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비행 (문수영 시집)

그림자 비행 (문수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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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둠의 실존과 빛의 언어
200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수영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그림자 비행』이 가히 시선 019로 출간되었다. 문수영은 화려하고 복잡한 수사를 피한다. 그는 마치 평범한 사실화처럼 풍경을 있는 그대로 옮긴다. 그리하여 봄비에 바람이 불고 벚꽃이 눈송이처럼 휘날리는 풍경이 아무런 왜곡도 없이 눈 앞에 펼쳐진다. 문제는 이런 극사실적 묘사에도 미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수영이 수사 부재의 문장에 유일하게 넣은 수식은 떨어진 꽃잎을 “짧았던 행복”(「바람이 그린 그림」)이라 정의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꽃잎으로 상징되는 짧았던 행복을 재생하는 것이 꽃잎 자신이 아니라 바람이라는 사실은 독자들을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한 주체의 행복을 표현하는 것이 타자라는 사실, 타자의 존재 없이 아무런 행복‐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실존의 또 다른 아이러니이다.
저자

문수영

경북김천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인문정보대학원문학예술학과를졸업했다.2003년《시사사》시등단,2005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시조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조집『푸른그늘』『먼지의행로』『화음』『뭍으로눕는길』,현대시조100인선『눈뜨는봄』이있다.2008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창작기금수혜,〈영언〉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터널끝ㆍ13/맛있는독서ㆍ14/늪ㆍ15/미술관사색ㆍ16/또다른삼월ㆍ17/복수초ㆍ18/이해와오해사이ㆍ19/뒤로돌아ㆍ20/리듬은살아있다ㆍ22/이명ㆍ23/보름달ㆍ24/어머니ㆍ25/모자의힘ㆍ26/안경점에서ㆍ27/시인ㆍ28

제2부
숲속의숲ㆍ31/따로또같이ㆍ32/볼링장소묘ㆍ33/봄을기다리며ㆍ34/시월,문장대ㆍ35/빠르게혹은느리게ㆍ36/몸으로의여행ㆍ37/사랑은무채색ㆍ38/희망메시지ㆍ40/골퍼ㆍ41/지금나는부재중ㆍ42/오작교ㆍ43/곡선에대하여ㆍ44/왜가리는어디갔을까?ㆍ45/12월의회화나무ㆍ46

제3부
그림자비행ㆍ49/바람이그린그림ㆍ50/징검다리건너기2ㆍ51/첫의마음ㆍ52/조용히나를흔드는ㆍ53/괜찮다ㆍ54/새벽ㆍ56/처서무렵ㆍ57/산에피는꽃ㆍ58/관절염ㆍ59/사랑초ㆍ60/이명의끝ㆍ62/겨울밤ㆍ63/전상서1ㆍ64

제4부
그믐달ㆍ67/짝ㆍ68/섬속의섬ㆍ69/화들짝ㆍ70/파문ㆍ71/비양도ㆍ72/초승달ㆍ74/소리이후ㆍ75/빛과그림자ㆍ76/안개2ㆍ77/반송ㆍ78/11월,장미ㆍ80/보이지않는길ㆍ81/전상서2ㆍ82

제5부
청소론(論)ㆍ85/공의길ㆍ86/마음의길ㆍ87/낯익히기ㆍ88/모래위의승부ㆍ89/무지개찾기ㆍ90/성묘ㆍ92/바이러스의봄ㆍ93/맨발걷기ㆍ94/세밑ㆍ95/문학기행ㆍ96/처서지나백로ㆍ97/무엇을위해ㆍ98

해설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명예교수)ㆍ99

출판사 서평

문수영의시(조)들은일상과나란히간다.짝을이룬신발처럼일상이한발짝가면그의시도한걸음을따라간다.생활과시가이렇게나란히가는경우도드물다.문수영에겐시가곧생활이고생활이곧시이다.그의시는생의지도이다.그가생의걸음을내딛는곳마다시의지도가그려진다.그의시는다시쓰인일상이며,그의일상은다시써지기를기다리는텍스트이다.문수영은왜이렇게사소하다면사소할일상의궁구窮究에매달릴까.일상성Everydayness비판으로유명한앙리르페브르H.Lefebre에따르면“삶의‘의미’는삶그자체가아닌다른어떤것에서도찾을수없다.그것은오로지삶안에있을뿐이며그너머에는아무것도없다.”르페브르의이런명제는고스란히문수영의삶과시에도해당이된다.그는삶너머의초월적기표에에너지를쏟지않는다.그의관심은오로지삶자체를향해있으며그것의시적의미를탐구하는데집중되어있다.

긴장마지나간뒤신천이출렁인다

청둥오리양지에오롯이모여앉아

먹이는안중에없이꿉꿉한등말린다

곁가지떠나보낸버드나무몸추스른다

잎새에새겨진빗금한줌볕에아물고

헛배를끌어안고서왜가리는어디갔을까?
-「왜가리는어디갔을까?」전문

화자는“신천”이라불리는하천가를산책하며눈에띄는것들을차례대로열거한다.몸을말리고있는청둥오리와몸추스르는버드나무를지나며화자가던지는질문은“왜가리는어디갔을까?”이다.화자는마땅히있어야할자리에문득부재하는왜가리를소환한다.“헛배를끌어안고서”라는구절은화자가왜가리의과거를이미잘알고있다는사실을알려준다.큰사건도일어나지않았으며큰소음도없는하천가산책로에서왜가리의부재는갑자기실존적사건이된다.유진이오네스코E.Ionesco의연극〈대머리여가수〉에서소방서장이갑자기-아무런맥락도없이-“대머리여가수는어디있지?”라고질문을던지는순간그녀가절대나타나지않으리라는실존적부조리가불안하게선언되는것처럼,위시속의화자는무의식속에서사라진존재의부조리한실존에관하여묻는다.나머지것들이다있는데,그것은왜사라졌을까,그것은왜부재하는것일까.부재의부조리엔합리적원인이있는가?그리고,이처럼아무때나부재에노출되어있는삶의의미는,도대체,무엇인가.이것이이시에서화자가암묵적으로던지는질문이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