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봄이라면 (공영구 시집)

내가 만약 봄이라면 (공영구 시집)

$12.00
Description
공감(共感), 지향을 넘어 원리로
1996년 《우리문학》, 2003년 《심상》으로 등단한 공영구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내가 만약 봄이라면』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95로 출간하였다. 공영구 시인은 ‘무엇’과 늘 함께하고자 한다. 이 ‘함께’는 시공간의 동시성을 전제하면서, 우리가 정신을 긍정하면 몸을 초월할 수 있는 존재라는 측면에서 ‘열린’이란 의미를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다시 말해, 어떤 대상과 함께하고자 할 때 그것이 사물이냐 사건이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영구 시인의 그 마음은 공감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더 열린 그 무엇을 보려는 노력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 노력은 몸의 직접성과 정신의 이차적 특질 ‘사이’에 있다. 그 사이를 읽는 것은 오롯이 독자들의 몫이다. 그 ‘사이’에서 독자들은 행복할 것이다.
저자

공영구

경북영천에서태어나1996년《우리문학》,2003년《심상》신인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시집『엄마의땅』『여자가거울을보는것은』『오늘하루』『달빛비우기』『누치떼를보다』,문집『방앗간집아이들』상·중·하,칼럼집『말부자의완행열차』등을펴냈다.《영남문학》편집주간,한국문인협회대구광역시지회장을역임했으며,민족문학상우수상,대한민국예총문화상,대구광역시문화상을수상했다.이후문학회,일일문학회회원,두산문화센터‘시감상및창작반’책임강사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보고싶은꽃13/옹이14/탁란15/쉴권리16/잔돌왕돌18/포도새순19/뻐꾹뻑뻑국120/뻐꾹뻑뻑국222/눈물의맛23/헛똑똑이24/알솎기26/곡우27/잡초28/추수30/찔레꽃31/포도봉지싸기32

제2부
앉은자리35/장난치지마36/난생처음37/장미지다38/보고또보고40/엄마의꽃41/안동댁권여사42/내가만약봄이라면44/단풍들면45/황당한일46/한마음48/꽃샘추위49/하찮은행복50/정월대보름52/비오리53/가을의수다54

제3부
오래된여인57/짜치가58/진심60/벌침61/등62/빈집264/오판65/빨간빤스66/노을한장68/도둑놈지팡이69/앉은굴뚝이그리운날70/띠살문창호지72/동화사꽃살문73/밥줄74/세상참76

제4부
어매79/그말이딱맞네요80/고향처럼81/점령군82/허튼짓84/가을상추85/그림자86/다시영지에서88/선바위89/물돌이마을90/강물은부챗살로흐른다92/지게93/신발한켤레94/시심96/그래도잘살았다97/꽃잔디98

해설백인덕(시인)99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그것이전부이기에,한생에거쳐우리는쉬지않고변하고때로는변화를강제당하기도한다.이변화는사태에따라영향범주가다르지만,결국몸과마음,사유와정신에까지그영향을미친다.시간은인생을적절하게‘발효’하지만그당사자에게별로자비롭지않다.시간의보편성(누구나그렇다)과비가역성(아무도되돌리지못한다)은소멸을향한운명의위로나보상이되지못한다.끝내우리는혼자인존재일뿐이고,타자와세계의변화와무관하게주어진제길을갈뿐이다.앞의진술은‘눈앞에놓은시간’이라는망치때문에빈틈없는사실같지만,이사실은숨기고있는절반,자기가함축한의미를왜곡없이반사한다.‘혼자인존재’라는인식이성립하지않는다는것.존재는세계를선험적으로인정하지않거나,타자를자기정체성의일부로받아들이지않으면그즉시‘무화(無化)’하기때문이다.
공영구시인은일의적으로‘시인’이라는존재가‘독자’,독자가될무한가능성의‘잠재적타자’에의존한다는것을시인하는겸양을보여준다.그는“용기가시들어8년만에시집을엮는다.”라고「시인의말」에서고백한다.이유는“자신만만하여신나게살았는데/이젠나자신도못믿고조심조심살고있다./말한마디,행동거지,걸음걸이,돈씀씀이도그렇”게된생활의자세를드러내고,“하물며시한편이야오죽하랴.”라며자기성찰을빼놓지않는다.이런‘용기’는시인이진실한독자를미리상상하지않고는불가능하다.시인은비록꽤긴간격이있었지만,그래도자신의작품이독자들(혹은잠재적독자로서‘자연’)과한호흡,숨결을맞춰볼수있으리라믿어의심치않는다.

풀밭에서자유로이풀뜯는염소들은어디가고
말뚝에매여서빙빙도는가여운염소가넓은하늘을품고있다
염소에게다가가서‘어이~’하니‘매에~’한다
다시‘어이~’하니‘매에~’한다
자꾸듣다보니어매가된다
그래,배불룩하고입을실룩거리는걸보니새끼낳을때가된모양이다
어매가될모양이다
키울걱정,먹일걱정이앞서도
어매는좋아도어매,싫어도어매다
빙글빙글돌아가며싫든좋든한세상살아가자
너처럼말뚝에서계속돌아도아무일없듯이혼자서매에~만부르지말고
나와같이어매를부르며살자
어매는너와나의따뜻한숨결이다
-「어매」전문

현재인류에게공통의언어는없지만,감정을직접표출하는모음계열의소리는거의같다.의미를분절해야하는단어의경우,가장원초적관계라할수있는‘엄마,아빠’(이것은우리에게익숙한한국어표기일뿐,실제소리의유사성은이표기보다훨씬밀접하다)가가장높은빈도의유사성을보인다.
인용시에서시인은일종의실험(현상이든상상이든)을한다.“염소에게다가가서‘어이∽’하니‘매에∽’한다”한번이아니라여러차례거듭해서,내가‘어이~’하고염소가‘매에~’하는시간간격을극복하고‘어매’라고듣게된다.이‘어매’는부르고,대답하는단순한시간차이이상인‘호명과응답’이라는주객상태마저뛰어넘어‘어매’라는한형질에닿는다.이는부르는행위보다이후일지라도더원초적인결과가있다.염소는어매가될모양이기때문이다.시인은“어매는좋아도어매,싫어도어매다”라는자기성찰의내용을이제곧어매가될염소에게투영한다.“어매는너와나의따뜻한숨결”임을알기때문이다.너는곧‘어매’가되고,나는늘‘어매’를그리워하는상황,이같고도다름이들숨날숨처럼생명의역사이고‘숨결’이기때문이다.
-백인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