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방정식

달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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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열리지 않는 거울, 열고 싶은 그림자
2022년 《시학과 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무현 시인의 첫 시집 『달의 방정식』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406으로 출간되었다. 어느덧 일흔일곱, 77세에 첫 시집을 출간하다니! 이거야말로 진짜 노익장 아닌가.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해 보인 김무현 시인에게 이 시집은 시인으로서의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달의 방정식’이라는 시집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인생을 제법 살아본 자의 지혜가 담겨 있을 것 같다. 이런 뉘앙스 자체가 시적 변별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삶은 고통스럽고 슬픈 것과 맞서거나 껴안는 것이라고 김무현 시인은 시로서 보여준다.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이 시집 속에 직접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것이 독자의 의무가 될 것이다.
저자

김무현

1948년경북영양에서태어나서열일곱에학업을위해고향을떠났다.생산직으로시작해대표이사까지,평생직장인으로살았다.예순다섯에포항문화원미술수강으로그림에입문하여현재〈불빛미술대전〉초대작가로활동하고있다.2018년안동으로이주하여일흔둘에안동문화원문예창작반에서본격적인시수업을했다.2022년《시학과시》신인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웹진《시샘》편집고문을맡고있다.

목차

제1부
풍화의틈13/발목의길이14/그림자입술16/멀수록덜아프다18/발끝그림자19/해질녘강가에서20/바퀴를굴리고싶은22/서강에날다24/소리잃은사람들25/허물벗기26/갈증28/기생초(妓生草)29/꽃의항변30/꼭짓점32

제2부
박제된허상35/속울음36/바람이머문자리38/부러진기역자39/버스를기다리며40/새벽42/안개속의말들43/여섯달44/인드라망46/남겨진것들48/유혈목이가있는오후49/틈50/후반전52/하직(下直)54

제3부
우리가젖던시간57/가늠자속눈빛58/방문닫아걸고60/혈점(血點)61/달의방정식62/두달의단풍64/눈길65/갈대66/초롱하나띄우고68/누이의강70/파랑새71/코고무신72/신암동1186번지74/하늘처럼바람처럼76

제4부
구멍난女子79/똥꽃180/똥꽃282/똥꽃384/소복(素服)85/노트위의변비86/녹슨시계88/귀가막히다90/같은문장다른해석92/늙은전화기93/갓길의신발94/달의춤96/버려진신발98/오지않을편지100

해설이위발(시인)101

출판사 서평

시는고통스럽고슬픈것이다.시는절박함이다.맞서거나껴안는것이다.삶이고통스러우니시가아픈것은당연하다.하지만고통스럽지않게쓰려고발버둥친다.그이유는입체감을만들기위해서다.대상의입체감은그림자가만든다.그림자는시선을모방하거나과장하기도한다.다른대상을불러들여은근슬쩍감추면서아닌척하기도한다.그렇게함으로써하고자하는의도와말하고있는언어사이의거리가시의긴장감을만든다.

달의실눈밑으로꿈결의개미한마리불러들여
빈페이지에뱉어내지못한고난의무게를
작은등에얹어놓고

처진시간의주름따라비틀거리는단어들
불빛속에감겨들며잠의그림자가걸어오는데
개미한마리난해한문장안으로
잉크줄따라기어가고

허리꺾인낱말들이길을잃고
알람에놀란새벽
진땀배인등을화들짝떼어낼때

밤을지우지못한커튼사이늘어진자동차미등이
길이를이기지못하고
덜깬눈으로뿌연머릿속을더듬을때
먹물처럼굳어진개미의기억
제자리를잃은글자들

먼지처럼흩어지고토해내지못한시어들
머릿속숨막히는변비를앓고
밑줄친텅빈사막위개미한마리
연필을베고누워버렸다
-「노트위의변비」전문

시를불러오는두개의문이있다면「노트위의변비」는아픔과고통이다.이시에서화자는딴짓을부리듯하고있다.노트위에개미한마리를불러들여놀이하듯한다.그놀이를보면노는게아니라개미는“고난의무게를/작은등에얹어놓고”행군을하는듯하다.“난해한문장안으로/잉크줄따라기어가”며먹물처럼굳어진개미는“텅빈사막위”에“연필을베고누워버”린다.인용시에서김무현시인이독자에게전달하고자하는의도는개미를통한아이러니다.종이위에써내려간글자처럼기어가는개미는시어와함께동일시된다.시원하게시어를배설하지못하고변비에걸린듯끙끙앓고있는시인의고통과아픔이개미의일생과닮았다.
-이위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