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햇빛 아래선 반짝임을 멈추지 않는다 (안원찬 시집)

눈물도 햇빛 아래선 반짝임을 멈추지 않는다 (안원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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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눈물의 광택, 생의 화엄
농부이자 지역 활동가이자 법사이기도 한 안원찬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눈물도 햇빛 아래선 반짝임을 멈추지 않는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277로 출간되었다. 안원찬의 이번 시집은 생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길어 올린 화엄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집에서 안원찬 시인은 꽃과 풀, 벌레와 동물, 노동자와 노인, 어머니와 죽은 자, 병든 몸과 낡은 사물들을 하나의 거대한 관계망 속에 놓아둔다. 그리고 그 관계망 속에서 삶은 끊임없이 죽음으로 기울고, 죽음은 다시 삶의 빛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런 의미에서 “비로소 이 허름한 생, 눈부신 만찬이었다는 것을”(「알면,」)이라고 한 구절은 이 시집 전체를 요약하는 문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름한 생이지만, 그 허름함 자체가 눈부신 만찬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안원찬의 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위로이자 가장 단단한 통찰이다.
저자

안원찬

시인

강원홍천에서태어나한신대학교문예창작대학원을졸업했다.2004년시집『지금그곳은정전이아니다』를발간하며작품활동을시작,2006년《오늘의문학》신인작품상을수상했다.시집으로『가슴에이가슴에』『귀가운다』『거룩한행자』『낮술은너무슬퍼서』가있다.홍천문화원부설향토문화연구소장역임,현재한서장학회이사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거룩한성자ㆍ13/(그리워,다시봄)이다ㆍ14/거미인간들ㆍ16/골초,Kㆍ17/고봉밥1ㆍ18/고봉밥2ㆍ20/구역질난다,돈하면ㆍ21/기상예보ㆍ22/꽃안의꽃ㆍ24/꽃은,ㆍ25/길냥이엄마ㆍ26/다비식ㆍ28/도다리ㆍ29/꽃은바람둥이ㆍ30/꽃은성기다ㆍ32

제2부
마른바람이더아프다ㆍ35/곰보에대한단상ㆍ36/뚱딴지보고서ㆍ38/몬도가네1ㆍ40/몬도가네2ㆍ41/문자가왔다ㆍ42/물꽃깁는날ㆍ44/벽속의별ㆍ46/붕어빵의원리ㆍ48/어버이는지금도맞벌이다ㆍ50/애기땅빈대ㆍ51/뽕나무무덤ㆍ52/쇠비름은부처다ㆍ54/알면,ㆍ56/채송화ㆍ58

제3부
온양행차ㆍ61/자연으로되돌아간경전들ㆍ62/뼛속마다빼곡하게들어찬경전들ㆍ64/일용직ㆍ66/돌멩이들ㆍ67/우리엄마는외국인ㆍ68/재떨이비워가며살자ㆍ70/정년퇴직1ㆍ72/정년퇴직2ㆍ73/질경이의생존법ㆍ74/채송화미니꽃밭ㆍ76/초로에젖을먹는다ㆍ78/투쟁ㆍ80/박제된모성의감옥ㆍ82

제4부
그것이인생ㆍ85/꽃샘ㆍ86/나팔꽃ㆍ88/향기를판노학자ㆍ90/성형된괴물ㆍ91/비주류들3ㆍ92/옥류산방1ㆍ94/옥류산방2ㆍ95/꽃은얼굴에인쇄된미소다ㆍ96/죽음,그오직한번의절정ㆍ98/지상의적(籍)에서사라지다ㆍ100/채송화꽃밭ㆍ101/겨울축제ㆍ102/살인자의미소ㆍ104

해설임지훈(문학평론가)ㆍ105

출판사 서평

[해설엿보기]

안원찬의시에서가장먼저눈에들어오는것은세계를대하는그의독특한명명법이아닐까싶다.이시집에서사물은결코사물에머물지않는다.꽃은단지꽃이아니고,잡초는단지잡초가아니며,돈은단지돈이아니고,죽음은단지소멸이아니다.시인은세계를있는그대로받아적기보다,그것을다른차원으로번역하고다시호명한다.때로는불교적이고,때로는민중적이며,때로는생태적이고,때로는통렬한풍자를담은명명의방식.그리하여이시집의언어는관조와육박,자비와분노,생의찬미와현실비판이한몸처럼얽혀움직이는특유의시적세계를보여준다.

꽃은아름답지만
꽃은그냥꽃으로만불러선안된다

그안에태양이있고
구름과비
달과별
그리고눈물이있다

꽃은그냥꽃이아니다꽃은
하나의소우주다
-「꽃은,」전문

이시집의핵심을가장압축적으로보여주는문장은아마도다음과같을것이다.“꽃은그냥꽃이아니다꽃은/하나의소우주다”「꽃은,」에서제시된이문장은안원찬의시세계전체를관통하는일종의시학적선언처럼읽힌다.여기서꽃은식물학적대상이아니라우주적관계의응축체이며,존재일반의은유이다.“그안에태양이있고/구름과비/달과별/그리고눈물이있다”는진술에집중해보자면,꽃은표면적인아름다움에그치는것이아니라,생성과소멸,환희와슬픔,자연과우주의질서를품은존재로번역된다.이처럼안원찬의시는사물의외양을노래하는데머무르지않고,그내부에접혀있는시간과감정과생명의질서를펼쳐보이는방식으로나아간다.
이러한시적태도는첫시편에서부터선명하게나타난다.가령「거룩한성자」에서시인은곤충의생애를통해“단한번도날개접지않는무아경//축제의절정에알을낳고/청사초롱불밝혀긴잠에든다//찰나속영원한생이여//화엄(華嚴)이다”라고말한다.찰나와영원,생과잠,축제와소멸이한자리에겹쳐지는이인식이바로이시집의중요한미학적기반이다.안원찬에게생은오래지속된다는의미에서위대한것이아니다.오히려사라질운명에놓여있기에,더욱강렬하고찬란한것으로이해된다.그러므로그의시에서죽음은생의반대말이아니라생을극적으로현현시키는사건이다.「죽음,그오직한번의절정」에서“한생에단한번주인공이되는/오직한번만허용되는절정의순간”이라고죽음을규정하는대목은이러한세계관을잘보여준다.죽음은비극이면서도동시에존재가마지막으로자신의전면을드러내는절정의장면이다.
-임지훈(문학평론가)



[시인의산문]

꽃피울때나는아프다.언젠간끝나기때문이다.

삶은냉동고이자용광로이나,시인은그뜨겁고차가운경계에서‘생의산통’을감내한다.보고듣고느끼는모든찰나는시인에게새로운세계의문이된다.시쓰기란곧부단한자기비움이자갱신의도정이며,고정된본질을넘어부유하는정신의움직임이다.

세월에먹힐수록점점아삭아삭소리가난다.

슬픔조차빛의입자로치환해내는시인의시선은자연과합일되어우리에게꿈과위안의숨결을불어넣는다.고통의터널끝에서마주한이눈부신언어들은,살아있는모든것들이건네는가장뜨거운악수다.