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 1호가 보이저 2호에게

보이저 1호가 보이저 2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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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최정희의 우주적 관찰자 시점
시와 시조, 동시를 넘나들며 탁월한 재능을 선보이던 최정희 시인의 첫 작품집으로 시조집 『보이저 1호가 보이저 2호에게』가 시인동네 시인선 265로 출간되었다. 앞으로 쏟아져 나올 최정희 시인의 많은 작품집 중에 시조집을 먼저 선보이게 되었다. 최정희 시인은 ‘지금, 여기’를 보되, 멀리 우주를 돌아온 시선으로 본다. 말도 하기 전에 먼저 우주를 보고, 우주와 지금 이곳의 현실을 잇는다. 최정희의 시(조)들은 우주와 ‘지금 여기’를 오가는 사이에 별빛처럼 내려온다. 시인에게 우주는 그 자체 별도의 세계가 아니다. 우주는 지금, 여기에 이미 들어와 있고, 그 자체 현실의 일부이다. 우주에 대한 사유가 부재한 현실 속에서 최정희 시인은 지금, 이곳의 현실을 항상 우주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본다. 최정희 시인은 최첨단 과학의 우주적 상상력과 시조라는 전통적 예술 형식을 결합하여 시조의 새롭고도 현대적인 가능성을 타진하고 확장한다.
저자

최정희

충남당진에서태어나2013년《경상일보》신춘문예시당선,같은해제5회《창비어린이》동시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9년《한라일보》,2021년《부산일보》신춘문예시조당선,제33회신라문학대상시조부문을수상했다.시조집으로『보이저1호가보이저2호에게』가있다.

목차

제1부
보이저1호ㆍ13/플라멩코ㆍ14/드라이아이스ㆍ15/데칼코마니ㆍ16/크레바스에서ㆍ17/사막ㆍ18/스파이더맨ㆍ20/롤러코스터ㆍ21/마네킹ㆍ22/뫼비우스띠ㆍ23/삼족오ㆍ24/검은사막ㆍ26/수박,적도를품다ㆍ27/축제ㆍ28

제2부
핼리혜성ㆍ31/평행우주ㆍ32/테라포밍ㆍ33/134340ㆍ34/혜성ㆍ35/전국(戰國)시대ㆍ36/골든레코드ㆍ38/별의아이ㆍ39/23.5ㆍ40/갤러리반지하ㆍ41/물의자궁ㆍ42/몸속의사원ㆍ44/달항아리ㆍ45/나의도서관ㆍ46

제3부
꽃이피는이유ㆍ49/어둠에들다ㆍ50/소리를들이다ㆍ51/꽃무늬몸빼바지ㆍ52/바람의지문ㆍ53/나비화석ㆍ54/낡은구두를생각하는저녁ㆍ56/e편한치과ㆍ57/저녁의포구ㆍ58/월명(月明)ㆍ59/사막의바깥ㆍ60/사진을찍다ㆍ62/빙점ㆍ63/내일의날씨ㆍ64

제4부
고래좌의눈물ㆍ67/민달팽이ㆍ68/청색시대ㆍ69/선인장ㆍ70/사막을건너다ㆍ71/갈대는새의가슴을베지않았다ㆍ72/파미르ㆍ74/나이테를읽다ㆍ75/봄날에읽는시ㆍ76/그늘의배후ㆍ77/세화리가는길ㆍ78/봄의내력ㆍ80/보름ㆍ81/파시ㆍ82

제5부
비의전각ㆍ85/박주가리ㆍ86/다빈치글로ㆍ87/GPS를켜다ㆍ88/증언ㆍ89/판화를새기다ㆍ90/신라의달밤ㆍ92/대왕암ㆍ93‘새벽이라는종교ㆍ94/새벽이라는종교2ㆍ95/푸른서책을읽다ㆍ96/나무도마ㆍ98/외계인을추억하며ㆍ99/보이저2호ㆍ100

해설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명예교수)ㆍ101

출판사 서평

“보는것(seeing)은선택하는것”이라는존버거의말처럼보는것은언어에앞서서일어나며,보는방식(waysofseeing)은주체의생각과신념을드러낸다.최정희의시선은멀리우주까지뻗쳐있다.우주를향한이자세에최정희시인의세계가드러난다.최정희시인은‘지금,여기’를보되,멀리우주를돌아온시선으로본다.시인은말도하기전에먼저우주를보고,우주와지금이곳의현실을잇는다.최정희의시(조)들은시인의시선이우주와‘지금여기’를오가는사이에별빛처럼내려온다.시인에게우주는그자체별도의세계가아니다.우주는지금,여기에이미들어와있고,그자체현실의일부이다.우주에대한사유가부재한현실과우주에대한사유를거쳐도달한현실은다르다.최정희시인은지금,이곳의현실을항상우주라는프리즘을통해들여다본다.최정희시인은최첨단과학의우주적상상력과시조라는전통적예술형식을결합하여시조의새롭고도현대적인가능성을타진하고확장한다.

태양계제일바깥조금다른공전궤도
기존의틀을벗어나자신만의길을갔다
자격을박탈당했다
행성에서퇴출됐다

지배적권위따윈일찌감치내려놓고
위성과발을맞춰춤을추며걸었다
낭만적사상을지닌독보적이단아

내면이단단한왜소행성명왕성
중심의흔들림없이공전을계속한다
독자적노선을걷는
영원한아웃사이더
-「134340」전문

제목의“134340”은행성의“자격을박탈당”하고왜소행성으로분류된명왕성의소행성체(행성도혜성도아닌천체)번호이다.태양계의다른8개행성의궤도는비교적원형에가깝다.그러나명왕성의궤도는매우찌그러진타원형이고,이때문에공전중에태양에가장가까울때(근일점)와가장멀때(원일점)의거리가크게차이가난다.공전중엔해왕성의궤도안쪽으로들어와해왕성보다태양에더가까워지는때도있다.또한8개행성의궤도가거의같은평면,즉태양계의주요궤도면(황도면)에놓여있어서궤도경사각이작은반면에명왕성의궤도는약17도정도크게기울어져있다.최정희시인은명왕성의이런특징을“기존의틀을벗어나자신만의길을”가는것으로읽는다.명왕성은이렇게탈체제적인경향때문에우주에서행성자격을박탈당한이단아이다.시인이볼때명왕성은“지배적권위”보다“낭만적사상을지닌독보적”인존재이다.우주의한소행성체를이렇게의인화하면서최정희가노리는것은지구상에서벌어지는모든일들과유사한일들이저먼우주에서도똑같이일어나고있다는사실의환기이다.체제이탈적이며오로지“자신만의길”을가는시인들처럼명왕성은태양계안에서가장도발적이어서퇴출당한이단아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