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A형 나는 BB형 (홍서연 시집)

당신은 A형 나는 BB형 (홍서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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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불화하는 세계와 견딤의 미학
2022년 《한국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홍서연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은 A형 나는 BB형』이 시인동네 시인선 270으로 출간되었다. 홍서연의 시가 제안하는 것은 새로운 조화의 형식이 아니라, 조화를 유예하는 태도다. 이 유예는 무책임한 방기가 아니라, 차이를 지우지 않겠다는 결단에 가깝다. 불화를 제거하지 않고, 그것을 견디며 말하는 것. 세계와 화해하지 않으면서도 세계를 포기하지 않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당신은 A형 나는 BB형』은 동시대 시가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것은 불화의 미학이 곧 타자를 지우지 않는 윤리, 그리고 세계를 성급히 봉합하지 않는 사유의 형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이 끝내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조화로운 세계의 이미지가 아니다. 대신 이 시집은 불화 속에서도 가능한 ‘말’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말이야말로 오늘의 시가 감당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책임일 수 있음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저자

홍서연

충남대덕에서태어나2022년《한국불교신문》신춘문예에「수미산」외1편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
그냥지나갑니다ㆍ13/사과가애플이라면애플도사과일까요ㆍ14/어쩌다염색ㆍ16/새벽에읽은책ㆍ19/저녁은걸어서ㆍ22/숨ㆍ24/행간을읽어가듯ㆍ26/아마도ㆍ27/나는리본벌레를키운다ㆍ28/과일만먹는새가있다ㆍ30/클림트는키스만하나?ㆍ33/휘발ㆍ34/문상버스ㆍ36/검침원ㆍ38/가발과중력ㆍ39/산산조각ㆍ40/가두리ㆍ42

제2부
오늘도서커스ㆍ45/YH노동자의가발공장ㆍ46/흑백포인세티아ㆍ48/봉급다음날ㆍ51/하얀밤ㆍ52/인형은자라서ㆍ56/아침은소녀처럼밝아왔다ㆍ59/내일또내일ㆍ60/불쾌한골짜기ㆍ62/끝나지않는그만ㆍ64/유리감옥ㆍ65/쇼룸ㆍ66/사랑ㆍ68/경계인ㆍ70/절규ㆍ72/쿨럭쿨럭CUㆍ74/발모벽ㆍ76/지구는서둘러가발을쓰고ㆍ78

제3부
offㆍ81/수상한알리바이ㆍ82/동의ㆍ84/수미산ㆍ86/정전기ㆍ87/얼룩ㆍ88/불타는카르텔ㆍ90/카메라옵스큐라ㆍ92/사라진풀ㆍ94/프리다칼로ㆍ96/불구의두께에도ㆍ98/쉿!쉿!쉿!ㆍ100/수국ㆍ101/패러독스ㆍ104/글로리홀ㆍ106/물감ㆍ108/새로고침ㆍ110

해설임지훈(문학평론가)ㆍ111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오늘날많은시들이상처와고통을다루면서도,결국에는화해·치유·연대·회복이라는이름의조화로운결말을요청받는다.이러한요청은종종선의의형태를띠지만,동시에세계가지닌구조적불화와존재론적차이를서둘러무화시키는폭력으로작동하기도한다.홍서연의시는바로이지점에서한발물러선다.이시집의화자는“섞이고싶었다/속하고싶었다”(「동의」)라고말하면서도,끝내섞이지못하고속하지못한채남는다.그러나이남겨짐은실패나결핍의징표가아니라,성급한동일화에저항하는주체의위치로재배치된다.가발과머리가죽,중력과절벽,공장과상담실,신앙과기술의이미지들이끝내하나의의미망으로통합되지않는이유도여기에있다.이시집에서사물들은서로를보완하지않고,의미들은매끄럽게이어지지않는다.그대신개별적인것들은자신의차이를끝까지유지한채충돌하고,그충돌속에서시는발생한다.다시말해,이시집의미학은‘조화로운세계를그리는기술’이아니라,‘조화되지않는세계를견디는형식’인셈이다.

누군가는멧돼지라하고
누군가는뱀이라하고

자라고날고뛰고속이고짓밟고뭉개고
이미지는읽고먹고쓰고덮는다

이것은이것이아니고그것은그것이아니어서

이미지의꼬리가요들처럼떨고있다

마지막으로보이는비명
물방울처럼부딪히는요란한언어들,

장면은계속바뀌고
소리는여전히off

들리지않는다고드러나지않는가
-「off」전문

이러한불화의미학은동시대적맥락에서더욱중요한의미를갖는다.효율과투명성,가시성과설명가능성이미덕으로승인되는사회에서,이해되지않는것·분류되지않는것·회복되지않는것은빠르게제거되거나주변화된다.『당신은A형나는BB형』은이흐름에맞서,분류불가능한BB형의자리를끝까지고수한다.이시집에서시는이해를강요하지않으며,독자에게공감의즉각성을요구하지도않는다.대신시는불편한상태,미결의상태,이름붙일수없는상태를지속시키며묻는다.과연모든것은이해되어야하는가,모든상처는회복되어야하는가,모든불화는조화로귀결되어야하는가에대해서말이다.
-임지훈(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