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중력 (박미순 시집)

그리움의 중력 (박미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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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리움의 중력을 견뎌낸 따스한 문장의 힘
2018년 《영남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미순 시인의 첫 시집 『그리움의 중력』이 문학의전당 407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을 정의하자면 고통의 계승과 서정적 승화라고 할 수 있다. 박미순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아픔을 시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정서적 위로를 제공한다. 이는 일상의 구체성을 통한 존재론적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주변의 평범한 소재들에서 삶의 비의를 포착해 내는 섬세한 관찰력 또한 탁월하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현대인들에게 ‘그리움의 중력’을 이겨내고 지상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세월에 삭혀진 문양들을 되새김질하며 얻어낸 이 귀한 시편들은, 한국 서정시의 자아 성찰이라는 전통을 성실하게 표출한 시적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저자

박미순

경북예천에서태어나2018년《영남문학》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현재대구교육대학교대학원에서아동문학교육을전공하고있으며,웹진《시샘》편집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통증13/매듭14/숨16/클래식카18/부석사에서20/흰고래의꿈21/발재봉틀22/벚꽃흩날리는24/다리미25/이불,그리움에대하여26/엄마의뜰28/봉숭아29/불면증30/진달래화전32

제2부
낮달,남겨진다는것35/시(詩),어떤시간36/끝없는여정38/궤적을더듬다40/가을,꿈책41/다이어트42/얼굴44/할미46/사과48/하얀냉장고49/응급실50/응급실252/상실의시대54/달56

제3부
능소화피는날59/시골밥상으로의초대60/부네의춤62/레몬청담그며64/푸른화두66/튤립코바늘67/붉은고백68/미용실에서70/구두수선집에서72/선유줄불놀이74/상고대연가75/도시락을싸면서76/물고기식당78/풀꽃반지80

제4부
묵계서원홍매화83/쌓인시간은거짓말을하지않는다84/된장이되는시간86/사진88/눈조각89/사춘기∝사십춘기90/휴지통92/쑥을뜯으며94/독도95/이사96/향기98/푸른화병99/대숲에서100/민들레홀씨102

해설이위발(시인)103

출판사 서평

보이지않는것을보이게하고,들리지않는것을들리게하는마법같은것이시라고한다면,그리움은곁에없는대상을마음속에서숨쉬게만드는마법같은것이다.부재의현존이란그리움의시적의미이며,없음으로써존재하는방식이그리움이다.옆에있을때보다없을때존재감은더선명해진다.
또한시는사물이나풍경에대한투영이기도하다.박미순시집『그리움의중력』에등장하는민들레홀씨,된장찌개,얼룩,서리꽃,능소화,달,부석사,이불,봉숭아는모두다그리움의대상이다.그리움은멈춰버린시간을박제하여영원히늙지않는기억의공간으로이동하기도한다.그공간이그리움의강물이라면다시돌아올수없는과정또한삶의친숙한비유일수있다.강은흐른다.끊임없이흐르기때문에되돌릴수없다.눈앞에보이는강물은돌아오지않는다.그시간은전에도없었고앞으로도없다.흘러간강물에다시발을담글수없는것이다.그강의흐름이삶이고시다.
시간의흐름위에서서삶의의미를되새겨볼때시간이길이라면그길은시로나타난다.시를통해시간의육체를그려나가는것이다.박미순시인은시집에서삶의흐름에천착하며그리움을통해나를들여다본다.그렇게인간존재의가장근원적인힘인‘그리움’을물리학적실체로변주해내기도한다.그리움을단순한감상적차원이아닌,지상으로끌어당겨‘중력’의원리로작동시키는것이다.이무게의흐름이박미순시인의시를시적으로만들고존재를성찰하게만든다.
이시집의시작은통증이다.통증은지상에서가장슬픈새벽에나타난다.그러나이통증은개인의육체적한계를넘어선다.시인은자신의신체적고통이어머니의고단했던삶과직결되어있음을자각하며,이를“그리움삭혀생긴무늬”의서사로풀어낸다.

일기예보를내몸이먼저알고있다
기압이낮아지면기저에있던잔병들
수면위로올라와나를덮을때
두통약을삼키고,파스두어장어깨에붙인다
저린다리벽에올리고하얀숨을내쉬면
연결된말초신경세포하나하나까지통증이밀려온다
통증의진원지를찾아거슬러올라가보면
누군가를추억하는일때문이다
보고싶은데볼수없는거리에서서
그리움삭혀생긴무늬때문이다
무뎌지고견뎌내면서
사무치던삶도숙성시키던어머니
마음대로앓지도못했던
아이낳고도몸조리제대로못했던그시절에
아픈줄도모르고아등바등억척스럽게살아온세월이
궂은비되어내리기전날
엄마의통증이내통증으로스며드는
지상에서가장슬픈새벽이다
-「통증」전문

인용시에서화자는기저에있던잔병들이수면위로올라오는현상을일기예보보다먼저감지한다.기압이낮아질때느껴지는말초신경의자극은단순한생물학적반응이아니라“누군가를추억하는일”에서기인한형이상학적흔적이다.화자는이통증의진원지를찾아거슬러올라가며,그끝에서“사무치던삶도숙성시키던어머니”와만난다.아이를낳고도제대로몸조리를하지못한채억척스럽게살아온어머니의세월이궂은비가되어내리기전날,화자의통증으로스며든다는발상은고통의대물림이자존재론적결합을의미한다.
-이위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