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을 위한 변명 (김샴 시집)

샴을 위한 변명 (김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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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로그인된 자아와 로그아웃된 현실
2013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샴 시인의 첫 시집 『샴을 위한 변명』이 가히 시선 017로 출간되었다. 김샴 시인은 샴쌍둥이로 태어났고, 그 운명을 받아들여 ‘샴’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샴의 첫 시집에 등장하는 디지털 문화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현대 자아를 구성하는 서사 장치로 작동한다. 그의 다중적이고 불안정한 자아는 푸코가 말한, 주체가 담론과 권력, 사회적 실천 속에서 끊임없이 구성되고 변화하는 존재라는 개념과 연결된다. 김샴의 시는 이해보다 경험에 가까우며, 전통 서정의 정서적 응결과 이미지 일관성은 의도적으로 해체된다. 다다이즘적 병치와 만화적 상상은 불안을 피하지 않고 형식화하려는 김샴 시인의 전략으로 보인다. 이는 의미를 넘어 감각의 잔여물을 언어화하는 작업이다.
저자

김샴

시인
1993년경남창원에서태어나2013년《중앙일보》중앙신인문학상에시조가당선되어등단했다.시집으로『샴을위한변명』이있다.

목차

제1부
스위치①ㆍ13/한그릇ㆍ14/장마의노래ㆍ15/스위치②ㆍ16/늑대인간ㆍ17/이세계아이돌ㆍ18/버튜버를보다가ㆍ20/스위치③ㆍ21/공룡발자국공원ㆍ22/악질ㆍ23/이세계잔혹동화ㆍ24/스위치④ㆍ26/UFO를먹다가ㆍ27/코스프레ㆍ28

제2부
바둑두는남자ㆍ31/스위치⑤ㆍ32/당뇨를먹은여자ㆍ33/게이미피케이션ㆍ34/스위치⑥ㆍ35/게임몽ㆍ36/로그인에서로그아웃까지ㆍ38/스위치⑦ㆍ39/모래시계ㆍ40/스위치⑧ㆍ41/송곳니의밤ㆍ42/스탬프투어ㆍ44/SKYZOOㆍ45/키오스크강의실ㆍ46

제3부
출근길ㆍ49/스위치⑨ㆍ50/사랑니를뽑다가ㆍ51/스위치⑩ㆍ52/당신이앉아있는변기속을본적있나요ㆍ53/샴을위한변명ㆍ54/스위치⑪ㆍ56/바니걸ㆍ57/두더지게임ㆍ58/휴식이필요해ㆍ59/난難제봤어요멀미인가요?ㆍ60/시각을저축하는시간ㆍ62/스위치⑫ㆍ63/패배자는상처가깊다ㆍ64

제4부
스위치⑬ㆍ67/누군가를만나려면어떻게해야할까요?ㆍ68/재고조사ㆍ69/스위치⑭ㆍ70/스트레스검사ㆍ71/서점견문록ㆍ72/스위치⑮ㆍ74/푸어여행가ㆍ75/보수동책방골목ㆍ76/스위치⑯ㆍ77/큐브ㆍ78/핑거프린스ㆍ80/지하아이돌ㆍ81/당신이튜브를사온날ㆍ82

제5부
프로게이머ㆍ85/갤럭시Z플립ㆍ86/경계에서서ㆍ87/스위치⑰ㆍ88/스위치⑱ㆍ89/데이터의거인ㆍ90/탑돌이ㆍ91/쓰레기통에대한잡념ㆍ92/이중나선ㆍ93/스위치⑲ㆍ94/스위치⑳ㆍ95/먼저간다는것에대하여ㆍ96/재떨이같은인생ㆍ97/윤회팝ㆍ98

해설이송희(시인)ㆍ99

출판사 서평

김샴시인의시는정체되고지연된현실에대한감각적응답으로시작된다.온전한기능을잃은도구들과제역할을다하지못하는존재들이가득한이세계는단순한부정이나패배의장소가아니다.오히려그불완전함은새로운감각의출발점이며,켜짐과꺼짐,접속과단절사이‘스위치’처럼시적주체가자신의정체성을끊임없이갱신하는장이다.시인은기술과매체가만든분열된자아를포착한다.메타버스,버튜버,게임,아이돌문화등디지털현실속에서유동적으로전환되는주체는미셸푸코가말한‘담론속에서생산되는주체’와맞닿아,고정된본질없이다양한서사를통해‘변형’의과정을반복한다.언어는더이상안정적인의미전달의도구가아니다.의미보다감각이앞서고,논리보다충돌이우선한다.김샴의시는해석보다‘경험’을중심에둔다.산문적·만화적표현과다다이즘적병치,인터넷언어의유희가혼재한시편들은현실보다더현실적인환상을감각적으로기록하며,감각적생존의공간을구축한다.이는냉소나체념이아니라,고장난감정으로라도살아내려는태도다.

기계와사람사이내지문을로그인해
어제의꽃이피고또다시빛이오지
태양이찾지않는방컴퓨터가일력일뿐

나는온라인에서버그같은삶을살아
이방을나가본지오래인폐쇄족속
의식주그모든생존이의자에서기생하지

내가사는20인치0의귀와1의혀는
들을수는있지만말할수는없는새
벌레와교접하는사이경고경고로그아웃
-「로그인에서로그아웃까지」전문

시인은‘가상공간속에서의삶’을통해,인간과기계의경계가희미해진현대의고립된일상을묘사한다.“기계와사람사이내지문을로그인”하는행위는정체성이기계에의해인식되고등록되는장면이다.지문은인간을식별하는가장개인적인정보지만,이시에서는단지기계와의접속수단으로전락한다.“어제의꽃이피고또다시빛이오”는일상의반복이무의미함을드러낸다.바깥세상과단절된실내,즉창없는폐쇄공간을은유하는“태양이찾지않는방”에서시간은오직시스템상의날짜로흐른다.주체는자신의존재를“버그같은삶”이라표현하며,온라인속에서도비정상적이고기능오류같은상태임을고백한다.“폐쇄족속”이라는표현은자발적으로고립된존재로서자신을냉소적으로지칭한다.“의식주그모든생존이의자에서기생하”듯,최소한의생존조차움직임없이앉은자리에서해결된다.인간의신체조건은점차사라지고,전자적존재로만연명하는삶이다.
주체는자신이사는세계를‘20인치’화면으로한정한다.그곳에는“0의귀와1의혀”만존재하는데,이는디지털언어인0과1,즉이진법의세계를뜻한다.들을수는있지만말할수없는‘새’는타인과소통이끊긴감정만남은존재다.“벌레와교접하는사이경고경고로그아웃”은인간과기계,또는타존재간경계가무너지고,정체성붕괴와정신적위기를암시한다.‘경고’와‘로그아웃’은시스템종료나존재의일시적사라짐을알리며,온라인속탈락과이탈의불안한상태를드러낸다.시인은극도로고립된현대인의초상을디지털장치와공간을통해조형한다.자발적격리이면서도어쩔수없이적응한삶속에서,주체는점점비인간화되고있음을안다.기술문명안에서인간성이희미해지고존재감각이평면화되는모습을보여주는이시는단순한자조나풍자에그치지않고현실본질을날카롭게포착한다.
-이송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