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기억하기 위하여 (김현옥 시집)

그녀를 기억하기 위하여 (김현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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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녀를 기억하기 위한 모노드라마
199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현옥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그녀를 기억하기 위하여』가 시인동네 시인선 271로 출간되었다. 김현옥의 시는 지루함과 피로, 공허함과 허무라는 인간 실존의 조건과 마주한다. 이때 내면의 ‘그녀’가 경험하는 세계의 진동이야말로 불협이자 화음이 된다. 그것이 거친 불협화음으로 들린다 해도 시인은 교정하거나 감추지 않고, 그 불협화음이 넘쳐나는 세계를 끝까지 응시함으로써 고통받는 ‘그녀’를 조용히 위무한다. 이 시집은 의식과 무의식의 후면에 방치되어 있던 수많은 ‘나’들이 겪는 상처를 정면으로 대면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점에서 김현옥의 시는, ‘그녀’라는 페르소나와 연극적 장치를 통해 허무와 불협화음을 끝까지 견디는 한 존재의 리듬을 있는 그대로 청취하고자 하는 독자적인 서정과 윤리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
저자

김현옥

1994년《영남일보》신춘문예,1997년《매일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으로『언더그라운드』『니르바나카페』『그랑블루』『룸펜들』『댄싱붓다들』이있다.

목차

제1부
깊고푸른ㆍ13/삶의문법ㆍ14/어떤하루ㆍ16/그해여름ㆍ18/무언극ㆍ20/낙엽,그리고섬ㆍ22/다시낙엽ㆍ26/낯익은쓸쓸함ㆍ27/또다시낙엽ㆍ28/팔월의끝ㆍ30/꿈꾸는섬ㆍ32/아직도,ㆍ34/아직도?ㆍ35/의자·계단·창문ㆍ36/그림자ㆍ38

제2부
저녁6시ㆍ41/렌토보다느리게ㆍ42/모데라토마논트로포ㆍ44/그래서꿈은늘ㆍ46/신기루ㆍ47/솔로ㆍ48/몽상가ㆍ50/그,라는ㆍ52/타오르는얼음ㆍ53/폭풍,그리고사막ㆍ54/그럴수밖에?ㆍ56/스케르초ㆍ58/길없는길ㆍ59/그녀의발ㆍ60/외줄타기ㆍ62

제3부
벼랑의노래ㆍ65/상실의시대ㆍ66/추억의고고함ㆍ68/퇴원ㆍ69/덧없는얼굴ㆍ70/상처ㆍ72/애초에ㆍ74/새드무비ㆍ75/그녀의방ㆍ76/바로저거?ㆍ78/관속의세월ㆍ80/구토ㆍ81/대화ㆍ82/생의식탁ㆍ84/기적같다ㆍ86

제4부
사물들ㆍ89/팽이처럼ㆍ90/처형된말들ㆍ91/어떤개인날ㆍ92/겨울동굴ㆍ94/작정한다ㆍ95/사양하리라ㆍ96/처형ㆍ98/빈손ㆍ99/그녀는물이므로ㆍ100/이게전부라는것!ㆍ102/마침내ㆍ103/산은산이고물은물이지만ㆍ104/잠시쉼표ㆍ106/기도ㆍ108

해설염선옥(문학평론가)ㆍ109

출판사 서평

김현옥의시에서시인과화자,혹은내포화자와현상화자라는구분은교과서적인분화구조로말끔히나뉘기보다는,시인의내면적분열과상처의결을따라미세하게흔들리면서재배치된다.여기서‘나’가의식표면에서자신을고백하는화자라면,‘그녀’는무의식이라는‘너머’혹은‘심연’의층위를가리킬때호출되는또다른화자이다.중요한것은이러한시인의방식이,단순한자전적고백을넘어서한인격내부에서서로를지배하고지배당하는수많은‘나들’의역학을드러내고견디는서정적실험으로작동한다는점이다.

저녁6시,쇼는끝나고
그들은의자에서자동인형처럼일어선다
시답잖은농담같은쇼가지루했는지
그들의얼굴은밀랍처럼딱딱하다
쇼가어땠어요?그들은묻지않는다
간단한인사정도면충분한예의
그들은낙엽처럼흩어진다,
쇼에찌든그들의위장을위로해줄밥을향해
잠들기전까지그들이연출해야할단막극들은
해피엔딩일까?언제나똑같은레퍼토리?
그녀는그들의단막극을감상한적없다

저녁6시,그녀는화면속의그녀를끈다
Comedy'sover!그녀의독백은언제나똑같다
잠들기전까지그녀의모노드라마는우울한세레나데
그러나아무도그것을들어본적없다
-「저녁6시」전문

여기서가장주목해야할행은위에인용한2연의첫행인“그녀는화면속의그녀를끈다”이다.이한행에는시인과내포화자,현상화자라는세개의‘그녀’가중첩되어삼층구조를가장선명하게보여주는지점이다.첫째,화면속의‘그녀’가있다.이것은사회적역할극을수행하는페르소나로서의자아이다.융이말하는페르소나에해당하며직장이나사회적장에서‘그들’과같은“쇼”에참여하는외면적자아를가리킨다.둘째,화면을끄는‘그녀’가있다.이‘그녀’가바로시의현상화자에해당한다.“Comedy'sover!”라는독백을통해자신의사회적역할극이끝났음을선언하는존재이다.셋째,이모든것을서술하는시적주체가있다.‘그녀’를3인칭으로관찰하면서“그러나아무도그것을들어본적없다”라는판단을내리는이존재가바로내포화자이다.내포화자는현상화자의행위와독백을관찰하면서,“아무도그것을들어본적없다”는존재론적고독의진단을수행한다.현상화자는자신이고독하다는것을느끼지만,아무도그고독을들어본적없다는사실까지인식하는것은내포화자의몫이다.이러한삼층구조에서실제시인은텍스트밖에존재하며,내포시인은허무와고독을직시하되체념하지않는태도라는텍스트전체의톤과세계관을통해재구성된다.내포시인이‘그녀’라는퍼소나를선택한것자체가시인과화자사이의거리설정의전략일것이다.시인이자신을‘나’가아닌‘그녀’로설정함으로써,고백의직접성을회피하면서도고백보다더깊은자기고찰이가능해진것이다.
-염선옥(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