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는 몇 살이었을까요 (김경미 시집)

인어공주는 몇 살이었을까요 (김경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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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계 내 존재로서의 가치 증명
1992년 《시세계》로 등단한 김경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인어공주는 몇 살이었을까요』가 문학의전당 시인선 404로 출간되었다. 김경미 시인에게 존재는 정해진 시간의 몫을 가지고 매 순간 좌표 위에서 성찰과 희망을 반복한다. 삶이란 결국 감정의 얼룩으로 버무려진 시공간의 흔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경미 시인에게 자기동일성은 증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계 내 존재’로서의 현시가 중요하다. 즉 지금-여기에서의 즉각적인 소환을 중시하는 것은 존재가 그만큼 증명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간절함으로 김경미는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그것이 시가 되었다.
저자

김경미

강원속초에서태어나1992년계간《시세계》로등단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먹감나무하느님』『물의화법』『도로시파커를위하여』『동백꽃피는밤』이있으며,최인희문학상,강원문학상등을수상했다.KBS한국방송아나운서로청춘을강릉방송국에다묻었다.

목차

제1부
모란13/사는게그래요14/마음에게16/리플리증후군18/물없는나라19/목어20/백야22/반짝거린다는말24/봄밤25/바람을필사하다26/물의집28/반나절의휴가30/블렌딩의시간31/불의길32/시작34

제2부
타투37/고양이로산다는것38/가을밤40/곰팡이41/꽃잠42/붉은화답44/관성의법칙46/낮달이떴다47/나는가벼워지기로했다48/낙화50/꽃피는춘삼월51/떠나보낸것들에대하여52/달팽이와광합성54/대밭에서55/손바닥56

제3부
유목의시간59/가뭄의속성60/뭉툭해지는시간62/서글픈저녁64/4월,눈이내렸다66/술국67/성장통68/세상의모든길70/아메리카노72/연꽃을마중하다74/유리알유희75/어둠이침잠하는76/우듬지숨고르기78/자작나무숲80

제4부
지문이사라졌다83/강릉서부시장플랫폼프리마켓84/주문진에는고래가산다86/물고기자리88/한계선90/첫사랑91/빗살무늬상처92/참빗94/나팔꽃96/후안무치(厚顔無恥)로말하자면98/해의역습99/물아일체(物我一體)100/폐허지에서102/홀로그램104

해설백인덕(시인)105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김경미시인은스스로“지문이되고허기를달래줄/그런시를꿈꾼다.”(「시인의말」)라고선언한다.‘지문’과‘허기’의사전적의미를모르는이는없을것이다.시인이전유한의미는‘지문’은고유성과변별성을,‘허기’는더높은경지로도약하기위한순간에찾아오는성찰의계기를직접지시한다.그구체적양태를살펴보는것이이번시집을올바로읽는방향이될것이다.

몸이익힌것은잊히지않는다
물은언제나나를유혹하고
잠들지못하는나는물의속도를따라
푸른아가미로숨을쉰다

몸으로말하는언어는
새벽마다바다를유영하고
나는밤마다꿈을꾸게해달라고빌었다

눈에밟히는낡고오래된집
탯줄끊고돌아서던부력으로
염불을실어나른다

바람은매웠지만
담담하게압화처럼몸을던지자
저딱딱하고푸른맨몸은
허공에낙관처럼마침표를찍는다

세상속풍경으로떠돌던시간의유랑
꽃은생명을다해피고
나는산사의시간을깨운다
물속에는고요가남았다
-「목어」전문

풍경을자연에서떼어내인간적의미의순간으로만드는것은의당‘기억’의힘이다.시인은여기서한발더들어가“몸이익힌것”을말한다.생득적이라는것이다.‘목어’의축어적의미는일순간에사라진다.‘나무로물고기형상을만들어허공에매단것’이란‘목어’의정의는이미그힘을잃고‘푸른아가미’와‘부력’이라는어휘에의해본래물속에있어야했던것이“허공에낙관처럼마침표를찍는”경지가새로드러난다.필시진화론에따르면,물고기에서육상생물로진화하면서‘지문’을갖게되었을것이다.하지만‘허공’은또다른영역이어서‘아가미’와‘지문’도무화(無化)한다.
시인은‘수레국화한송이’에서빛나고쓸쓸한한계절의풍경을그려낸다.“파란색이사연참많아보”인다는인상을피력한후“어둠속에서도수많은생명이자랍니다/벌레들이살아가고/새들이숨어들고사람들도쉬어갑니다/비바람도뚫지못하는철의장벽같”(「시작」)다고이면의느낌을풀어낸다.하지만결국‘수레국화한송이’는“혼자서도자유분방한것”이라는속성때문에“집떠난언니의발자국”을강렬하게환기한다.표제인‘시작’은출발이라는의미와함께시인의시적지향이라는의미를또한함축하고있다.이렇듯‘본향(本鄕)’혹은돌아갈수있는그곳을늘상정하고있기에‘목어’는“바람은매웠지만/담담하게압화처럼몸을던지자/저딱딱하고푸른맨몸은/허공에낙관처럼마침표를찍”을수있게된것이다.‘허공’을단지비어있는공간이아니라‘생명과삶’의온갖흔적으로채워결국시인이이상적으로바라보는‘풍경’으로바꾸고자하는의지가‘시작(詩作)’에감춰둔,그러나본질적인의미라해도무방할것이다.
-백인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