‘나’로부터‘옹이’로전환된다.오창렬시인에따르면‘옹이’는“꿈”과“절망”이“함부로뭉개진상처”다.그상처는시의막바지에이르러“몽글거리던후회를어루만져무늬”가되고,그러한무늬로부터“헐렁한내삶을조이는옹이를꿈꾸”는것으로마무리된다.이렇듯‘나’의사태를‘옹이’의사태로전환하고,최종적으로두사태의변증법적통합으로마무리하는서정시의규율은‘나’로부터절연된존재의부조리를해소하려는상상적실천이되기에부족함이없다.
-문신(시인·문학평론가)

[시인의산문]

나에게시는막걸리다.격조했다싶으면금단증세처럼와서나를우울/불안하게하다가도막걸리앞에만가면부푸는기운은시에대한설렘/보람과같다.그러나숙취에서헤어나지못할때의아픔은공들인글에서마주하던당혹/절망을닮았으니나는수만번술과시를끊고매달리며오늘에이른셈이다.미인역시내영혼에자주파문을일으켰으나미성때이미‘난여자보다술이좋다’고선언했었으니,가히유(類)가같다하기어렵다.

은유가아니라실제로시와막걸리는같은무렵내어깨를결었다.교복입은학생때의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