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 (사윤수 시집)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 (사윤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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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사윤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가 시인동네 시인선 269로 출간되었다. 사윤수 시인의 이번 시집에 주목하자.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으므로. 사윤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무욕과 인내만 아니라 적극적인 염원을 통해 잃어버린 혹은 도래할 미래상을 구현하려고 노력한다. 시인이 각별히 아껴 쓰는 낯선 단어와 조어도 알고 보면 비극적 세계를 견디고 좀 더 나은 것으로 바꾸어 보려는 충동의 산물이다. 실은 이 충동은 시 쓰기 자체가 일상 언어에 대한 낯설게 하기이며, 시 자체가 조어일 수 있다는 정의 앞에서는 왜소해지고 마는 작은 충동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비극적 세계 인식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려는 사윤수 시인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충동에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
저자

사윤수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파온』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이 있다.

목차

제1부
수국은 누구의 눈매라고 해야 할까ㆍ13/웃는 먼지ㆍ14/속도의 후예ㆍ16/밤 강물 흘러가는 소리ㆍ19/내일은 말이 없고ㆍ20/없는 바깥ㆍ22/폭우ㆍ24/폐가의 노래ㆍ26/수보리ㆍ28/까몽이스 광장ㆍ30/호카곶ㆍ32/시가 너에게ㆍ34/종이의 노래ㆍ36

제2부
검은 두부ㆍ39/고독한 대출ㆍ40/버즘나무 아래서ㆍ42/단골과 목어ㆍ44/슬픔 한 포대ㆍ45/장면들ㆍ46/고요를 연주하다ㆍ48/식용의 시ㆍ50/참꽃의 까닭ㆍ51/숯을 굽다ㆍ52/이희(李喜)ㆍ54/11월의 /감주나무ㆍ56/옹기를 굽다ㆍ58

제3부
담쟁이는 동물성일까ㆍ61/프리지어 해변ㆍ62/연경 추성부(硏經秋聲賦)ㆍ64/새가 돌아오다ㆍ66/흰무늬애저녁나방ㆍ68/밤이면 소리 내어 우는 물고기ㆍ70/구월의 새ㆍ72/숙다방ㆍ73/한 소솜 빗줄기가 지붕을 때리며 지나가는 밤ㆍ76/흔들 그네ㆍ78/인간의 강ㆍ80/사람의 시절ㆍ82/꽃의 행로ㆍ83/등대ㆍ84

제4부
태초의 봄날ㆍ87/불로고분군(不老古墳群)ㆍ88/자작나무의 세계ㆍ90/자두나무 빨래판ㆍ92/이별에 대하여ㆍ94/겨울은 상여처럼ㆍ95/바깥이 밤의 안쪽을 흔들어ㆍ96/부처는 이모의 장례를 치르고ㆍ98/반가사유 토르소ㆍ100/비의 계절ㆍ102/해ㆍ104/봄의 증명서ㆍ106

해설 장정일(시인)ㆍ107

출판사 서평

[해설 엿보기]

시인들은 세계를 기쁨이 충만한 향연으로 느끼기보다 비관적으로 보는 것에 더 기울어져 있고 거기에서 깊이를 찾는다. 기쁨을 노래하는 시인은 얕을 뿐 아니라 시인이 되어야 할 필연성이 모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말이지만, 시인은 세계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긍정적으로 파악하기보다 부정적으로 파악하는 것에 더 예민하다. 그런 점에서 사윤수는 정통 시인임이 분명하다. 이번 시집의 제목이 나오기도 한 「시가 너에게」에서 시인은 “눈물 석 동이가 너의 시”라고 말하기도 한 바, 그에게는 삶이 즐거움보다는 슬픔에 더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

배운 것이 슬픔이고 기껏 주워온 것도 슬픔 한 포대, 어디 내다 팔 곳 없어 가슴 마루에 던져놓고는, 불쌍해 다 버리기에도 아까워 이리저리 슬픔을 흩어놓고 쓸 만한 것들을 골라보는데 그중에 귀한 슬픔, 다듬으면 더 이상 울지 않을 슬픔들은 골라 널어 말린 뒤 차곡차곡 싸서 깊이 넣어두고, 나중에는 어디에 넣어두었는지도 몰라 잊어버릴 때까지, 잊는 날도 오겠지 하면서
- 「슬픔 한 포대」 전문

시인은 슬픔을 어디론가로 치워버리고 잊고 싶어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슬픔이 먼저 출근해 복무하고 있다”(「단골과 목어」)는 시구를 보면 시인의 슬픔은 어떤 장소에 치워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시인을 꽉 잡고 있는 “슬픔의 황제”(「이희(李喜)」)는 녹슬지도 썩지도 않는다. 시인으로 하여금 삶을 슬픔과 뗄 수 없게 만든 체험은 무엇일까. 체험의 뿌리를 모르면 시인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시인은 “내 고향은 경북 청도군 화양면 남성현이다.”라고 쓴 어느 에세이에서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는 겨울방학 때 가족과 함께 대구로 이사를 왔다고 적고 있다. 남성현에서 자란 12년간의 유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시인은 첫 시집에 나온 「지붕을 잃어버리다」를 설명하면서 “명지바람 발밤발밤 지붕 위를 거니는 소리, 자드락비 떨어지는 소리, 감또개 똑또그르르 굴러 내리는 소리, 그 우주의 초침 소리가 나를 키웠”다고 고백하고 있다. 앞서 의태어·의성어와 동음이의어 놀이가 시인 일반에게 의미하는 바를 추측해 보기도 했는데 사윤수에게 의태어·의성어는 추억의 육화이자 고향의 재현이다. 그러나 원고지 17매 분량의 이 에세이는 매번 “불안”과 “고난이 또 업그레이드”(「내일은 말이 없고」) 된다는 시인의 비관적 세계 인식이 비롯된 체험의 뿌리를 보여주지 않는다.
- 장정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