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손을 잡는 순간 지구에 꽃이 핀다 (임명철 시집)

너의 손을 잡는 순간 지구에 꽃이 핀다 (임명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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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적인 너무나 시적인 순간들
2023년 《문학시대》로 등단하고 2025년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한 임명철 시인의 첫 시집 『너의 손을 잡는 순간 지구에 꽃이 핀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395로 출간되었다. 임명철 시집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순수한 서정의 ‘시적’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흐르는 물처럼 잘 읽힌다. 얄팍한 기교나 현학적, 관념적인 시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시인으로서의 기본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임명철 시인이 계속 좋은 시들을 선보일 수 있음을 반증한다.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 그동안 임명철 시인이 보낸 인내와 인고의 시간을 생각하면, 이 시집은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저자

임명철

경북울진에서태어나강릉에서성장했다.2023년《문학시대》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5년강원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수혜했다.

목차

제1부
열애13/숯14/마지막눈16/멸치18/중얼중얼19/유리집20/하동행22/어떤유전24/눈동자25/쌀26/개여울에앉아28/계절사이에내리는비29/나무30/심곡항32/동행33/마음의오지34

제2부
아침달37/쓰거운것들38/그것조차묻지않는40/밤과낮41/그리운소리들42/시집을사다44/풍동리의여름45/양수리46/변화와변함48/막버스의기억49/떨림50/봄비52/세상의아침53/머루나무한그루심은까닭은54/빗물56

제3부
동충하초59/못60/낙화62/눈꽃63/교동182번지64/석이버섯66/미루나무67/물수제비68/고드름70/바다71/흐름에대하여72/은어74/벽난로75/그마을76/겨울숲78

제4부
실향민81/만추82/손84/11월85/사강의노을86/모기88/말투90/열쇠의시간91/가을아날로그92/미역94/은비내리다95/낙지부인96/세모98/거울과유리100

해설박호영(시인·문학평론가)101

출판사 서평

임명철의시에서우선눈에띄는것은‘귀향의식’이다.귀향이란무엇인가?쉽게말해태어난곳으로돌아가고자하는바람이다.연어가아무리먼바다로나가더라도그들이태어난곳으로돌아오듯이,인간도연어같지는못하지만자기가태어난곳을찾고자하고,어릴적대했던모든풍물들을그리워한다.이그리워하는대상에는사람이나자연물뿐만아니라‘놀이’도포함된다.그러나우리는‘고향상실’의시대에살고있다.설사고향에살고있다하더라도그고향은어릴적꿈을키우던예전의고향이아니다.순수함도잃었고,자연물도그옛날과같지않고,자기를보살펴주던많은분들도이미저세상으로떠났다.그대신낯선풍경들이주위에가득차있다.‘귀향의식’이생기게됨은당연하다.

그날십자가아래종탑에서
새벽종소리가새처럼날아가고
이윽고후투티가공중에선을그으며
자신의몸을울어댔다
두부장수의종소리가울린건
후투티가언덕벽의자기집으로
막들어간뒤였다
아침식사를끝낸동네꼬마훈이가
세발자전거를끌고나오자
새소리같은따르릉소리가
마당이리저리굴러다녔다
고무줄소리,우물가두레박소리,
국수치대는소리,
어이어이애들모여라
여자는필요없고남자모여라
거기에화답하는
어이어이애들모여라
남자는필요없고여자모여라,소리
따로따로놀다가
부아앙소독차소리에
함께고함치며신작로를내달리는아이들
마음내키는대로
예술적으로쩔그럭대는
호박엿장수가위질소리
그어린날의그리운소리들
-「그리운소리들」전문

이시는시인이직접적으로귀향의소망을표현하고있지않지만,지금도귓가에들리는듯한어린날의소리들을그리워한다는점에서‘귀향의식’이모티브가된다고할수있다.시인은기억속의소리들을파노라마처럼전개한다.아마도60대가넘어선사람들은이시에나열된소리들-새벽종소리,두부장수의종소리,세발자전거의따르릉소리,고무줄놀이하는소리,우물가두레박소리,국수치대는소리,엿장수가위질소리-을대부분기억할것이다.그소리들은지금은들리지않는사라진먼과거의소리이지만,이시를통해다시살아나고우리를추억하게한다.독자들은이시를읽으며나도과거엔저런소리를들으며자랐는데그소리들이모두어디갔을까하며아쉬움과허망함의감정을가질것이다.
시인은왜이소리들을소환하고있는것일까.그것은어릴적그소리들을듣던때가충족한시기였기때문이다.이때충족함이란물론정신적충족함을지칭한다.궁핍한시대에많은것들이부족했어도그때가만족하고,아늑하고,즐거웠다.그러기에어릴적으로의귀향을소망하는것이다.귀향은‘잃어버려있음’을되찾고자하는노력이다.귀향하는자는이를통해자기발견을도모한다.자기도모르게본래적인자아를떠나멀리떨어져나온자신을성찰하는것이다.‘귀향의식’의근원에는존재의불안함이자리잡고있다.그러나이불안이부정적감정은아니다.오히려지극히긍정적인감정이다.어느누구도불안하지않은자는없다.태어나는순간‘내던져진존재’,‘죽음을향하는존재’가된인간은자기의현존을불안해한다.이를쉽게이해하자면엄마의품을떠나지않으려했던유아기를생각하면된다.
-박호영(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