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다정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다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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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파편적인 내면의 풍경과 마주하기
2015년 《문예운동》으로 등단한 박나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우리는 그렇게 다정합니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268로 출간되었다. 박나나 시인은 내면의 부서지고 흩어진 감정과 경험이 다시 자리 잡고 생명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감정과 기억은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로 전환되어 새롭게 재탄생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파편적인 언어의 불완전성과 동시에 그것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박나나 시인의 시에 매료되는 이유이다. 박나나는 어둠 속에서 말을 주워 담고, 사라져가는 존재와 감각을 기록한다. 이 시집에서 볼 수 있는 저녁과 블랙의 순간은,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는 모두의 일상이다. 일상의 비극 속에서도 희망과 긍정을 놓지 않는 박나나 시인의 탁월한 균형 감각, 그래서 이 시집엔 은은한 생명력과 존재의 흔적들이 진하게 새겨져 있다.
저자

박나나

전남해남에서태어나2015년《문예운동》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시간이앉았던흔적』이있다.

목차

제1부
꽃에대한예의ㆍ13/우리는피아노위에서저녁이된다ㆍ14/슐레밀의그림자와무엇들ㆍ16/과자를귀에걸어두면ㆍ18/구름이부풀었다ㆍ20/블랙의목례ㆍ22/바나나시클리드ㆍ23/새의모양을하고ㆍ24/오르골ㆍ26/절박한질문ㆍ28/흙바닥ㆍ29/손톱ㆍ30/누군가툭툭쳤다ㆍ32/파랑ㆍ34

제2부
그림자ㆍ37/농담은농담일뿐ㆍ38/목소리의행렬ㆍ40/밤의자세ㆍ42/꽃잎감옥ㆍ44/배추흰나비를따라ㆍ45/도도한숫자ㆍ46/젤라또ㆍ48/늦봄ㆍ50/후유증ㆍ52/넌그런적있니ㆍ53/가시는장미의발톱ㆍ54/화분은조용하고ㆍ56/딱딱한입술ㆍ58

제3부
발레리나와고양이ㆍ61/휴일ㆍ62/드라이플라워1ㆍ64/드라이플라워2ㆍ66/푸른얼음ㆍ68/낙관의비관ㆍ69/이상한나라ㆍ70/물고기인간ㆍ72/죽·은·잎ㆍ74/가벼운너ㆍ76/놓쳐버린악보ㆍ77/방은꼭사각이어야하나ㆍ78/틈ㆍ80/유리벽의쥐ㆍ82

제4부
너를끊어내야해ㆍ85/달과무녀와훌라후프ㆍ86/각진매듭으로부터ㆍ88/엎드린잠ㆍ90/무관심ㆍ92/뜨거운지점ㆍ93/블랙홀ㆍ94/이제부터우기가시작되겠습니다ㆍ96/번개가지나갈때ㆍ98/부끄러운기도ㆍ99/빗소리를따라갔다ㆍ100/거짓음률이피었다ㆍ102/다짐ㆍ104

해설이송희(시인)ㆍ105

출판사 서평

박나나의시는일상적사물과장면을내면풍경과정교하게연결한다.“푸른수국을두손으로꽉쥐면/열꽃이핀다”(「거짓음률이피었다」)거나“벽시계를떼어”내자벽에서“발레리나와피아노치는여자가/벽에서나온다”(「도도한숫자」)는이미지는,일상의사소한경험이상상과감각을통해비약하며내적생명을얻는과정을보여준다.의미가고정되지않고계속확대재생산되는시적경험은리좀적사고로써여러층위의연결과확장을감각하게한다.시집전반에는희망과불안,낙관과비관이공존하는내면풍경이반복된다.시인은현실의무거움과불안을견디며자신을조심스럽게움직이는인간의모습을담는다.시적장치는감정과기억을시각적·청각적이미지로전환하며,부서지고흩어진생각과느낌이새로운생명과의미로피어나는과정을담아낸다.이러한과정을통해우리는언어의불완전성과동시에그것이만들어내는미묘한울림을경험하게된다.박나나는어둠속에서말을주워담고,사라져가는존재와감각을기록한다.무덤앞,요양병원,장례식장등삶과죽음이맞닿는장소에서시인은사라진목소리와희미한울림을따라간다.말과소리,이미지가겹쳐만들어내는저녁과블랙의순간은,내면과기억이어둠속에서살아나는장면을담는다.

깊이본다

아이는언덕을단숨에오르고
거꾸로미끄럼틀을탄다
숨이목구멍까지차오르는
맹그로브나무
가파른계단

건반이튄다
버려진지오래된고양이는
높은도를누른다
우리는피아노위에서저녁이된다
-「우리는피아노위에서저녁이된다」부분

시인이떠난자리에남겨진것들을말하는화자의행위는,각각한연으로분리된동사‘보인다,본다,깊이본다’를통해구체화된다.이는단순한동사의나열이아니라,떠난자를향한관찰과인식의심화과정을보여주는장치다.먼저‘보인다’는시린말의뼈나허기질수록울창해지는말의뿌리처럼,눈에들어오는대상이막연하게드러나는초기시선을뜻한다.‘본다’는사람들의멜로디,기울기,점으로사라지는세부과정들을능동적으로읽어내는단계다.‘깊이본다’는아이가언덕을오르거나맹그로브나무,피아노위의저녁같은이미지속에서대상과시적감정이융합되는몰입적시선을나타낸다.이렇게짧은단어를한행씩나누는형식은,단계적인식과시적체험의심화를시각적으로보여주며,결국관찰이삶과존재,언어와시간속으로깊어지는과정을드러내는장치가된다.무덤앞이라는장소가주는죽음과회상의분위기속에서,화자는말의뿌리,사람들의멜로디,아이,고양이,계단,피아노등다양한이미지가겹쳐만들어내는어둡지만따뜻한저녁의감정을바라본다.우리는‘영원하지않은사라져가는것’을보고,그것을언어와기억으로붙들수밖에없다.시인의말과피아노는소리를통해이덧없는순간들을간직하며,사라져가는존재들을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